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감리교신학대학교 내 변선환 알아보기 학술 세미나’가 27일(화) 오후 6시부터 감신대 신석구목사기념관(종합관) 앞에서 외부인들의 방해속에 진통을 겪으며 진행되었다.
고(故) 일아(一亞) 변선환 전 감리교신학대학교 학장의 탄생 100주년(2027년)을 앞두고 추진된 학술 세미나가 학내 갈등과 물리적 대치 끝에 파행을 빚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이단대책위원회(이대위)의 개입과 학교 측의 장소 승인 불허 조치, 그리고 재학생들의 거센 항의가 맞물리면서 30여 년 전 한국 교계를 뒤흔들었던 ‘변선환 종교재판’의 신학적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쟁점의 중심: 변선환 교수의 ‘종교다원주의’ 논란
이번 사태의 뿌리에는 변선환 교수가 평생을 제기했던 신학적 논란이 자리 잡고 있다. 감신대 학장과 대학원장을 지낸 변 교수는 1990년 논문 ‘부타와 그리스도’ 등을 발표하며 타 종교와의 대화와 토착화 신학을 적극적으로 전개했다.
특히 그가 주장한 “교회 밖에도 구원이 있다”는 선언은 한국 보수 기독교계에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반대 측은 이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유일한 구원 노선을 부정하고 기독교 선교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배도 행위로 규정했다. 결국 기감 서울연회 재판위원회는 1992년 그에게 교단 내 최고형인 ‘출교(파문)’ 처분을 내렸고, 이 사건은 한국 개신교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종교재판으로 기록되었다.
주최 측 “한국적 신학 유산에 대한 학문의 자유 보장해야”
세미나를 공동 주최한 변선환 아키브와 한국신(信)연구소 등 옹호 측은 대학의 본질인 ‘학문의 자유’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들은 본 세미나가 변 교수의 신학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자리가 아닌, 서구 신학의 모방에서 벗어나 한국의 문화적 토양 위에서 복음을 치열하게 고민했던 ‘한국적 신학 유산’을 학술적으로 재조명하는 장이라고 강조했다. 교단의 과거 사법적 판단을 이유로 연구 기관인 대학교 안에서 비판적 토론조차 막아서는 것은 대학의 학문적 자율성을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행위라는 입장이다.
반대 측 “교단 정체성 훼손하는 이단 사상 재평가 불가”
반면 행사를 저지한 감신대 재학생 모임 ‘바이블모스’와 교단 내 보수 성향의 교회들은 교단의 신앙적 정체성 수호가 우선이라고 맞섰다. 반대 측은 “신학교는 일반 대학의 종교학과가 아니며, 미래의 목회자를 양성하는 곳인 만큼 교단의 공식 신앙고백을 준수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교단 재판을 통해 단죄된 종교다원주의 사상을 분명한 신학적 비판 없이 교내에서 기념하고 조명하는 것은 기감 사법 질서를 유린하고 영적 순수성을 훼손하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교단 개입과 학내 경색 우려… 갈등 장기화 조짐
논란이 커지자 기감 총회 이대위는 감신대 측에 과거 ‘출교 판결문’을 공식 공지하며 주의를 당부했고, 학교 측은 학칙에 따라 교내 시설 사용을 불허했다. 행사 당일 반대 학생들의 강의실 점거로 물리적 대치가 이어지면서 세미나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행사 무산 이후 보수 교회들은 “교단의 정체성을 지켜냈다”며 이대위의 강력한 조치를 지지하는 성명을 낸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학내에서 질문하고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는 것 자체가 두려워지는 ‘신학적 경색 국면’이 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불붙은 변선환 신학 논쟁은 한국 교계의 학문적 경계와 정통성 수호 사이의 깊은 과제를 남긴 채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윤광식 기자(kidokilbo@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