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5세의 노(老)학자는 오늘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바로 ‘WCC의 정체 폭로’. 세계교회협의회(WCC) 때문에 승동측(합동)과 연동측(통합)이 분열하던 1959년부터 관심을 기울여 왔던 일이다. 당시엔 일개 신학생에 불과했지만, 50년 넘는 연구로 그는 국내 어떤 에큐메니칼 인사보다 WCC 현지 자료들을 풍부하게 보유하게 됐다. “에큐메니칼보다 에큐메니칼을 더 잘 알게 된 것”이다. 그러한 관심은 그를 I.C.C.C.(국제기독교연합회) 한국지부 간사와 미국 유학(Faith 신학교·Grace 신대원) 등으로 이끌었다.
▲조영엽 박사는 얼마 전에도 자신의 조직신학 등 저서를 중국에서 발간하는 문제로 중국을 다녀왔다. 그의 신학 저서들은 지난 2008년 중국 양회에서 출판을 허락받았다. 그는 현재 ‘성령론’ 개정판을 집필하고 있다.
오는 10월 WCC 부산총회를 앞두고 개정판을 펴낸 조영엽 박사(성경보수개혁교회단체연합회 대표회장)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평양 사투리가 섞인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WCC 60년사(史)를 쉴새없이 들려준 후 질문에 답했다. 그는 WCC 트베이트 총무와 한국 총회 준비위원장 김삼환 목사, NCCK 김영주 총무, 이형기 교수(장신대) 등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할 예정이다.
개정판에서 보완된 내용은 무엇인가요.
“3년 전에 초판이 나왔는데, 내용이 좀 미흡한 감이 있어 다시 썼어요. 이빨이 빠진 부분을 본인은 알잖아요. 한국의 NCCK와 조그련(조선그리스도교연맹), WCC와의 관계나 이번 총회 유치과정 같은 것들이에요.”
WCC에 대한 연구조사는 언제부터 하신 건가요.
“1959년 9월 셋째주 목요일 저녁, 대한예수교장로회 제44회 총회 때부터에요. 대전중앙교회에서 WCC에 반대하는 합동측과 찬성하는 통합측이 분열됐어요. 신학생 시절이었는데, 이를 체험하고 나니 ‘왜 한국 장로교가 분열됐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죠. 교권 문제 등 여러 말이 있지만, 그 배후에는 신앙과 교리 문제가 있었어요. 제 믿음의 아버지는 박형룡 박사님과 명신흥 박사님이십니다. 이 분들 추천과 짧은 영어 실력으로 I.C.C.C. 한국지부 간사를 맡기도 했어요.
3년 전에는 WCC 본부를 20일간 방문해 연구를 했습니다. 제가 미국에 있다 보니 NCC 본부도 자주 방문해서 자료들을 수집했죠. 1980년대에는 해방신학과 민중신학을 연구하기도 했어요. 밴쿠버 총회(1983년) 때는 깃발 들고 시위도 했죠(웃음). 총회 외에도 중앙위원회나 각 부서 모임에도 자주 다녔습니다. (WCC가) 공산당 운동을 할 때는 게릴라 단체들이나 미국 국무성에서도 자료를 모았어요.”
알아주는 이들도 별로 없는데, 왜 이렇게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시나요.
“벌써 제 나이가 75세입니다. 어물어물하다 세월이 다 갔어요(웃음). 하나님께선 여러 사람들에게 동일한 사명을 주시고 또 각기 다른 사명을 주셨잖아요. 한국과 전세계 교회가 좁은 길, 옛 신앙을 버린 채 세속화되고 교리와 신앙, 도덕과 윤리, 사상과 이념 면으로 변질되는 상황에서, 제게 주어진 사명이 따로 있다고 믿어요. 구체적으로는 WCC겠죠. 요즘 WCC 반대를 훌륭히 잘 하시는 분들 많지만, 구체적인 것들은 잘 모르십니다. 기껏 해야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얻는 정도이지요.
성경에는 ‘알면서도 바로 책망하지 않으면 삯꾼’이라고 나와 있잖아요. 하나님 앞에 제가 섰을 때, ‘네가 입을 봉해 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오도됐다’고 하면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저 아니라도 할 수 있지만, 제가 할 일이 있겠지요. 평양에서 태어나 이런 과정을 거쳐온 것은 이 시대를 위한 연단이 아니었나 생각해요. 그래서 컴퓨터 타자도 치지 못하지만, 20번씩 지우고 고쳐 가면서 글을 쓰고 있어요.”
공개토론을 제안하신다는데, 에큐메니칼 진영에서 대화에 응하지 않았나요.
