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더가 빠지기 가장 쉬운 심리적 함정은 자신이 이미 내린 결론을 지지해 줄 단서만 찾는 ‘확증편향’입니다. 나약한 리더는 자신의 불안을 가려줄 달콤한 긍정의 신호에만 집착하며, 이때 리더의 입맛에 딱 맞는 가짜 정보와 찬사만을 여론몰이 하여 눈과 귀를 멀게 하는 자들이 바로 조직을 망치는 간신들입니다. 북이스라엘의 가장 강력한 군주였던 아합 왕의 이야기는, 참된 충신의 외로운 경고를 무시하고 자신의 욕망을 부추기는 궁중 참모들의 거짓 선동에 취해 결국 사지로 걸어 들어간 리더의 비참한 종말을 보여줍니다.
당시 아합 왕은 과거 아람 제국에 빼앗겼던 전략적 요충지인 ‘길르앗 라못’을 무력으로 탈환하겠다는 거대한 야심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는 남유다의 여호사밧 왕과 동맹을 맺고 대규모 전쟁을 일으키려 했으나, 여호사밧은 대사를 치르기 전 먼저 하나님의 뜻을 묻자고 제안합니다.
이에 아합 왕은 궁중에 소속된 400명의 관제 선지자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습니다. 이 400명의 참모는 나라의 안위나 객관적인 전력 분석에는 관심이 없었고, 오직 최고 권력자인 아합 왕이 무엇을 원하는지만 정확히 꿰뚫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일제히 왕의 비위를 맞추며 “올라가소서 주께서 그 성읍을 왕의 손에 넘기시리이다”라며 만장일치로 승리를 장담했습니다.
이때 관제 참모들의 우두머리였던 시드기야는 한술 더 떠 철로 만든 뿔을 가지고 나와 “이것들로 아람 사람을 찔러 진멸하리라 하셨다”며 시각적인 퍼포먼스까지 선보였습니다. 왕의 기쁨을 극대화하고 자신들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쇼를 벌인 것입니다.
반면 여호사밧 왕의 권유로 뒤늦게 불려 온 참된 충신 미가야 선지자는 전혀 다른 진단을 내놓았습니다. 그는 왕이 전쟁에 나가면 반드시 전사할 것이며, 400명의 참모의 입에 부려진 것은 왕을 파멸로 이끌기 위한 ‘거짓말하는 영’이라고 목숨을 걸고 직언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승리라는 환상에 눈이 멀어버린 아합 왕에게 미가야의 진심 어린 경고는 그저 자신을 미워해서 던지는 악담이자 잔소리로 들릴 뿐이었습니다. 아합은 충신 미가야를 감옥에 가두고 고난의 떡과 물을 먹이라 명하며, 간신들의 호위 속에 전쟁터로 향했습니다.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아합 왕은 미가야의 예언이 내심 찜찜했는지 왕복을 벗고 일반 군사로 변장한 채 전쟁터에 나갔지만, 인간의 얕은 수수로 간신들이 쳐놓은 운명의 덫을 벗어날 수는 없었습니다. 적군이 무심코 쏜 화살 한 발이 변장한 아합 왕의 갑옷 솔기(갑옷 옷감의 이음새)를 정확히 뚫고 들어온 것입니다. 병거 위에서 피를 흘리며 종일 버티던 아합 왕은 결국 해가 질 무렵 과다출혈로 비참하게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를 사지로 떠밀었던 400명의 MZ 간신들은 전쟁터의 날카로운 화살 앞에서는 그 어떤 방패도 되어주지 못했습니다. 리더의 욕망에 영혼 없이 맞장구를 치며 박수를 보냈던 참모들의 아부가, 결과적으로 왕의 심장에 화살을 꽂는 치명적인 비수가 된 셈입니다.
아합 왕의 파멸은 참모와 리더의 소통 방식에 엄중한 경고를 던집니다. 진정한 충신은 리더의 뜻이 공동체의 이익과 배치될 때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자이며, 간신은 리더가 파멸의 길로 걸어갈 때조차 비단을 깔아주며 찬사를 보내는 자입니다. 주변 참모들이 리더의 기획안에 대해 오직 낙관론만을 펼치고 비판적인 리스크 관리를 전혀 하지 않는다면, 그 조직은 이미 아합의 400명 관제 참모들에게 점령당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리더는 자신의 확증편향을 깨뜨려 줄 쓴소리를 찾아내어 곁에 두어야 하며, 참모는 조작된 여론이 아니라 조직의 생존을 위해 객관적인 사실을 보고할 의무가 있음을 이 비극은 보여줍니다./ 발행인 윤광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