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한경직·김준곤 목사.
한국복음주의연합회 6월 월례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가 6월 13일 오전 서울 중구 영락교회 50주년기념관에서 ‘새로운 시대와 복음주의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한경직(1902-2000) 목사와 김준곤(1925-2009) 목사의 리더십이 재조명됐다.
이날 발표회에는 한복협 교회갱신부위원장 조평세 박사(1776연구소 대표) 사회로 김신대 소요한 교수가 ‘한경직의 신앙과 국가관’을, 김철영 사무총장(세계성시화운동본부)이 ‘김준곤 목사의 리더십에 발표했다.
∎‘한경직의 신앙과 국가관’ 소요한 교수(감신대)
▲소요한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한복협
“한경직 목사 신앙은 본질 추구, 기독교 복음이 민주주의를 완성, 기독교와 사회주의는 양립 불가”
‘한경직의 신앙과 국가관’을 제목으로 발표한 소요한 교수(감신대)는 한 목사의 신앙을 중심으로 그 주변을 형성한 그의 건국·반공·평화 사상을 함께 살폈다. 그는 “후대 신앙인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목회자인 한경직은 생전 청빈과 겸손으로 신앙의 본질을 추구하면서 평화와 사랑을 이뤘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인 선교·교육·봉사를 하면서 평생 살았다”며 “이는 현대 사회에서 기독교가 나가려는 방향에 영감을 준다”고 요약했다.
소요한 교수는 “한경직의 신앙은 본질 추구가 중심이었고, 신학 사상과 세속화된 이념 등은 주변으로 뒀다. 특히 유학을 하면서 교회사 학자가 되고자 했지만, 폐병을 치료하면서 ‘성경대로 살고 주님 위해 일하는 목회자’로 목표를 바꿨다”며 “죽음을 코앞에 두고, 그의 신앙관은 구원이 죽음 후가 아닌 지금 이 순간 경건한 생활을 해야 한다는 신앙과 실존 관계를 확립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소 교수는 “한경직의 건국 이념 형성은 오산학교에서 남강 이승훈과 고당 조만식의 설교와 가르침을 받았던 덕분이다. 그의 건국 사상에도 신앙적인 고백이 있다”며 “세계 모든 국가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수립돼야 한다는 그의 건국이념은 그의 구원관과 깊이 연관돼 있다. 그는 ‘기독교 복음이 민주주의를 완성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고 전했다.
그는 “한경직은 공산주의의 유물론적 사고를 비판했다. 한경직은 기독교와 사회주의가 양립할 수 없음을 경험으로 알았다. 기독교 정신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제도는 민주주의이므로, 반공의 태도로 일관했다”며 “보안과 자유를 보장할 수 있다면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던 박정희도 수용했던 이유”라고 언급했다.
소 교수는 “한경직은 공산주의가 추구하는 유토피아는 결국 기독교가 다루는 인간 본성인 죄성을 해결해야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공산주의 유물론적 관점이 세상 물질에 기준을 두고 있어, 한계와 오류가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유신체제에서도 데모가 아닌 대화를 통해서 바꿔 나가려 했다. 기독교가 동심원이 되고, 다른 체제인 민주주의 등이 주변 원이 되는 것으로 봤다”고 평가했다.
소요한 교수는 “평화 사상은 한경직 신앙의 중요한 기반이 됐고, 결론과도 같다. 장로교 분열 한복판에 있던 그는 ‘분열을 원하지 않았지만, 봉합 시도가 매우 힘들었다’고 술회했다”며 “한경직은 신앙을 동심원으로 두고, 신학적 이념을 주변 원으로 두어 신앙을 중심으로 존재하길 원했다. 한경직은 화평의 핵심은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이고, 이를 강조하는 이유는 ‘깨끗한 생활’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끝으로 “목회자는 하나님 앞에 종으로 깨끗하여 그분의 뜻인 평화와 사랑을 이루는 자, 이를 교인에게도 심어주며 교인끼리 서로 사랑할 수 있도록 하는 자, 분열이 아닌 신앙의 본질을 추구하며 평화를 이루는 자”라며 “정치 이념이 신앙의 본질로 들어와 교회와 사회를 분열시키는 것이 아니라, 신앙이 동심원을 기준으로 정치 이념을 주변 원으로 두어 다시 평화와 일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김준곤 목사의 리더십 : 김철영 사무총장(세계성시화운동본부)
▲김철영 목사가 발표하고 있다. ⓒ한복협
“김준곤 목사는 피 묻은 십자가 복음 전달자, 민족을 품고 기도한 목회자, 복음전도와 사회책임 강조, 한국교회연합에도 힘써”
이어 김철영 사무총장(세계성시화운동본부)이 ‘김준곤 목사의 리더십’에 대해 “김준곤 목사님은 ‘민족의 가슴마다 피 묻은 그리스도를 심어 이 땅에 푸르고 푸른 그리스도의 계절이 오게 하자’는 슬로건을 걸고 민족복음화운동을 전개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복음을 강조하셨다”며 “설교 중 예수 그리스도와 민족이라는 두 가지 단어만 나오면 눈물을 글썽이셨다”고 회고했다.
