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모 교회 그루밍 성범죄 피해자 기자회견 장면
지난 해 한국교회를 떠들 썩 하게했던 인천의 모 교회 부목사의 그루밍 사건은 한국교회에 경종을 울렸다. 한국여신학자협의회 기독교여성상담소(소장 채수지)가 발간한 ‘교회 성폭력 예방 지침서를 ’발간했다. 그 내용 중 ‘교회 내 그루밍 성범죄 발생 단계’ 부문을 발췌 게재한다.
교회 내 그루밍(Grooming) 성범죄의 단계
교회 성폭력의 대부분은 그루밍 성범죄입니다. 목회자가 성도와 일대일의 만남을 가지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그루밍 성범죄는 가해자가 피해자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 후, 자신의 성적 욕구 충족을 위하여 피해자를 성적 대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피해자는 이를 명확하게 성폭력이라 인지하기 어려우며 오히려 목회자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루밍 성범죄란
성범죄자가 피해자를 성적으로 학대하거나 착취하기 전, 대상의 호감(취미나 관심사 등 파악)을 얻고 신뢰를 쌓은 뒤 이러한 토대 위에서 자행하는 성범죄를 가리킵니다. 보통 가해자들은 피해자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해 공통의 관심사를 나누거나 원하는 것을 들어주면서 신뢰를 쌓은 뒤, 서로 비밀을 만들며 피해자가 자신에게 의존하도록 만듭니다. 그리고 점차 피해자가 성적 가해 행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길들이고, 피해자가 이를 벗어나려고 하면 회유하거나 협박하면서 폭로를 막기도 합니다.
그루밍 성범죄는 피해자들이 보통 자신이 학대당하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 표면적으로 피해자가 성관계에 동의한 것처럼 보여 수사나 처벌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그 문제가 심각합니다.
그루밍 성범죄의 단계
1. 피해자 고르기
가해자는 심리적으로 취약하고 의존할 대상이 필요한 성도를 고릅니다. 혼자 사는 여성, 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하거나, 아버지가 돌아가신 여성, 남편에게 폭력을 당하거나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은 여성, 거처가 없어 교회에서 거주하는 여성,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여성이 주 타겟이 됩니다.
2. 피해자의 신뢰 얻기
가해자는 예배, 성경공부, 상담 등을 통하여 피해자와 정기적으로 만나는 시간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신뢰를 쌓아갑니다. 피해자에게 매일 말씀이나 기도를 문자로 보내주기도 합니다. 피해자는 이를 목회적 돌봄으로 생각하면서 가해자를 신실한 ‘주의 종’으로 믿고 따릅니다.
3. 피해자의 욕구 채워주기
가해자가 주로 아버지 역할을 자처하면서 피해자의 정서적 욕구를 채워줍니다. ‘아빠’라고 부르게 한다든지 “내 딸로 삼자”라는 말을 일삼기도 합니다.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은 여성에게는 남편 역할을 하려들기도 합니다. 옷을 사입으라고 돈을 주기도 하고 함께 즐거운 경험을 하자고 합니다.
4. 피해자 고립시키기
가해자는 “내가 너에게 잘해주는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 된다”, “사람들이 너를 시기할 것이다”,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라는 식으로 자신과 피해자가 특별한 사이임을 강조합니다.
5. 관계를 성적으로 만들기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직접적으로 성적 요구를 합니다. “아내와 헤어지고 너와 결혼하겠다”, “너는 두 번째 아내 라헬이다”, “네가 외로워해서 내가 위로해주는 것이다” 등의 말로 피해자를 유혹하고 성폭력을 ‘사랑’이라고 합리화합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자신이 성관계에 동의했다고 느끼고 깊은 죄책감을 느끼게 됩니다.
6. 통제 유지하기
“목회를 하기 위해서 네가 필요하다”, “다윗도 밧세바를 범했지만 둘 사이에서 솔로몬을 낳지 않았느냐”라는 등, 사역이나 말씀을 빌미로 피해자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세뇌하며 계속해서 피해자에게 성관계를 요구합니다. 또한 가족이 있는 피해자에게 불시에 집으로 전화를 하거나 집 앞으로 찾아온다고 협박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피해 사실을 숨기고 성폭력에 순응하게 합니다. 심지어는 성폭력과 함께 폭력을 휘두르거나 금품을 갈취하는 등 피해자의 모든 것을 착취하기도 합니다.
피해자는 벗어나고 싶어도 자신이 너무 깊이 연루되어 버렸다는 생각에 가해자가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다 보면 오랫동안 성폭력에 시달리고 피폐해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