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열릴 WCC 제10차 총회가 불과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국교회 주요 교단 및 기관·교회 지도자들은 WCC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를 비롯해 약 30개 기독언론사들로 구성된 ‘WCC 제10차 총회 공동취재단’이 최근 한국교회 주요 교단·단체·신학교 대표들에게 질의한 결과, 이같이 파악됐다. 특히 응답을 보내온 이들 122명 중 WCC에 대해 공식적으로 찬성(지지) 의사를 밝힌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특히 예장 합동(총회장 정준모 목사)을 비롯해 고신(총회장 박정원 목사), 고려(총회장 박창환 목사), 합신(총회장 이철호 목사), 대신(총회장 황수원 목사), 예성(총회장 김두성 목사), 기침(총회장 고흥식 목사) 등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은 WCC 총회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WCC를 지지하고 있는 예장 통합(총회장 손달익 목사)과 기성(총회장 박현모 목사) 등은 아무런 의사도 표명하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예장 고려 총회장 박창환 목사는 “순교의 피로 이어져 온 한국 기독교의 신앙 전통과 성경적 진리를 사랑하고, WCC에서 나타나는 사탄의 세력으로부터 주님의 교회를 지키고자 하는 한국의 모든 교단들과 공동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성 총회장 김두성 목사는 “이번 WCC 부산총회로 말미암아 우리 예성 교단 뿐 아니라 한국교회가 분열을 다시 겪지 않을까 염려된다. 대다수의 한국교회들은 보수적인 성향으로 자유주의적 신앙을 부정하기 때문”이라며 “WCC 총회가 부산에서 개최를 강행한다면 우리 교단은 적극적으로 스위스 제네바에 항의사절단을 보낼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침신대 배국원 총장도 WCC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으나, 얼마 전 한기총과 NCCK 등이 발표했던 공동선언문에 대해서는 “구원받은 기독교인이라면 당연히 동의하고 수호해야 될 고백이라고 생각된다”며 “제 자신도 종교다원주의, 공산주의, 인본주의, 동성연애, 개종전도금지, 성경의 절대무오성에 대한 공동선언문의 고백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예장 통합 손달익 현 총회장은 답신을 보내오지 않았으나, 통합 증경총회장이자 한기총 증경회장인 이광선 목사는 공동선언문에 대해 “신학적으로 지지한다”는 응답을 보내왔다. 다만 이 목사는 WCC 철회운동에는 동참할 의사가 없으며, WCC 총회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여전히 교계 지도자들 사이에서 WCC의 실체에 대한 인식에 시각차가 커서, 이에 대한 대화와 토론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교회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WCC 반대측은 대체로 “WCC가 공산주의, 동성애, 일부다처제, 종교다원주의 및 종교혼합주의 등을 지지 내지 허용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WCC 찬성측은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향후 한국교회 내에서는 오는 10월 WCC 부산총회를 앞두고 WCC에 대한 신학적 논쟁이 더욱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본 공동취재단이 교계 지도자들에게 보냈던 질의서 전문이다.
WCC 제10차 총회 공동취재단의 질의서
존경하는 목사님께
섬기시는 교단과 기관 위에 하나님의 거룩하신 은혜가 언제나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오는 10월 부산에서 개최 예정인 ‘WCC 제10차 총회’를 앞두고 한국교회에 극심한 갈등이 일고 있는 바, 교계 27개 주요 언론사 기자들은 공동취재단을 구성하고, 한국 기독교 복음주의 지도자이신 목사님의 고견을 듣고자 이같은 질의서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교회 1200만 성도들과 사회 각계 지도자들도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기에, 본 공동취재단은 지도자 분들의 의견을 취합하여 교계 모든 신문지상에 보도함과 동시에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각 부처에도 보낼 예정입니다. 따라서 바쁘시더라도 한국교회 지도자로서 기독교의 정체성과 위상을 회복하기 위하여, 여기에 따른 명확한 입장이 무엇인지 4월 25일까지 답신을 보내주시길 요청드립니다. 답변이 없으실 경우 본 공동 취재단에서는 목사님께서 WCC에 신학적으로 동의하시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으니, 추후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성심껏 답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래
1. 지난 2013년 1월 13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 WEA 총회 준비위원장 길자연 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영주 목사, WCC 한국준비위원회 상임위원장 김삼환 목사 4인이 합의해 발표한 ‘WCC 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공동선언문’(첨부문서 참조)에 대한 귀하의 신학적 입장을 질의하고자 하오니 답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공동선언에 대해서는 사전 충분한 합의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일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내용 면에서는 기독교적으로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것이 한국 기독교계의 중론입니다. 그런데 이 공동선언을 한기총에서는 만장일치로 추인했지만, NCCK에서는 마치 쓰레기라며 일방적으로 파기해 버렸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이 문제에 대해 한국교회는 신학적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어, 공동취재단에서는 WCC에 대한 교계 지도자들의 입장을 차제에 분명히 밝혀야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하여 이같이 질의하게 되었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이 공동선언문의 내용을 신학적으로 지지하는지 여부를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혹시 공동선언문 내용 중에 잘못된 점이 있다면 지적해주시기 바랍니다.
1) 종교다원주의에 대해
2) 공산주의, 인본주의, 동성연애에 대해
3) 개종전도금지에 대해
4) “성경 66권은 하나님의 특별계시로 무오하며 신앙과 행위의 최종적이고 절대적인 표준임을 천명한다”는 것에 대해
2. 50여년 전 WCC에 대한 신학적 견해차로 한국교회는 극심한 분열의 아픔을 겪었습니다. 그런데 그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WCC 총회가 한국의 부산에서 열리기로 결정되어, 또다시 분열과 혼란의 역사가 재연되려 하고 있습니다. 이에 WCC 총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것이 한국교회에 무슨 유익이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대두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WCC 총회 철회운동도 일어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한 목사님의 의견은 무엇입니까
3. 조만간 한기총이 부산에서 WCC 제10차 총회 철회 촉구대회를 열고 스위스 제네바에 항의 사절단을 보낼 예정으로 알려져 있는데, 목사님께서는 한국교회 복음주의 지도자로서 이에 동참할 의사가 있으십니까.
WCC 제10차 총회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