김철영 목사는 “김준곤 목사님은 1962년 2월 삼각산 민족기도원에서 기도하실 때부터 민족의 입체적 복음화를 위한 기도와 비전을 품고, ‘지상 최초로 민족의식과 예수의식이 하나된 민족’을 꿈꾸셨다”며 “조국을 위한 기도를 쉬지 않았고, 철저한 반공주의자로서 6.25 때 공산당에 의해 부친과 사모를 잃었음에도, 굶주림에 처한 북한 동포를 돕는 일에 앞장섰다. 복음적 평화통일을 비전으로 삼고, 북한 4,300 동리를 CCC 학생들이 하나씩 정해 기도하도록 도전했다”고 소개했다.
김 목사는 “김 목사님을 철저한 복음주의자이셨다. 성경의 절대 권위와 예수 그리스도 구원의 유일성을 믿었고, 피 묻은 십자가의 복음 전파를 최우선으로 했다. 그러면서도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셨다”며 “1958년 한국CCC 창설 후 민족의 심장과 새벽이슬 같은 대학생들을 직접 전도하고 양육하면서, 민족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여기도록 도전하셨다”고 밝혔다.
그는 “김준곤 목사님은 한국교회를 보호하는 일에도 앞장섰고, 한국교회 연합을 추구하셨다. 기독교 선교 100주년 대회에 한국교회 전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셨고, CCC의 전도와 제자화 전략을 한국교회에 공유했다”며 “1999년 기독교 동서화합운동과 2002 월드컵 성공 개최 운동 등 국민 통합을 추구하면서, 진보 진영 목회자들을 후원했다. 국가적 중요 사안에 기독교적 대안도 제시하셨다”고 이야기했다.
김 목사는 “엄청난 사역을 하셨지만, 늘 겸손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습성이 몸에 배어 있는 소박한 분이셨다. 어렵고 힘든 사역자를 위해 눈물로 기도하고, 드러내지 않고 후원하셨다. 사모님이 약국 운영으로 마련한 자택도 내어놓으셨다”며 “무엇보다 오직 사역과 하나님 나라 복음에만 집중하셨다. 양복 안주머니에 메모지를 갖고 다니면서,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메모를 하시곤 했다”고 했다.
김철영 목사는 “오늘날 한국교회는 보수 연합기구가 셋으로 분열돼 있고, 진보 연합기구인 NCCK는 민주화 이후 위상과 영향력이 약화돼 있다. 한국교회 신뢰도도 많이 약화돼 있는 이때, ‘새로운 복음주의 리더십’은 탁월한 한 사람이 아닌 ‘공동의 리더십’을 이뤄야 한다”며 “복음주의 신앙과 신학을 바탕으로 보수와 진보 지도자가 함께하고, 평신도 지도자들도 함께해 공동의 리더십을 형성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며, 국가 주요 현안에 기독교 가치에 기반한 대안을 제안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발표 후에는 질의응답이 이어졌으며, 회장 인사와 명예회장 이정익 목사(신촌성결교회 원로)의 축도, 총무 이옥기 목사(전 UBF 대표)의 광고로 행사가 마무리됐다.
앞선 기도회에서는 부회장 박재신 목사(은혜광성교회) 사회로 영락교회의 특송 후 중앙위원 김운성 목사(영락교회)가 ‘적은 것의 승리(마태복음 13:33)’라는 제목으로 설교했으며, ‘한국교회를 위하여’ 지도위원 박완신 장로(소망교회), ‘우리나라를 위하여’ 신학부위원장 이관표 교수(한세대)가 각각 기도했다./ 윤광식 기자(kidok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