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델리에 위치한 로힝야 난민 시설. ⓒ유튜브 영상 캡쳐/The Wire
인도 정부가 미얀마 출신 로힝야 기독교 난민들을 아무런 경고 없이 구금하고, 국제 해상에 빠뜨려 다시 미얀마로 되돌아가게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 중 일부는 수영도 하지 못했으며, 현재까지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에 따르면, 인도 델리 경찰은 지난 5월 6일(이하 현지시각) 로힝야 난민 38명을 구금 후 추방했다. 이 중 15명은 기독교인으로, 여성과 노인도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공군에 의해 안다만 제도(Port Blair)로 이송된 뒤, 해군 함정에 실려 국제 해역에 던져졌다고 그 가족들은 증언했다.
델리에 거주 중인 로힝야 난민 사덱 샬롬(Sadeq Shalom)은 모닝스타뉴스(Morning Star News)와의 인터뷰에서 “형 존 안와르(John Anwar)와 형수, 그리고 다른 가족들이 추방된 이후 두 달 넘게 연락이 끊겼다. 생사만이라도 알 수 있으면 좋겠다. 이 불안감이 우리를 죽이고 있다”고 전했다.
형 안와르는 5월 9일 새벽 미얀마 해안에 도착해 한 어부의 휴대전화를 빌려 17초간 전화를 걸어 왔으나, 그 이후로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피해 난민들이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군인들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내용도 전해졌다. 안와르는 옷에 적힌 이름과 십자가 표시 때문에 신분이 드러났고, 군인들은 그를 ‘파할감’(Pahalgam) 테러 사건과 관련된 파키스탄인이라며 모욕하고 폭행했다고 한다.
샬롬은 “우리에게 가장 힘든 건 살아남은 가족과 이별하는 것도, 가난한 것도 아니다. 이렇게 아무 말도 없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사라지고, 죽었는지도 모른다는 이 현실”이라고 했다.
샬롬과 함께 인터뷰에 응한 또 다른 난민 나시르 데이비드(Nasir David)는 자신의 노부모도 같은 방식으로 추방됐다고 밝혔다. 그는 “어머니는 당뇨, 아버지는 고혈압 약을 매일 드셔야 하는데, 약도 돈도 없이 쫓겨나셨다. 어머니는 혈당이 떨어지면 자주 실신하시는데, 미얀마에서 어떻게 지내고 계실지 생각하면 정말 무섭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추방된 이들 중 상당수는 수영조차 할 줄 몰랐으며, 일부는 여성으로 최근 유산 수술을 받은 뒤 회복 중인 상태였다. 그럼에도 인도 해군은 이들을 구속하고 눈을 가린 채 바다에 던졌고, “구조선이 곧 올 것”이라는 말만 남겼다고 한다.
사건은 지난 2월 26일, 약 150명의 로힝야 기독교인이 ‘생체정보 등록’을 위해 불려가면서 시작됐다. 당시에는 특별한 일이 없었지만, 경찰은 5월 6일 15명에 대해 “기술적 오류가 발생해서 다시 검사를 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이후 이들은 여러 시설로 이동된 뒤 인더록(Inderlok)의 구금시설에 수용됐고, 그 과정에서 휴대폰을 압수당했다.
현재 델리의 로힝야 기독교인 135명은 계속 경찰의 감시와 위협 속에 살아가고 있다. 불시에 구금되거나 가족과 생이별을 겪은 이들은 극심한 불안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데이비드는 “아들로서, 공동체 대표로서, 저는 살아 있으되 생명이 없는 존재다. 매일 하나님께만 의지하며 하루를 버텨낸다”며 “우리의 현실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 어느 나라든, 가족이 함께 살며 두려움 없이 믿음을 지킬 수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Amnesty International)은 지난 6월 19일 성명을 내고 인도 정부에게 로힝야 추방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아카르 파텔(Aakar Patel) 이사는 “인도 정부는 국제법에 따른 의무를 지켜야 하며, 모든 로힝야 난민의 추방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로힝야는 원래 미얀마 서부의 원주민이지만, 미얀마 정부는 그를 방글라데시계 이민자로 간주하며 그의 시민권을 부정해 왔다. 2017년 발생한 로힝야 학살 이후 약 74만 명이 방글라데시 등으로 탈출했다. 그러나 로힝야 기독교인은 무슬림 다수의 로힝야 커뮤니티 안에서도 소수자이자 이단 취급을 받으며, 미얀마는 물론 인도 내에서도 심한 박해를 받고 있다.
인도는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인 오픈도어가 2025년 발표한 기독교 박해국 목록에서 11위를 기록했다. 이는 2013년 31위에서 급격히 상승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