성경적 경제관: 르호봇 경제(16) ‘기브롯 핫다아와’

글 김태구 박사 (노무라금융투자 CRO, 경제학박사)

2023-05-18 13:40:43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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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브롯 핫다아와(탐욕의 무덤)로 추정되는 곳

우리가 세상에서 하나님의 법으로 기업을 경영하고, 공정한 저울추를 갖고 장사하는 것은 세상에 빛을 비추는 것입니다. 이것은 구질서에 대한 도전입니다.” -본문 중에서-

독일의 조직신학자인 위르겐 몰트만이 그의 저서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The Crucified God)’에서 이런 얘기를 합니다. 예수님이 십자가로 가신 길은 당대의 종교 지도자 및 정치 지도자들과의 갈등의 길이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가르침과 사역은 물론이고 그분의 삶 자체를 위협으로 보았습니다. 아기 그리스도를 죽이려는 헤롯의 필사적인 시도로부터 반란죄로 예수님을 십자가에 매단 로마인들에게 이르기까지 권력자들은 그리스도를 처리해야 할 문제, 필요하다면 폭력을 불사할 문제로 여겼습니다. 

예수님이 공생애 기간 동안에 하신 일은 공(공급하시고, 가르치시고, 고치시고)가 전부입니다. 예수님은 유대인들을 힐난하고 공격하지도 않았습니다. 심지어 예수님은 유대인과 예루살렘에게 다가올 재난과 황폐함을 내다보며 눈물을 흘리셨습니다.(19:41) 그럼에도 유대인들은 예수님을 끊임없이 시험하고 곤경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은 예수님을 죽이려고 모의하고 십자가에 달도록 선동하였습니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난 것일까요? 예수님이 고난을 당해야 하는 이유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영어에 ‘Establishment’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Establishment’는 정치적 기득권을 갖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직 또는 단체를 뜻합니다. 2016년 하반기, 미국에서 제45대 대통령 선출을 위한 선거 운동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무렵입니다. 대통령 후보인 공화당의 도날드 트럼프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간에 치열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도날드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을 ‘Establishment’의 대표주자라고 공격하였습니다.

‘Establishment’는 거대한 자산을 기반으로 경제적 지대를 향유하고 있습니다.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Establishment’를 다르게 말하면 구질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번 형성된 질서는 위력과 강압을 행사합니다. 이것과 맞닥뜨리는 것은 막대한 희생과 손실을 수반합니다 

예수님은 유대 ‘Establishment’의 심장에서 사역의 첫걸음을 떼었습니다. 이것은 구질서와 정면으로 맞닥뜨리는 시작이었습니다. 그 중에 병자를 고치신 장면을 보겠습니다. 

예수님이 한 회당에서 가르치고 계셨습니다. 그때 18년 동안 허리가 꼬부라져 펴지 못하고 있었던 한 여자를 만났습니다. 예수님은 지나치지 않으시고 허리를 고쳐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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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해 동안이나 귀신 들려 앓으며 꼬부라져 조금도 펴지 못하는 한 여자가 있더라 예수께서 보시고 불러 이르시되 여자여 네가 네 병에서 놓였다 하시고 안수하시니 여자가 곧 펴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지라(13:11~13) 

그 여자는 얼마나 기뻤을까요? 가족들의 기쁨도 대단했을 것입니다. 그 자리에 있던 유대 지도자들도 더불어 기뻐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그날이 하필이면 안식일이었습니다. 회당장이 분을 냈습니다. 왜 안식일에 병고침을 받느냐고 따집니다. 자신들은 안식일에 소나 나귀를 풀어 물을 먹이면서, 18년 동안 사탄에게 매인 여자를 풀어주는 것에 대하여는 분개합니다. 

예수님은 또 안식일에 38년 동안 병을 짊어지고 산 사람을 고쳤습니다. 

