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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사회의 파고는 한국 교회 강단이라고 비껴가지 않는다. 한평생 복음을 위해 헌신한 목회자와 선교사들의 은퇴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의 퇴임 이후 삶은 주거 불안정과 경제적 취약성이라는 무거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은퇴 목회에 대한 대책 마련은 이제 개교회나 개인의 문제를 넘어섰다. 각 교단을 이끄는 총회가 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 한국 교회 주요 교단 총회들은 이러한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은퇴 목회자와 선교사를 위한 실제적인 준비와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장 체계적인 시스템을 유지해 온 곳은 총회 법으로 연금 가입을 강력하게 강제하는 ‘의무 가입’ 교단들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 총회는 목사 안수 시 총회연금재단 가입을 필수 조건으로 의무화하여 약 87%라는 높은 가입률을 유지하고 있다. 목사 청빙이나 노회 연임 청원 시 연금가입자확인서 제출을 법적으로 의무화해 최소한의 재정적 안전망을 제공한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역시 교역자의 연금 가입을 의무화하고 미가입 시 총회 총대권과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합동)도 전국 모든 목회자와 총회 총대 전체로 은급연금 가입 의무화를 확대 시행하고 있다.
교단 전체가 법으로 유지하는 ‘은급제도’를 운영하는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는 교회가 내는 은급부담금과 목회자 개인의 은급기여금을 모두 법적 의무로 규정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와 예수교대한성결교회(예성) 등 성결교단 역시 총회 법령과 교역자공제회 규정을 통해 전 소속 목회자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특히 성결교단은 교회 경상비의 일정 요율을 연금 기금으로 반드시 내도록 법제화하여 ‘교회의 공동 책임’을 강화한 성공적인 선례를 보여준다.
반면, 자체 연금 기반이 없거나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선 교단들은 국가 법령 시스템과 시중 금융권을 활용한 지혜로운 우회 전략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예장백석) 총회는 제1금융권(우리은행)과 협약하여 법적 보호를 받는 퇴직연금제도(DB, DC, IRP)를 교계 최초로 도입했다. 교단이 직접 기금을 운용할 때 발생하는 금융 사고나 고갈 리스크를 원천 차단한 것이다. 이에 더해 예장백석은 연간 결산액이 낮은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을 위해 노회와 총회가 국민연금 보험료의 30~100%를 지원하는 공적 연금 연계 사업과 복지 사각지대 은퇴자를 위한 긴급 생활비 직접 지원 제도를 함께 가동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은퇴 목회자의 삶을 위협하는 주거 문제를 해결하려는 교단 총회의 구체적인 움직임도 활발하다. 한국기독교침례회(기침) 총회는 전국남선교연합회 규약 개정을 통해 은퇴사역자 주거안정 지원사업을 신설하고 전용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재원 마련에 나섰다. 예장통합 역시 ‘PCK 은퇴선교사 국내 정착을 위한 준비위원회’를 발족해 귀국 선교사들이 겪는 주거·의료 문제를 제도화했다. 교단의 벽을 넘은 초교파 공간인 ‘생명의빛홈타운’이나 한국해비타트의 ‘선한목수 프로젝트’를 통한 은퇴 선교사 마을 건립 등은 총회가 외부 전문기관과 어떻게 연대해야 하는지 방향성을 보여준다.
이 모든 현황을 종합할 때, 은퇴 목회를 위한 총회의 대응과 역할은 명확하다. 첫째, 연금 제도의 의무화와 안정적 운용을 통해 사역자들의 노후 재정 불안을 최소화해야 한다. 둘째, 자체 연금 자원이 부족하다면 예장백석의 사례처럼 공적 국민연금 및 시중 퇴직연금 시스템을 교단 행정에 적극적으로 이식하는 현실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퇴임 후 당장 생계를 위협하는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고 교단의 경계를 넘어 전문 기구와 협력해야 한다.
사역자들이 현역 시절 오직 목양과 선교에만 전념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총회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었다. 이제 그들이 강단을 내려오는 순간, 총회는 한 번 더 그들의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한다. 은퇴 목회자를 향한 실질적인 준비와 배려야말로 한국 교회의 영적 건강성과 지속 가능성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지표가 될 것이다./ 윤광식 기자(kidokilbo@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