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한국준비위, 법인자금 무단인출로 교회협과 마찰

2013-07-17 14:06:04  인쇄하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김영주 총무)와 WCC한국준비위원회(한준위·김삼환 대표대회장)가 법인 통장 '무단 인출' 사건으로 충돌했다. 문제는 한준위측이 교회협 김영주 총무의 사전 결재 승인없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교계는 이에 대해 예견된 싸움이 아니겠느냐는 시각이다.

한준위는 7월 8일 제2차 빛의 순례 예산 명목으로 한국기독교연합사업유지재단(기독교유지재단) 법인 통장에서 2600만 원을 교회협 김영주 총무의 결재 없이 바로 인출했다. 한준위 측은 당장 호주로 떠나야 했는데, 오후까지 김 총무의 결재가 나지 않아 부득불 인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교회협은 발끈했다. 교회협 WCC협력위원회(협력위·윤길수 위원장)는 7월 12일 자 보도 자료를 통해 한준위가 무단 인출을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협력위는 인출 사건을 불법 행위로 규정하고, 7월 10일 한준위 측에 경위서를 작성하라고 요구했다. 경위서에 성실한 답변이 들어 있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교회협 실무총괄 정해선 국장은 "무단 인출은 민형사상으로 법적인 문제에 해당한다. 법적 조치를 바로 안 한 것은 (한준위를) 신뢰하기 때문이고, 이른 시일 내에 원만하게 해결되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준위는 불법이라는 표현에 불쾌한 반응을 보이면서 경위서를 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예금 인출과 관련해 박종화 목사(WCC부산총회준비대회장)는 단호히 말했다. "법인 통장은 기독교유지재단 이름으로 돼 있지만, 실제 돈의 주인은 한준위다. 국고 보조금이 아닌 상임위원들과 개교회에서 낸 후원금을 찾은 것이다. 법적 절차를 자문했는데, (결재 없이 인출해도) 문제 될 게 없다." 박 목사는 경위서 제출 요구에 대해 "누구보고 내라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교회협은 WCC 총회 이후 정부 감사를 기독교유지재단이 받는 만큼 예산 편성과 집행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실무총괄 정 국장은 한준위가 엄청난 규모의 예산을 다루지만, 추후 모든 책임은 기독교유지재단이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 국장은 "쉽게 말해 현재 교회협은 창구 역할만 하고 있다. 사실상 모든 집행은 한준위가 하는데, 크고 작은 사고가 없을 수 없다"면서 먼저 법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기독교유지재단 이사회는 한준위의 법인 통장 사용과 관련해 재정의 투명성 보장 차원에서 법적 안전장치를 만들기로 4월 11일 결의했다. 국고 보조금의 경우 예산 편성과 집행을 기독교유지재단이 할 수 있도록 한준위에 요청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4월 25일 열린 교회협 정기실행위원회에서 협력위를 조직했다. 이후 협력위는 국고 보조금 20억 원의 집행·정산·회계·감사 등에 관한 안전장치 마련을 위해 한준위에 여러 차례 업무 협조를 요청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준위 측의 이야기는 달랐다. 예산을 지원해 달라는 요청은 받았지만, 법적 안전장치 마련을 위한 업무 협조 요청을 받은 적은 없다고 했다.

한준위가 별도의 법인을 설립하지 않은 이유는 김삼환 목사와 김 총무의 합의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준위 조성기 사무총장은  "2011년 취임한 김 총무는 김 목사에게 법인을 따로 설립하기보다 기독교유지재단 법인 명의의 통장을 사용할 것을 요청했다. 갈등 양산의 우려도 있었지만 김 목사가 교계의 대동단결을 위해 (법인 미설립을) 택한 것이다."

한편, 교회협과 한준위는 7월 8일 오전 첫 실무협의회(실무협)에서 △실무협 주간 회의로 정례화 △진행 중인 사업별 업무 내용 공유 및 주무국장 선임 △예산 결재와 집행은 각 대표자 만남을 통해 협의하기로 결의했다. 2차 실무협의회는 7월 17일에 연다.
 

이전글 | WCC부산총회, 곳곳에 여러종교의 흔적 보여
다음글 | 합동 서기행 목사, WCC한국준비위측과 비밀회동 무엇이 오갔는지 밝혀야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