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 기획] 니카라과 종교 말살 현장을 가다

교회 예배에 프락치 심어 목사 설교 감청, 고발

2026-11-03 22:22:13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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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독재 체제를 강화하고 있는 다니엘 오르테가(오른쪽) 니카라과 대통령과 그의 부인인 로사리오 무리요 부통령. /로이터 뉴스1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과 로사리오 무릴로 부통령 부부가 이끄는 니카라과 정권이 법과 행정 시스템을 무기로 종교를 말살하는 작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국경에 성경책을 위험물로 규정해 반입을 금지하는 표지판까지 내걸렸다. 한국기독일보는 국제 인권기구의 기밀 보고서와 국경을 탈출한 현지 목회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겉으로는 행정을 앞세우지만 실제로는 종교의 자유를 처참히 짓밟고 있는 니카라과 정권의 탄압 실태를 심층 고발한다.

100만 명의 전도집회 개최한 ‘마운틴 게이트웨이’ 기획 숙청

오르테가 정권은 과거에 주로 정권 비판에 적극적이었던 가톨릭 교회를 탄압해 왔으나, 최근에는 정치와 거리를 두던 개신교 복음주의 교회들까지 무차별적으로 짓밟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미국 기반의 선교 단체인 ‘마운틴 게이트웨이’ 연쇄 투옥 사건이다. 이 단체는 현지법을 철저히 지키며 순수하게 구호 활동과 복음 전도에만 집중해 오던 곳이었다.

하지만 2023년 말, 이 단체가 주최한 대규모 부흥 집회에 무려 100만 명이 넘는 니카라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찬양하고 기도하는 일이 일어났다. 철저한 통제 속에서 독재 체제를 유지하던 오르테가 정권은 야당이나 시민사회의 개입 없이 이렇게 거대한 인파가 한곳에 모이는 현상에 극심한 정치적 불안감과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다. 결국 정권은 이 단체를 강제로 해체하기 위한 기획 숙청에 전격 착수했다.

2024년 3월에 열린 재판은 변호인의 접근조차 막은 채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었고, 정권은 증거 하나 없이 목회자들에게 자금 세탁과 조직범죄라는 누명을 씌웠다. 법원은 현지인 목사와 사역자 11명에게 각각 12년에서 15년의 중형을 선고했으며, 인당 8,000만 달러씩 총 8억 8,000만 달러(한화 약 1조 1,500억 원)라는 황당한 액수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 투옥자 중에는 갓 아이를 출산한 지 얼마 안 된 여성 사역자까지 포함되어 있어 큰 충격을 주었다.

이 사건의 법률 대리를 맡았던 국제 인권 로펌 'ADF 인터내셔널' 변호인단은 니카라과 사법부의 야만성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변호인단은 이번 재판이 범죄 증거가 단 하나도 제출되지 않은 명백한 사법 조작극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오르테가 정권은 기독교 지도자들이 대중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신앙의 자유를 외치는 행위 자체를 정권을 뒤흔드는 중범죄로 규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악명 높은 ‘라 모델로’ 교도소에 갇힌 목회자들은 성경책을 빼앗기고 오염된 흙탕물을 마시는 등 비인간적인 환경 속에서 고통스러운 수감 생활을 견뎌야 했다. 이후 미국 국무부의 끈질긴 외교적 압박과 중재 끝에 9개월 만에 극적으로 석방되었지만, 정권은 이들의 니카라과 시민권을 강제로 박탈하고 전 재산을 몰수한 채 과테말라와 미국 등지로 추방했다.

예배당에 잠입한 정보원, 족쇄 채워진 목회자들의 강단

마운틴 게이트웨이 사건 이후 정권의 법적 탄압은 더욱 촘촘해졌으며, 행정 절차를 핑계로 개신교의 뿌리를 뽑으려 하고 있다. 조사 결과 니카라과 최대 복음주의 단체 중 하나였던 ‘산 기독교 교단’을 비롯해 무려 1,200~1,500개에 달하는 기독교 선교 및 자선 단체들이 하루아침에 법적 지위를 잃었다. 이와 동시에 교회가 소유하고 있던 예배당과 기독교 학교, 빈민가 무료 급식소 등은 모두 정권에 의해 강제로 국유화되었다.

