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선교의 중심축이 서구(Global North)에서 비서구(Global South)로 완전히 이동했다. 이제 선교는 ‘서구에서 열방으로’가 아니라, ‘모든 곳에서 모든 곳으로(From everywhere to everywhere)’ 나아가는 시대이다.
오랫동안 우리는 선교를 유럽과 북미의 기독교 국가들이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의 낙후된 지역으로 복음을 들고 찾아가는 구조로 인식해 왔다. 그러나 21세기 현대 선교의 지형은 이러한 전통적 패러다임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세계적인 선교 연구 기관인 글로벌기독교연구센터(CSGC)와 세계기독교데이터베이스(WCD)가 발표한 최신 지표들은 세계 선교의 중심축이 비서구권, 즉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로 완전히 대전환되었음을 역사적 사실로 증명하고 있다. 이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지표가 바로 ‘전 세계 해외 선교사 파송 국가 Top 10’ 통계이다.
[ 세계 해외 선교사 파송 상위 10개국 현황순위]

▴국가별 장기 선교사 파송 통계
위 통계가 우리에게 주는 충격은 신선하다. 선교사 파송 상위 10개국 중 서구권 국가는 오직 미국 단 한 곳뿐이다. 나머지 9개자리는 모두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의 비서구권 국가들이 휩쓸고 있다. 반면, 과거 19세기 세계 선교를 주도하며 수많은 영적 거장들을 배출했던 서유럽 전통 강국들의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최신 세계 기독교 지표에 따르면 영국은 약 3,500~4,500명, 독일은 약 2,500~3,200명, 프랑스는 약 800~1,200명 선에 머물며 세계 15위~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서유럽의 세속화와 교인의 급감으로 힘을 잃은 유럽 교회는 이제 선교사를 '보내는 나라'에서 한국, 브라질, 나이지리아의 선교사를 '받는' 역선교(Reverse Mission)의 대상지로 전락했다. 복음주의 기독교 언론들은 이를 세계 기독교의 '지진해일 같은 대전환'이라 명명한다.
서구 교회의 빈자리를 치고 올라온 필리핀 교회의 성장과 도약은 그래서 더욱 눈부시다. 필리핀 통계청(PSA) 기준 개신교 인구가 13%에 육박하며 1,500만 명 규모로 폭발한 필리핀 교회는, 전 세계 180여 개국에 퍼진 200만 명의 해외 노동자(OFW) 디아스포라 네트워크를 활용해 강력한 평신도 전문인 선교를 펼치고 있다. 지난 2026년 6월 6일, 필리핀한국선교사협의회(KMAP)의 협력 속에 필리핀인 미카일라 선교사가 캄보디아로 파송된 사건은 비서구권 교회가 선교의 '수혜자'에서 '당당한 파송 주체'로 체질 개선을 완수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이러한 '다중심적(Polycentric) 선교' 시대의 도래는 한국 교회에 중대한 과제를 던지고 있다. 한국교회는 세계 3위의 선교 강국으로 헌신해 왔으나, 현재 파송 선교사의 평균 연령이 53.9세에 달하는 등 심각한 고령화와 다음 세대 동력 감소에 직면해 있다. 반면 글로벌 사우스의 신흥 파송국들은 청년 세대의 압도적인 인구 구조와 뜨거운 영적 에너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제 한국 교회는 과거 물질과 인력을 투입해 사역을 독점하고 지휘하던 ‘독주(Solo)’의 시대를 끝내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지금 유럽의 촛대를 옮기시어 브라질의 정열, 필리핀의 언어와 이주민 인프라, 나이지리아와 중국의 야성을 세계 선교의 새로운 군대로 다듬어 사용하고 계신다.
우리가 걸어가야 할 다음 세대의 선교는 명확하다. 선교지에 세워진 비서구권 현지 교회들을 대등한 파송국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것이다. 한국 교회가 가진 선교 시스템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하되, 과감히 리더십을 이양하고 배후에서 동역하는 ‘동반자적 협력 선교(Co-Mission)’로 체질을 바꾸어야 할 때이다. 그것만이 글로벌 사우스의 젊은 청년 군대를 앞세워 온 열방을 살리시는 하나님의 새로운 세계 선교 작전에 지혜롭고 겸손하게 동참하는 길이다./ 윤광식 기자(kidokilbo@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