거기 서른여덟 해 된 병자가 있더라 예수께서 그 누운 것을 보시고 병이 벌써 오래된 줄 아시고 이르시되 네가 낫고자 하느냐 병자가 대답하되 주여 물이 움직일 때에 나를 못에 넣어 주는 사람이 없어 내가 가는 동안에 다른 사람이 먼저 내려가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 하시니 그 사람이 곧 나아서 자리를 들고 걸어가니라 이 날은 안식일이니(5:5~9) 

이때 유대인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기뻐하기는 커녕 병 나은 사람이 안식일에 자리를 들고 간다고 비난합니다. 병자가 받은 38년 간의 고통에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긍휼을 베푸시고 병자를 고치신 예수님은 유대인이 표방하는 안식일의 전통과 충돌하였습니다. 안식일은 과연 어떤 날인가요? 예수님을 시험하려고 나온 율법교사의 대답 속에 힌트가 들어 있습니다. 안식일은 마음과 목숨과 힘과 뜻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고 또한 이웃을 자신 같이 사랑하는 날입니다.(10:27) 

그러나 유대인이 지키는 안식일은 율법의 본질을 한참 비껴 나갔습니다. 더 나아가 율법을 주신 하나님을 거스리는 구질서가 되었습니다. 

이스라엘 자손이 애굽에서 나와 바란 광야에 도착할 때까지 대략 2년이 흘렀습니다. 그 여정 중에 디베라라는 지역을 지날 때였습니다. 그동안 만나만 먹고 살다보니 고기 생각이 났습니다. 애굽에서 생선과 오이와 참외와 부추와 파와 마늘들을 먹었던 때가 그리웠습니다.(11:5) 이스라엘 백성의 온 종족들이 고기 때문에 울었습니다. 모세도 화가 난 나머지 이들을 감당할 수 없다고 차라리 죽여 달라고 합니다. 하나님이 이를 들으시고 말씀하십니다. 

또 백성에게 이르기를 너희의 몸을 거룩히 하여 내일 고기 먹기를 기다리라 너희가 울며 이르기를 누가 우리에게 고기를 주어 먹게 하랴 애굽에 있을 때가 우리에게 좋았다 하는 말이 여호와께 들렸으므로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고기를 주어 먹게 하실 것이라(11:18)

 

하나님이 보내신 바람이 메추라기를 몰아 이스라엘 진영에 떨어지게 하였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 날과 이튿날까지 종일토록 메추라기를 모았습니다. 드디어 메추라기를 구워서 먹으려고 할 때 하나님이 큰 재앙으로 사람들을 치셨습니다. 재앙으로 죽은 사람들이 거기에 묻혔습니다. 그 장소를 기브롯 핫다아와라고 불렀습니다.(11:34) ‘기브롯 핫다아와카바르’(묻다, 매장하다)아바’(욕망, 식욕, 정욕)의 합성어로 탐욕의 무덤을 뜻합니다. 

하나님은 왜 고기를 먹고 싶다는 이스라엘 백성을 호되게 다루셨을까요? 디베라의 메추라기 사건에는 애굽이라는 단어가 세번 등장합니다. 아마도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이 좋았다고 말하고 애굽에서 나온 것을 후회하는 대목에 단서가 있는 듯합니다. 가나안 땅을 앞에 두고 백성들의 마음이 애굽으로 기울어 버렸습니다. 애굽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지긋 지긋한 탄식의 땅입니다. 애굽이야말로 이스라엘 자손을 삼키는 땅입니다. 그들은 애굽을 떠났으나 여전히 구질서의 종으로 살다가 기브롯 핫다아와에서 삶이 멈추었습니다. 

기브롯 핫다아와가 오늘날을 사는 우리에게 던지는 메세지가 있습니다.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을 광야로 불러내어 가장 먼저 하신 일이 하나님의 법을 선포하신 것입니다. 신질서인 하나님 나라가 세상을 침투하였습니다. 구질서로 각인된 우리는 죽어야 합니다.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혀 죽어야 합니다. 이후 신질서의 옷을 입고 살아나야 합니다. 주인이신 예수님 안에서 예수님을 닮아 살아야 합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2:20) 

우리가 세상에서 하나님의 법으로 기업을 경영하고, 공정한 저울추를 갖고 장사하는 것은 세상에 빛을 비추는 것입니다. 이것은 구질서에 대한 도전입니다. 십자가 사건과 같이 불가피하게 다툼이 일어납니다. 그 다툼 속에 있는 우리에게 하나님이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이 헤스본 왕 아모리 사람 시혼과 그의 땅을 우리 손에 넘겼으니 힘써 싸워서 그 땅을 차지하라고 하십니다.(2:24)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위하여 싸우셨으므로 여호수아가 이 모든 왕들과 그들의 땅을 단번에 빼앗으니라(10:42) 

(다음 호: Input < Outp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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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태구 박사 (노무라금융투자 CRO,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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