현재 니카라과 땅에 간신히 남아 교회를 지키고 있는 목회자들의 일상은 숨 막히는 감옥과 다름없다. 정권은 모든 교회 예배당에 정부 측 정보원들을 상시 배치하여 목사들의 주일 설교 내용을 실시간으로 녹음하고 감시한다. 만약 설교 중에 성경에 나오는 ‘공의’나 ‘자유’, 혹은 ‘압제로부터의 해방’ 같은 단어를 언급하기만 해도 정부 전복 선동죄로 몰아 협박하고 가택 연금을 당한다. 이러한 숨 막히는 감시를 견디지 못하고 밤을 틈타 국경을 넘은 성직자 수만 벌써 300명을 넘어섰다.

교회 밖으로 새어 나가지 못하는 찬양, 일상이 된 통제

정권의 잔혹한 칼날은 목회자뿐만 아니라 평범한 일반 성도들의 삶과 가정까지 깊숙이 파고들어 파괴하고 있다. 주민들을 촘촘하게 감시하는 정권의 감시망은 이제 교회를 넘어 성도들의 직장과 자녀들의 학교에까지 도달해 신앙생활을 방해하고 있다.

실제로 공공기관이나 정부 연계 기업에 근무하는 성도들은 교회에 출석한다는 사실이 적발되면 그 즉시 해고되거나 강등당하는 불이익을 겪고 있다. 자녀들 역시 학교에서 기독교 신앙을 고백하면 낙인이 찍혀 불이익을 당한다. 게다가 개신교의 대표적인 신앙 문화인 야외 복음 전도 집회나 대규모 찬양 기도회는 전면 불법화되었기 때문에, 성도들은 찬송 소리가 담장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교회 문을 걸어 잠근 채 숨죽여 눈물로 기도하고 있다.

성경책마저 밀수품으로… 21세기판 분서갱유의 현장

니카라과 국경 통제소와 버스 터미널의 실물 표지판은 오르테가 독재 정권의 광기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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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국경 안내판에는 드론이나 정권에 비판적인 잡지, 신문과 나란히 ‘성경(BIBLIAS)’이 공식적인 반입 금지 품목으로 선명하게 박혀 있다.

이러한 조치는 외부 선교 단체들이 깨끗한 성경책을 들여와 현지 성도들에게 보급하는 유통 경로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이다. 외부의 건강한 사상과 신앙이 주민들에게 유입되어 정권의 독재 통제망을 뒤흔드는 것을 막으려는 독재자의 고육책인 셈이다. 21세기에 성경책을 마약이나 무기 같은 밀수품처럼 취급하는 이 기괴한 풍경은 현재 니카라과가 직면한 비극적인 종교 자유의 현주소를 대변한다.

닫힌 국경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지하 교회의 기도

미국 재무부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러한 니카라과 정권의 인권 유린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종교 탄압에 관여한 고위 공직자들의 자산을 동결하고 비자를 제한하는 등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오르테가 정권은 기독교 단체들이 종교의 탈을 쓰고 테러를 모의하고 있다며 적반하장식 거짓 선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법치주의와 종교의 자유가 완전히 사라진 니카라과의 어두운 밤이지만, 신앙의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고 있다.

현지의 한 성도는 어두운 지하 방에서 낡은 성경책을 조심스럽게 꺼내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정권이 우리의 예배당 건물과 성경책은 강제로 빼앗아 갈 수 있을지 몰라도, 우리 마음속에 깊이 새겨진 신앙과 자유를 향한 갈망까지 몰수할 수는 없습니다." 독재 정권의 폭정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이들의 기도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거대한 저항의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윤광식 기자(kidokilb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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