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하는 땅, 메마른 자궁

생명을 잃어버린 시대에 교회의 ‘태’를 열라!

2026-06-17 13:38:44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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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직면한 가장 거대한 종말론적 징후는 외적인 파멸이 아니다. 그것은 고요하고도 확실하게 숨이 끊어져 가는 소멸의 풍경이다. 대한민국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생산가능인구가 급감하며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분석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구 중 절반이 넘는 130(57.0%)이 이미 지방소멸 위험지역에 진입했다.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끊긴 교육 현장의 붕괴는 더욱 참혹하다. 최근 5년간 전국에서 150곳이 넘는 초··고교가 통폐합되어 문을 닫았고, 입학생이 ‘0인 초등학교만 전국에 백여 곳을 상회한다. 한때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운동장에는 잡초만 무성하고, 학교가 사라진 자리는 지역의 소멸을 가속하는 묘비명이 되었다.

이 서늘한 풍경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가장 날카롭고도 본질적인 생존의 위기다. 세상의 전문가들은 이 유례없는 현상을 두고 부동산 가격이나 커리어 단절이라는 경제적 계산기를 두드리며 진단한다.

최근 저출생 정책의 영향으로 합계출산율이 0.80명 선을 턱걸이하며 미세하게 반등하고, 연간 혼인 건수가 24만 건으로 소폭 늘어났다는 통계가 발표되었지만, 이는 기적적인 회복이 아니다. 인구 유지 선인 2.1명에 턱없이 못 미치는 0.80명이라는 수치는 여전히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출산율 1.0명 이하인 초저출산 국가라는 부끄러운 현실을 증명할 뿐이다.

복음의 렌즈로 들여다본 이 비극은 단순한 인구 통계학적 수치의 하락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첫 번째 축복이자 명령인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창조 질서의 거부이며, 자본주의라는 우상이 생명의 가치를 집어삼킨 영적 마비 상태의 증거다.

오늘날 청년들이 결혼을 미루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이기심 때문이 아니다. 자본이 신이 된 세상에서 생명은 이제 축복이 아닌 가장 비싼 비용이자 삶을 흔드는 리스크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무한 경쟁의 생태계 속에서 각자도생을 강요받는 청년들에게 다음 세대를 세상에 내어놓는 것은 영적·육체적 고난을 자처하는 일처럼 다가온다. 생명의 신비를 자본의 논리로 환산해버린 사회가 마주한 대가는 서늘하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진 자리에는 오직 독거노인들의 쓸쓸한 고독사와 채워지지 않는 돌봄의 공백만이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복음은 이 소멸의 골짜기에서 교회와 성도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가르친다.

성경에서 생명은 늘 효율성과 자본의 논리를 뛰어넘는 절대적 가치였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의 결핍 속에 있을 때도 생명을 잉태케 하시고 먹이셨다. 만약 교회가 세상의 인구 통계를 보며 그저 주일학교 인원 감소와 교회의 존폐만을 걱정하는 이기적 수준에 머문다면, 그것은 통탄할 일이다.

이제 교회와 성도들은 자본이 생명을 거부하게 만든 이 시대의 불의한 흐름을 거슬러 행하는 영적 저항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세상이 돈이 없으면 아이를 낳지 말라고 속삭일 때, 교회는 사람의 생명이 그 소유의 넉넉한 데 있지 아니하다는 복음의 진리를 삶으로 증명해 내야 한다. 성도들은 개별화된 가정을 넘어 공동체적 가족을 회복해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교회가 먼저 청년 부부들이 생명을 품고 기를 수 있는 든든한 공동체적 육아의 안전망이 되어주어야 한다.

교회 공간을 평일 돌봄 전담 시설로 개방하고, 장년층 성도들이 젊은 부모들의 독박 육아와 고립감을 나누어지는 실질적인 품앗이 돌봄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성도들이 대가 없이 이 짐을 함께 나누어 질 때, 교회는 비로소 이 세상을 향해 생명을 출산하는 영적 태()’의 역할을 감당하게 될 것이다.

세상의 모든 불이 꺼져가고 생명의 기운이 메말라가는 소멸의 시대다. 그러나 복음은 늘 절망의 무덤 사이에서 피어나는 부활의 생명이었다. 교회와 성도들이 먼저 자본의 우상을 깨부수고 생명의 존엄을 선택할 때, 이 메마른 땅에 다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질 것이다. 무너진 기초를 다시 쌓고, 소멸해가는 이 땅에 하나님의 숨결을 불어넣는 생명의 통로로 일어설 교회의 야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발행인 윤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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