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으로 보는 간신론 ①] 르호보암 왕과 참모들

원로충신을 버리고 MZ 간신을 선택한 비극, 지도자를 파멸로 이끄는 참모의 조건

2026-10-27 21:09:38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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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흥망과 기업이나 단체의 성패는 리더 한 사람의 능력에만 달린 것이 아닙니다. 리더의 눈과 귀가 되어주는 참모들이 어떤 태도로 지도자를 섬기느냐에 따라 제국이 흥하기도 하고, 하루아침에 공중분해 되기도 합니다. 성경 역사상 가장 부유했던 솔로몬 제국을 단 사흘 만에 반토막 낸 르호보암 왕의 비극은, 흔히 왕의 ‘독단’으로만 치부되곤 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공동체의 운명보다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한 ‘간신(奸臣)’들의 교묘한 아부와, 조직을 살리기 위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충신(忠臣)’들의 격돌이 있었습니다.

참된 충신의 자세는 리더가 가야 할 ‘바른 길’을 제시하는 데 있습니다. 솔로몬 왕이 죽고 새로 취임한 르호보암 왕 앞에 백성들은 그동안 쌓인 노고와 무거운 세금을 줄여달라며 간곡히 호소했습니다. 위기의 노사 협상 테이블에서 솔로몬 생전부터 산전수전을 다 겪은 원로 자문단은 왕에게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들은 왕에게 “지금 백성들을 섬기는 자가 되어 좋은 말로 대답해 주십시오”라고 진언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왕의 기분을 맞추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리더의 비위를 거스르더라도 공동체의 파멸을 막기 위해 ‘낮아짐과 경청’이라는 뼈아픈 경영 진단을 내린 것, 그것이 바로 자기를 버리고 조직을 살리는 참된 충신의 자세였습니다.

반면, 지도자를 파멸로 이끄는 간신의 자세는 리더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가공해 바치는 데 있습니다. 르호보암은 원로들의 쓴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 자신과 함께 자라온 청년 참모(MZ 신하)들을 곁으로 불러들였습니다. 현장의 고통을 전혀 모른 채 온실 속에서 자란 이 젊은 실세들은 오직 왕의 총애를 독점하고 자신들의 입지를 다지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들은 왕의 눈과 귀를 가리기 위해 그의 비대한 자존심과 열등감을 교묘히 자극했습니다. “처음부터 숙이면 우습게 보입니다. ‘내 아버지는 채찍으로 다스렸으나 나는 전갈 채찍으로 다스리겠다’며 더 매운맛을 보여주십시오”라는 청년들의 제안은, 리더를 위한 조언이 아니라 왕의 눈을 멀게 하여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히 하려는 전형적인 간신의 감언이설이었습니다.

결국 간신들의 달콤한 아부에 취한 르호보암은 충신들의 서류를 찢어버린 채 백성들 앞에 서서 “전갈 채찍으로 너희를 다스리겠다”는 최악의 폭언을 쏟아부었습니다. 그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절망한 백성들의 80%가 그 자리에서 등을 돌려 새로운 독립 법인을 차려 떠나버렸고, 찬란했던 제국은 순식간에 몰락했습니다. 왕의 비위를 맞추며 권력을 탐했던 MZ 간신들은 왕을 위하는 척했지만, 결과적으로 지도자의 목에 칼을 겨눈 셈이 되었습니다. 리더가 듣기 좋은 말만 골라 하며 그의 독단에 박수를 치는 참모는 결코 충신이 될 수 없음을, 이 제국의 분열은 엄중히 증명합니다.

‘간신론’의 관점에서 르호보암의 몰락이 주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좋은 참모는 지도자의 비위를 맞추는 자가 아니라, 조직의 생존을 위해 리더의 아픈 곳을 찌를 수 있는 자입니다. 반대로 리더를 망치는 간신은 언제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달콤한 목소리로 리더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버립니다. 리더를 섬기는 자의 자세는 오직 공동체의 유익을 향해야 하며, 리더는 자신에게 달콤한 말을 건네는 자가 아닌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자를 곁에 두어야만 제국을 지켜낼 수 있습니다./ 발행인 윤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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