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핀 딜레마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호수아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오직 우리는 여호와 하나님만 섬기는 것입니다.”-본문 중에서
미 달러는 ‘널리 쓰이는’ 화폐입니다. 이를 기축통화(Key Currency)라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원화가 통용이 되고 거래의 지불 수단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그러나 한국을 벗어나면 화폐의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원화는 지역통화(Local Currency)입니다. 미 달러는 지역통화이면서 동시에 기축통화입니다.
2차 대전 이후인 1947년 미국은 전 세계 금의 대략 70%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압도적인 금 보유량을 바탕으로 미국은 달러를 발행할 수 있었습니다. 1960년대 베트남전을 위해 미국은 달러를 대량으로 찍어냈습니다. 그것이 화근이 되었습니다. 다른 나라들이 미 달러의 하락을 염려하기 시작했습니다. 프랑스를 필두로 달러를 금으로 바꾸기 위해 몰려들었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리처드 닉슨(미국의 37대 대통령)은 미 달러와 금의 교환을 중단하였습니다. 이를 1971년 Nixon Shock라고 합니다.
1974년, 미국이 OPEC 종주국인 사우디에 안보를 보장하고 그 대가로 사우디는 모든 석유 대금을 달러로 결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페트로 달러' 체제가 시작되면서 달러는 기축통화로서 국제결제와 금융거래의 입지를 다졌습니다. 이로써 미국은 금의 보유와 관계없이 달러를 원하는 만큼 발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미국 정부의 부채 규모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다음 그래프는 과거 50년의 미국 정부의 부채 규모를 나타냅니다. Nixon Shock 당시 미국 정부의 부채는 GDP의 40% 이하였으나 2022년에는 130%에 육박하였습니다. 2022년 미국 GDP가 약 25조달러이니 미국 정부가 부담하고 있는 부채는 32조 달러입니다.
▴미국 정부의 부채 비율(부채/GDP)
한 나라의 통화가 기축통화가 되려면 ‘널리 쓰이는’ 조건외에 다른 조건이 필요합니다. 해당 통화가 ‘신뢰를 받아야’ 합니다. 미 달러가 전 세계에 통용되는 방법은 교역 적자입니다. 미국의 수입은 수출보다 커야 합니다. 즉, 미 달러가 전세계에 많이 풀리려면 미국은 무역적자를 봐야 합니다. 그러나, 무역적자가 발생하면 미국의 채무상환 능력은 하락합니다. ‘신뢰를 받아야’하는 조건을 달성하기 어렵게 됩니다. ‘신뢰를 받아야’하는 조건을 충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수출이 수입보다 커야 합니다. 그러면 전 세계에 풀린 달러가 다시 미국으로 흘러들어갑니다.
이제는 ‘널리 쓰이는’ 조건을 충족하는데 문제가 생깁니다.
이와 같은 현상을 (Triffin’s )라고 합니다. 1960년대 미국 의회 연설에서 미국 예일대 교수였던 로버트 트리핀이 이런 주장을 했습니다. “미국이 경상적자를 허용하지 않고 국제 유동성 공급을 중단하면 세계 경제는 크게 위축될 것입니다. 그러나 적자 상태가 지속돼 미 달러화가 과잉 공급되면 달러 가치가 하락해 기축통화로서 신뢰도가 저하될 것입니다.”
▴로버트 트리핀 (Robert Triffin, 1911년 10월 5일 ~ 1993년 2월 23일)은 벨기에의 경제학자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트리핀 딜레마와 비슷한 일들을 자주 목격합니다.
벌써 15년 전의 일입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대회에서 유도 60kg급의 최민호 선수 얘기입니다. 그는 다섯번을 연거푸 한판으로 이겨 금메달을 땄습니다. 그가 새벽에 연습을 하는 장면을 기자가 촬영했습니다. “매일 새벽에 훈련을 하는 것은 참으로 고통스럽습니다. 그렇다고 운동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올림픽 금메달을 딸 생각을 하면 훈련이 행복했습니다.” 그는 지난한 훈련의 고통과 올림픽 메달의 영광 사이에 있었습니다.
한국판 아마존으로 불리며 로켓 배송으로 알려진 쿠팡(Coupang)에 대한 얘기입니다. 김범석 대표가 2010년 8월에 쿠팡을 창업했습니다. 10여 년이 지나서 쿠팡은 미국 증시로 진출했습니다.
▴쿠팡의 실적 추이
미국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하였으나 2022년 초에 쿠팡의 누적적자는 자그마치 6조원에 달하였습니다. 투자자들은 그간 쿠팡에 언제쯤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인지를 끊임없이 질문하였습니다.
온라인은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승자독식 시장입니다. 검색 시장은 구글이, 동영상 시장은 유튜브가 가져갔습니다. 쿠팡은 충성된 고객을 확보하는 전략을 10년이상 추진하였습니다. 그 전략은 물건을 싸게 팔고 신속히 배달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한 끊임없는 투자 덕분에 이윤은커녕 오히려 적자가 증가하였습니다. 겨우 2022년 3분기에 첫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지금도 쿠팡은 승자가 되는 것과 적자를 감수하는 것이 사이에 있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부활과 재림 사이를 살고 있습니다. 이를 말세라고 합니다. 이때를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은 한마디로 트리핀 딜레마입니다. 이스라엘 자손이 고난과 탄식의 땅 애굽으로부터 해방되었습니다. 막상 가나안의 거인 동네 아낙산지를 정탐하고는 메뚜기가 되었습니다. 애굽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가나안에 들어갈 수도 없습니다.