“기회 있을 때마다 말하지만, 전혀 연락은 없었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라고 봐요. 첫째 저를 아는 사람들은 감히 도전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제가 미디어나 인터넷에 약하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WCC 문헌들을 더러 번역한 이형기 박사만 봐도, ‘토론토 선언’ 같은 걸 내놓으면서 ‘WCC는 보수’라고 거짓말을 하는데 그런 사람이 대화에 나설 수 있겠어요?”
‘WCC 반대는 철 지난 레드 콤플렉스’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몰라서 하는 말이에요. ‘공산주의’라고 하면 종교적으로는 무신론이고, 신학적으로는 적그리스도, 붉은 용의 세력(계 13, 17)입니다. 이 세력은 시대에 따라 변모되고 굴곡은 있어도 없어지지는 않아요. 이들이 주님 재림까지 남은 때가 얼마 없음을 알고 더 발악하고 있어요. ‘성도에게 단번에 주신 믿음의 도를 위하여 힘써 싸우라(유 1:3)’고 하셨습니다. 우리의 싸움은 에베소서에서 보듯 혈과 육이 아니요, 사탄과 그의 추종자들과의 ‘용전(勇戰)’입니다. 여기 WCC 자료들을 보면 공산주의 단체들에게 예산을 지원했거나 이들과 함께한 내용들이 나와 있습니다.”
박사님이 내세우시는 반대 이유들이 ‘일부 극단주의자들의 의견일 뿐, 대부분은 건전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일부가 아닙니다. 거의 다 그러합니다. 110개국 이상 350여곳의 교파가 모여 있고, ‘대(大)계파(Chruch Family)’만 10곳 이상입니다. ‘동양정교회(Oriental Orthodox)’만 봐도 그렇지 않습니까. 사실 WCC는 오합지졸들이 모인 연합체이기 때문에, 그들 말처럼 교리적·신앙적 정체성을 갖는 건 불가능하긴 합니다. 계시록 말씀처럼 ‘온갖 더러운 새들이 모인 바벨론’이에요. 다양한 교파와 주장들이 있다 보니 교리적·신앙적 통일성이 없지만, 전체적으로는 자유주의 신학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근래 와서 전도가 안 되다 보니 오순절 교파도 받아들였지요.”
그들끼리 모여서 총회를 연다는데 구태여 반대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
“아니죠. 신앙과 교리의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닙니다. 옳은 것은 옳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말해도 듣지 않는 판에 입을 봉해서야 되겠습니까. 올바른 양심적 태도가 아닙니다. 구원받고 말고는 하나님께 맡길 일이지만, 진리를 외쳐야지요. 무관심이 가장 큰 죄입니다. 무지도 마찬가지에요. 진리, 신앙, 교리 같은 중요한 문제들에는 늘 관심을 가지십시오.”
그들이 말하는 ‘사회 구원’도 어느 정도 필요한 것 아닌가요.
“그 사람들이 말하는 ‘사회 구원’은 사회주의적 발상에 근거한 것입니다. 그게 문제라는 것이지요. 공산주의자들이 말하는 ‘유토피아 사상’과 별다를 게 없습니다. 무천년주의자들과 일맥상통하는 주장이에요.”
이번에 보수와 진보 대표들이 함께 발표했다가 NCCK측에서 일방적으로 파기한 ‘공동선언문 사태’는 어떻게 보셨나요.
“4가지 항목은 그들(WCC측)이 받아들일 리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인본주의적인 시도였는데, 틀어진 게 오히려 다행이에요. 하지만 우리와 반대되는 사람들이라도, 바리새인들이 상대하듯 대해선 안 됩니다. 보수적인 이들이 정죄만 하는 것처럼 보이고 있잖아요. 그리스도의 향기를 나타내 그들이 도전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인격적으로 대하면서도,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야지요. 동성애 문제도 그렇습니다. 미국도 동성애 때문에 홍역을 앓고 있는데, 마치 소돔과 고모라를 보는 것 같아요. 분명히 지적해야 하지만, 헐뜯는 게 아니라 회개할 기회를 줘야죠.”
-마지막으로, 한국교회에 당부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지금은 자다가도 깰 때입니다. 이 중요한 신앙과 교리, 진리 문제에 너나할 것 없이 관심을 가져야 해요. 앞서간 믿음의 열조들을 통해 받은 이 역사적인 기독교 신앙을 지켜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주님 앞 심판대에 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래서 양보하고 저래서 포기하고 그래서 타협한다면, 무엇이 남겠습니까. 가슴이 아픕니다.”/ 크리스찬투데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