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군기독교연합회에 성금 전달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고경환 목사, 이하 한기총)는 17일(목) 대형 산불로 피해를 입은 경북 지역의 교회와 지역 연합회를 직접 찾아 목회자들을 위로하고 '피해 복구 성금'을 전달했다. 대표회장 고경환 목사와 사무총장 김정환 목사, 비서실장 이의현 목사 등은 하루 동안 의성, 청송, 영덕, 안동 등 교회와 연합회 6곳을 돌아보며 산불로 인해 피해를 입은 교회들의 상황과 고통, 아픔을 함께 나눴다.
화마가 지나간 현장은 한참이 지났음에도 그 끔찍했던 상흔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검게 그을려 바닥에 주저앉아 버린 예배당들은 예전에 교회였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처참함이 가득했다. 고경환 대표회장을 비롯한 방문단은 그 끔찍한 모습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으며, 안타까운 마음에 현장 곳곳에 무너진 자재들을 어루만지며 그 날의 악몽 같은 기억들을 함께 되짚었다.
청송군기독교연합회 회장을 지낸 이상춘 목사의 목계교회는 2층 규모의 교회 건물을 비롯해 바로 뒤 사택까지 전소돼, 철제 골조만 남은 상태였다. 산 바로 아래 접해 있던 목계교회는 모든 것이 다 타버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상춘 목사는 “이 시골까지 찾아와 주셔서 감사하다. 저희 마을에는 24가구가 전소되고 1명이 사망할 정도로 피해가 컸다”며 “지금은 저 아래 창고를 빌려 예배드리고 있다. 힘들지만, 복음 사역을 계속 해 나가겠다. 새 교회 건물을 세워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 주님을 섬기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방문단은 영덕기독교연합회 회장 이충연 목사(류천교회)의 인도로 교회 건물과 모든 집기가 잿더미로 변한 축산면 새벧엘교회(담임 신성희 목사)를 방문했다. 신 목사의 아내 이드보라 목사는 같은 곳에서 마하나임기도원을 운영 중이었고, 2년 전 사택을 리모델링했지만 이번 화재로 모두 불에 탔다.
이드보라 목사는 “산불로 지역 전체가 급속도로 불구덩이로 변하고 있었기에, 아이들과 필사적으로 봉고에 탑승해 달렸다. 도로에 있던 전선으로 불이 옮겨붙어 자칫 차 안에서 모두 타 죽을 뻔한 위기도 있었다. 그 속에서도 저희 네 식구를 살려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며 “좌절할까 두려워, 그날의 끔찍한 상황을 떠올리지 않으려 몸부림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 목사는 “성전과 사택이 순조롭게 회복되기만을 바란다. 이번 일이 전화위복이 되게 하시리라 믿는다”며 “현재 경북교육청 해양수련원에 위치한 임시처소 4인실에서 기도와 예배로 주님께 도우심을 구하며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삶의 터전을 잃고 몸만 빠져나와 빈털털이가 된 저희들에게, 믿음으로 하나님의 기적들을 체험하게 하시려는 것 같다.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가 놀랍고 크심을 깨닫게 하신다”며 “귀한 걸음을 해주셔서 몸소 보여주신 하나님 사랑의 실천에 감동이 된다. 더욱 새 힘을 얻어 일어나겠다”고 다짐했다.
영덕군기독교연합회 회장 이충연 목사는 산불 피해를 입은 영덕 지역 교회가 총 12곳이라고 설명했다. 상태가 매우 심각한 교회는 경정·매정·오천·충성·화천·빛과소금·석동 등 7곳이고, 어느 정도 피해를 입은 교회는 노물반석·신양·낙평·오보·구세군신안 등 5곳이다.
교인들 피해도 속속 접수되고 있다. 총 34곳의 교회에서 177명의 성도들이 피해를 호소했으며, 피해 사례 중 주택 전소가 103가정으로 가장 많았다. 영덕군 전체로는 주택 1,561세대와 점포 218개소, 차량 46대, 농기계 1,188대, 어선 28척, 농작물 109ha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의성군기독교연합회 회장 김규 목사는 "교회와 성도들의 피해가 상당하다. 5곳 교회가 결코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고, 성도들의 주택은 26채나 전소됐다"며 "특히 120년된 하화교회가 전소되는 너무도 가슴 아픈 사고가 발생했다. 1904년 설립된 하화교회는 한국 기독교의 초창기 역사를 간직한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은 교회인데, 참으로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번 산불 발화지이자 가장 피해가 컸던 의성 지역 목회자들은 방문단을 단촌면 하화교회로 안내했다. ‘120년 역사 교회’로 이번 산불 관련 보도에 자주 등장했던 바로 그곳이다. 1904년 설립돼 일제 박해도 견뎌냈던 하화교회는 사진에서 본 대로 벽돌 뼈대만 겨우 남아 있었다. 내부는 완전히 불에 타 사라졌고, 바로 오른쪽에 있던 사택도 전소됐으며 지난 2007년 세운 '창립 100주년 기념비'만 덩그러니 남아 안타까움을 더했다.
하화교회 김진웅 목사는 “뼈대를 남겨두고 리모델링을 할 생각인데, 어르신들이 다니시기에 진입로 경사가 급하다는 의견이 있어 완전히 뜯어고칠 수도 있다”고 향후 계획을 전했다. 의성 지역에서는 이 외에 교회 건물 외 인근 안동 지역에 위치한 기도원 건물이 전소된 세광교회(담임 황상모 목사)도 방문해 기도하고 위로했다.
방문단은 마지막으로 안동 남문교회를 찾아, 안동시기독교연합회 회장 임정순 목사에게 현황을 청취하고 성금을 전달했다. 임정순 목사는 “주신 성금을 피해 입은 교회들에게 잘 나누겠다”며 “오는 4월 20일 안동 지역 부활절 연합예배에서 헌금 전액을 산불로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새벽부터 늦은 저녁까지 강행군을 펼친 고경환 대표회장은 “너무도 큰 피해 앞에 감히 위로의 말씀도 쉽게 건네지 못하겠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었다는 좌절감이 얼마나 크시겠나?”라며 “허나 우리는 모든 것을 다 잃었어도 하나님의 은혜는 가슴에 품고 있지 않나? 한기총이 여러분의 고난을 함께 견디고 기도하겠다”고 위로했다.
이어 “이번 피해 복구를 위해 힘쓰시는 지자체 관계자와 소방당국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여러분들의 노고에 어려운 시기 다시 한 번 국민들이 힘을 얻는다”며 “하나님의 변치 않는 공의가 산불로 피해 입은 모든 이들의 상처 위에 오롯이 내려앉기를 간절히 기도한다”고 전했다.
한편, 한기총은 이번 산불 재난 직후 긴급 임원회를 열고 구호 성금을 모았다. 고경환 대표회장이 1,000만원을 낸 것을 비롯해 많은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모금에 동참했으며, 이번에 지원한 성금 이외에 추가로 피해 교회에 성금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윤광식 기자(kidok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