로마의 기독교 박해로 흩어진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베드로가 권면합니다.
“그러므로 너희가 이제 여러 가지 시험으로 말미암아 잠깐 근심하게 되지 않을 수 없으나 오히려 크게 기뻐하는도다 너희 믿음의 확실함은 불로 연단하여도 없어질 금보다 더 귀하여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때에 칭찬과 영광과 존귀를 얻게 할 것이니라”(벧전 1:6~7)
여러 가지 시험 때문에 잠깐 근심하게 되었는데 더 기뻐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예수님 앞에서 칭찬과 영광을 얻게 될 것이 때문입니다. 그런데 기독교인들에 대한 박해는 무려 250년간 지속이 되었습니다. 예수님을 배반하기도 어렵고 끝이 보이지 않는 박해를 견디는 것도 어려습니다.
누가 뭐라해도 우리의 트리핀 딜레마는 두 종류의 저울추(큰 것과 작은 것)와 공정한 하나의 저울추 사이에 서는 것입니다. 수익을 추구하자니 하나님의 법을 거스르게 됩니다. 하나님의 법대로 살고자 하니 그동안 누려왔던 수익을 포기해야 합니다.
“속이는 저울은 여호와께서 미워하시나 공평한 추는 그가 기뻐하시느니라”(잠 11:1)
“한결같지 않은 저울추는 여호와께서 미워하시는 것이요 속이는 저울은 좋지 못한 것이니라”(잠 20:23)
우리가 하나님을 모르고 살 때는 거칠 것이 없었습니다. 남이 보지 않으면 하나님이 미워하시는 것을 서슴치 않고 행합니다. 그런 우리가 하나님을 만나니 천국의 소망이 생깁니다. 이제는 남이 보지 않아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을 하고 싶어 합니다. CS 루이스는 이것을 Integrity라고 했습니다. 남이 보지 않을 때 옳은 일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 땅의 번성과 천국의 소망 사이에 서있는 것이 트리핀 딜레마입니다.
미국이 트리핀 딜레마를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달러의 기축통화 자리를 내려놓는 것입니다. 단언컨대 미국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트리핀 딜레마의 보상은 무엇일까요? 미국은 기축통화인 달러가 갖는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습니다. 미국은 국제자금시장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됩니다. 투자자들은 미국 정부의 과다한 부채 때문에 걱정을 합니다. 그러나 미국은 달러 화폐를 발행하여 부채를 상환하면 그만입니다. 이론적으로 미국 정부의 부채는 부도 가능성이 Zero입니다.
우리 역시 천국의 소망을 포기하면 트리핀 딜레마를 벗어나게 됩니다. 그러는 순간 우리는 하나님이 주시는 상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상실하게 됩니다.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지 못하나니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는 반드시 그가 계신 것과 또한 그가 자기를 찾는 자들에게 상 주시는 이심을 믿어야 할지니라”(히 11:6)
트리핀 딜레마는 우리가 이 땅을 사는 삶의 방식입니다. 이를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트리핀 딜레마는 영적 전쟁이기 때문입니다. 전쟁은 다툼과 긴장을 만듭니다. 왜 우리가 트리핀 딜레마 속에 들어갔을까요? 하나님의 법을 따라 살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싫어하시는 것 – 두 종류의 저울추로 장사하는 것 –으로부터 돌아서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땅의 것 대신 위에 것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재물에 소망을 두지 않고 하나님께 소망을 두기 때문입니다.
여호수아의 가나안 정복은 트리핀 딜레마의 경로를 보여줍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약속의 땅 가나안은 애굽 강에서부터 유브라데 강까지입니다. 아래 지도의 검은 선으로 그어진 땅을 의미합니다.
“그 날에 여호와께서 아브람과 더불어 언약을 세워 이르시되 내가 이 땅을 애굽 강에서부터 그 큰 강 유브라데까지 네 자손에게 주노니”(창 15:18)
▴출처:https://pgr21.com/freedom/95382
하나님은 여호수아에게 발바닥으로 밟는 곳을 다 주었다(수 1:3)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여호수아가 정복한 땅은 위 지도의 연두색에 해당합니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땅의 20%정도입니다. 이는 영적전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뜻합니다. 트리핀 딜레마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호수아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오직 우리는 여호와 하나님만 섬기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여호와를 경외하며 온전함과 진실함으로 그를 섬기라 너희의 조상들이 강 저쪽과 애굽에서 섬기던 신들을 치워 버리고 여호와만 섬기라 만일 여호와를 섬기는 것이 너희에게 좋지 않게 보이거든 너희 조상들이 강 저쪽에서 섬기던 신들이든지 또는 너희가 거주하는 땅에 있는 아모리 족속의 신들이든지 너희가 섬길 자를 오늘 택하라 오직 나와 내 집은 여호와를 섬기겠노라 하니”(수 24:14~15)
트리핀 딜레마가 우리에게 주는 것이 고통이 아닙니다. 우리는 트리핀 딜레마 속에서 예수님이 될 수는 없으나 예수님을 닮아갈 수 있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특권이요 축복입니다. 우리는 하나님께 구별된 자로 부름을 받은 거룩한 자들입니다.
(다음 호: 소돔과 고모라)
글 김태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