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함이 아름다움이 되는 역설의 미술

이봉식 작가의 미술문화현장 바로보기(1)

2012-08-29 01:48:41  인쇄하기



현대 미술을 한마디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 미술은 한자로 아름다울 미()와 방법, 계략, 기술을 뜻하는 술()로 조합되어 있다. 근대까지도 미술이라 함은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인간의 행위로 보았다. 하지만 1988년 데미안 허스트가 중심이 된 ‘Freeze’라는 전시명의 전시를 통해 미의 개념이 전이되기 시작하였다. 당시까지 현대미술은 근대미술의 연장선상에서, 기본적인 큰 축이 고정된 듯 했다. 미국이 주도해 온 현대미술에서는 여전히 미를 위한 미가 주류를 ’  이루었다
.
 
트레이시 에민의 ‘My bed

앤디워홀, 리히텐슈타인으로 대표되는 팝아트 역시 
상업화와 대량화라는 미술방법에 있어서 획기적인 변화를 주었지만 심미안적, 다시 말해 미를 위한 미의 추구라는 관점에서 보면 큰 차이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미술평론가 L. 앨러웨이가 1954년에 처음으로 사용한 팝아트는 그 후 전 세계의 미술시장을 장악했다
.
데미안 허스트와 트레이시 에민으로 대표되는 yBa(Young British Artists)의 등장은 미의 큰 축을 바꾸어 놓았다. 기존의 미술가 집단과 이들의 가장 큰 차이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한 미술품의 상품화였다. 하지만 문제는 충격 요법이라 일컬어지는 마케팅의 방법이었다. 특히 ‘Freeze’라는 전시를 통해 예술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지녔던 찰스 사치가 그들의 이름을 알렸다. 사치는 강렬한 이미지의 작업에 대한 선호도를 보였고, yBa의 순간적·엽기적·충격적인 기법이 그의 마케팅과 맞아 떨어졌다. 사치는 순간의 미학이라 일컫는 광고업으로 큰 돈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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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Ba
의 엽기스러움과 추함에 대한 작품은 이미 많은 분들이 접한 적이 있을 수 있다. 아래 사진()은 트레이시 에민의 “My bed”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자신의 침대를 전시장에 그대로 옮겼다.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벗어서 던져 놓은 스타킹, 속옷, 휴지 등 표면적으로는 지저분한 도구들이 펼쳐져 있지만 관객들로 하여금 훔쳐보기를 공식적으로 즐길 수 있는 기회와 내면의 음탕함을 감상의 도구로 사용한다
.
또다른 아래 사진()은 데미안 허스트의살아있는 누군가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이라는 작품이다. 상어 한 마리를 포르말린에 담아서 전시하였다. 과연 미술작품, 예술작품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물론 작가가 의도한 충격과 쇼킹은 전달되었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그의 작품에 대한 물질적 평가는 상상을 초월한다. 몇 년 전 단독 경매에서 이틀 동안 모든 작품이 2000억이 훨씬 넘는 금액에 다 팔려나갔다. 단 한 점도 없이 모두 다 팔렸다
.


데미안 허스트의살아있는 누군가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죽음과 물리적 불가능성


yBa
이후 미술시장은 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그 물결에 휩싸이고 있다. 물론 현대 미술에서 개념미술을 빼면 아무것도 없다고 할 수 있다. 작품 외적인 사유가 작품이 되는 것이 바로 현대미술이다. 하지만 yBa 이후 개념은 방종에 가까운 자유를 누리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미술의 본질인양 아무런 여과 없이 수용되거나 모방되고 있는 것이 전 세계 및 우리나라 젊은 작가들의 또 다른 현실이라 생각된다.

이봉식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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