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루스 올슨(Bruce Olson)의 삶은 한 청년의 무모해 보이는 용기가 어떻게 한 민족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렬한 서사이다.
브루스 올슨(Bruce Olson)의 선교여정
1961년, 19세의 미네소타 출신 청년 브루스 올슨은 대학을 중퇴하고 콜롬비아 정글로 향했다. 후원 단체도, 구체적인 계획도 없었다. 그가 품은 유일한 정보는 "모틸론족(현지명 '바리'족)은 외부인을 화살로 쏘아 죽이는 포악한 식인종"이라는 소문뿐이었다. 그는 언어학적 재능과 "그들에게도 하나님이 필요하다"라는 단순한 믿음 하나로 비행기 표 한 장을 끊어 정글로 들어갔다.
정글을 헤매던 브루스는 결국 모틸론족을 만났지만, 환영 대신 다리에 화살을 맞았다. 그는 죽음의 위기 속에서도 도망치지 않고 그들 곁에 머물며 그들의 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서구식 문명을 강요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과 함께 벌레를 먹고, 해먹에서 자며 그들의 '친구'가 되기로 결단했다.
브루스는 모틸론족의 신화 속에 '신에게 이르는 길을 잃어버렸다'는 갈망이 있음을 발견했다.
"예수님은 해먹을 타고 오신다"
브루스는 복음을 서구의 '종교'로 이식하지 않고, 바리(Bari)족의 세계관 안에서 해석했다. 바리족에게는 "신이 우리를 떠나며 길을 잃었다"는 전설이 있었다. 브루스는 성경을 전할 때 새로운 종교를 소개한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조상이 잃어버렸던 그 신으로 가는 길을 내가 찾았다"고 말했다. 이는 그들의 역사적 결핍을 복음으로 채운 결정적 접근이었다.
바리족은 바나나 줄기를 쪼개어 그 층을 보여주며 진리를 설명한다. 브루스는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과 인간 사이를 잇는 '생명의 줄기'임을 이들의 농경 문화적 상징을 빌려 설명했다.
바리족에게 안식은 해먹에 눕는 것이다. 그는 믿음을 "예수라는 해먹에 나를 온전히 내맡기는 것"으로 정의했다. 이처럼 철저히 그들의 언어와 상징을 사용했기에, 바리족은 복음을 외부의 침입이 아닌 '자신들의 이야기'로 받아들였다.
그는 성경을 그들의 문화적 맥락으로 번역했다. 어느 날, 부족의 지도자인 '보바리쇼라'가 브루스의 메시지를 듣고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와 함께 걷는 분"으로 받아들이면서 부족 전체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이는 강압적인 개종이 아니라, 그들의 정체성을 지키며 일어난 자발적 수용이었다.
"총구 앞에서 찬양을 부르다"
그러나 그의 사역은 순탄치 않았다. 콜롬비아 반군(ELN)에 납치되어 9개월간 감금과 고문을 당했다.
1988년, 콜롬비아 국민해방군(ELN)은 브루스를 '제국주의의 첩자'로 오인해 납치했다. 9개월간의 사투는 그 자체로 전설적인 간증이 되었다.
반군은 그를 굴복시키기 위해 가짜 처형을 반복했다. 눈을 가리고 총을 겨눈 순간에도 브루스는 떨지 않고 찬양을 불렀다. 그 평온함에 오히려 반군 대원들이 당황하며 "당신은 도대체 누구냐"고 묻기 시작했다.
감금 기간 동안 브루스는 자신을 감시하는 반군들에게 바리족의 언어와 성경을 가르쳤다. 심지어 반군 지도자들조차 그의 인격에 감화되어 고민을 상담하기 시작했다.
9개월 후, 반군은 브루스를 조건 없이 석방했다. 이유는 황당하게도 "당신이 여기 더 머물다가는 우리 대원들이 전부 그리스도인이 되어 혁명을 포기할 것 같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석방 당시 반군들은 그에게 경의를 표하며 배웅했다. 반군은 그를 처형하려 했으나, 오히려 수용소에서 반군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그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석방한 것이다
현재 모틸론족은 브루스의 도움으로 학교와 병원을 세우고, 자신들의 문화를 유지하면서도 현대 사회와 소통하는 건강한 공동체로 성장했다.
위대한 선택과 결단: ‘나’를 버리고 ‘그들’이 되는 용기
인생은 수많은 선택의 연속이지만, 역사를 바꾸는 결정은 언제나 '자기 부인'이라는 좁은 문에서 시작된다. 브루스 올슨의 생애는 우리에게 진정 위대한 결단이란 무엇인지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첫째, 안락함을 포기할 준비가 되었는가? 19세 청년이 누릴 수 있었던 미국의 안락한 삶을 뒤로하고 정글의 화살 앞에 서는 것은 단순한 만용이 아니다. 그것은 가치 있는 목적을 위해 현재의 기득권을 배설물처럼 여기는 결단이다. 위대한 선택은 언제나 '안전지대(Safety Zone)'를 벗어날 때 시작된다.
둘째, 군림할 것인가, 친구가 될 것인가? 많은 이들이 도움을 줄 때 '우월감'이라는 옷을 입는다. 하지만 브루스는 문명을 전파하는 정복자가 아니라, 그들의 언어로 숨 쉬는 친구가 되기를 선택했다. 복음을 그들의 문화 속에 녹여낸 그의 결단은 '가르치는 자'가 아니라 '함께 걷는 자'가 되는 것이 진정한 변화의 시작임을 보여준다.
셋째, 끝까지 견딜 수 있는가? 납치와 고문, 질병의 위협 속에서도 브루스는 콜롬비아를 떠나지 않았다. 결단은 시작하는 에너지가 아니라 끝까지 버티는 인내의 근육이다. 흔들리지 않는 결단만이 한 민족을 멸망의 위기에서 구해내고 전설적인 사역을 완성할 수 있다.
맺음말:
오늘날 우리는 효율과 속도를 선택의 기준으로 삼곤 한다. 그러나 브루스 올슨의 삶은 말한다. 진정 위대한 선택은 낮은 곳을 향하는 사랑이며, 그 사랑에 뿌리박은 결단만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기적을 낳는다고. 우리 역시 각자의 '정글' 앞에서 나를 버리고 타인을 얻는 위대한 선택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윤광식 기자(kidokilbo@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