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KWMA “형제와 동역자로서 인터콥 포용해 달라”
▴[크기변환]인터콥 비전센터.jpg
세계 최대 이슬람 전문 선교단체인 인터콥선교회(본부장 최바울 선교사/ 이하 인터콥)가 결국 한국세계선교협의회(이하 KWMA)를 탈퇴했다. 인터콥은 지난 6월 29일 KWMA 이사장 앞으로 보낸 공문을 통해, 자진 탈퇴를 결정했음을 알렸다.
해당 공문에서 인터콥은 “그동안 저희를 품고 지도해 준 KWMA의 위상과 연합사역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자진 탈퇴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30년동안 KWMA 정회원 단체로서 지도하고 협력해 주신데 대해 감사 드린다”고 밝혔다. 지난해 코로나 확산과 관련해서는 “사실왜곡과 과장보도로 억울한 면이 적지 않다”고 씁쓸함을 전하면서도, “최선을 다했지만, 기대에 부흥하지 못해 논란의 대상이 되어온 것에 죄송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고 사과했다.
그간 선교지에서의 여러 갈등이 이슈화 되며, 한국교회 내 꾸준한 논란이 되어 온 인터콥이 KWMA에서 완전히 탈퇴하며, 한국교회는 여론으로부터의 부담을 한결 덜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객관적인 입장에서 인터콥의 이번 탈퇴가 과연 최선일 수 밖에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강하게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인터콥은 단일 선교단체로는 명실공이 세계 수준의 규모를 갖췄고, 인터콥이 운영하는 비전스쿨은 이미 세계 곳곳에 뻗어나가 현지 선교사 양성의 주요 기반이 되고 있다. 결정적으로 여타 교회가 꺼려하는 이슬람을 선교의 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세계 종교 지형에 있어서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번에 인터콥이 ‘자진 탈퇴’를 결정키는 했지만, 사실 KWMA 내 주변 상황들로부터 떠밀린 감이 없지 않아 있다. KWMA는 지난 6월 28일과 29일 양일간 부산에서 법인이사회를 열고, 인터콥에 대해 회원권 정지 2년, 지도 3년의 징계를 결정했다. 해당 징계는 지난 2월 정책위원회가 건의한 ‘인터콥 제명의 건’에 대한 논의 결과였다. 실제 KWMA 내부에서는 인터콥에 대한 찬반 여론이 강하게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인터콥은 원치않게 분란을 제공한 것에 대한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인터콥의 한 관계자는 “무려 30년 동안 동거동락했던 동역자들과 이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우리로 인해 KWMA가 더 이상 곤란해 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는 씁쓸함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진 탈퇴’를 포함해 최근에 계속된 인터콥 관련 이슈, 한국교회의 반응과 대응은 객관적 사실에 비춰 분명한 모순이 존재한다. 애초 이 모든 상황의 발단이 됐던 ‘BTJ열방센터’ 코로나 확산이란 사건 자체에 대한 객관적 판단은 무시됐고, ‘인터콥’ 자체가 어느새 문제의 핵심이 됐다. 메시지를 빌미로 메신저를 공격하는 전형적 상황이다.
그렇다면 ‘BTJ열방센터’ 사태의 본질은 무엇인가? 익히 알려진 대로 인터콥은 ‘BTJ열방센터’에서 불법 집회를 한 것인가? 방역수칙을 어겼는가?
결론부터 얘기하면 ‘BTJ열방센터’ 집회에서의 불법은 없었다. 인터콥은 당시 방역수칙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집회를 진행했고, 상주시의 허가도 받았다. 심지어 해당 집회 당일 상주시 공무원도 센터를 직접 시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인터콥이 방역수칙을 어기며, 은밀히 불법 집회를 강행하다가 코로나를 확산시켰다는 왜곡보도를 남발했다.
▴언론의 정정보도 리스트
마치 불법이 확산의 원인이 된 것 마냥 여론을 몰아간 것이다. 결국 이들 언론들은 추후 정정·반론 보도를 통해 자신들의 왜곡 보도를 인정했지만, 문제는 한국교회의 반응이었다.
당시 한국교회는 인터콥의 모임에서 코로나가 확산됐다는 사실에만 주목했다. 그것이 정상 신고된 집회였고,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켰다는 점은 외면했다. 일반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피해를 입고 있는 선교단체에 대한 보호는커녕, 자신들과 선을 긋는데 바빴다. 인터콥이 어느 순간 제2의 신천지가 되어버린 것은 엄밀히 언론이 아닌 한국교회의 매도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기독교대한성결교회가 지난 5월 총회에서 인터콥에 대한 결의를 기존 예의주시에서 경계로 한 단계 상승시킨 것은 이러한 여론몰이의 결과였다. 인터콥의 집회에서 코로나가 집단발생하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결코 불법의 영역은 아니었다. 정부가 허용한 모임에서 나온 확산에 ‘도의적인’ 책임은 물을 수 있어도 ‘고의적인’ 책임은 물어서는 안된다. 허나 기성의 금번 결의는 ‘도의적인 책임’에 대한 추궁이라고 하기에는 심히 가혹하다. 범죄가 아닌 사고에 대해 어찌 ‘반사회적’이라는 오명을 씌우려 하는가?
더욱이 이러한 논의를 애초에 ‘8개교단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에서 했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8개교단 이대위는 말 그대로 ‘이단’ 문제, 즉 신학의 영역을 다루는 단체다. 그렇다면 ‘BTJ열방센터’의 코로나 확산은 ‘신학’의 문제라는 것인가? 다시 말해 인터콥이 신학적으로 문제가 있어 코로나가 퍼진 것인가? 위 사건은 정확히 의료, 즉 과학의 영역이다. 8개교단 이대위가 코로나 확산을 놓고, 인터콥을 비난하는 것은 과학의 영역에서 일어난 사건을, 그 주체의 신학성에 책임을 묻는 어처구니없는 모순일 뿐이다.
덧붙여 ‘8개 교단 이대위’는 그 자체로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소위 한국교회의 대표를 자처하는 8개 교단의 이대위가 함께하는 본 단체는 특정 단체, 혹은 인물에 대한 신학적 문제, 이단성 연구를 공유하며, 각자 교단에서의 공통적 결의를 이끌어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런데 ‘8개 교단’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들이 과연 ‘이단’ 문제를 공유할 수 있는 관계인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8개 교단 중 합동, 통합, 고신, 합신, 백석 등은 같은 장로교니 그렇다 쳐도, 기감(감리교), 기성(성결교), 기침(침례교) 등은 서로의 신학이 완전히 다른 교파다. 같은 기독교라는 범주에서 서로의 신학에 대한 공통점은 공유할 수 있지만, 각자의 신학 기준에서 판단해야 할 ‘이단’ 문제는 애초에 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가 없다. 과연 칼빈주의와 알미니안주의가 신학에 있어 ‘다름’과 ‘틀림’의 구분을 서로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그것이야말로 철저한 ‘내로남불’일 뿐이다.
▴인터콥 호소문
사실 지난해 ‘BTJ열방센터’ 사태가 처음 보도됐을 때, 가장 곤란한 이 중 하나가 바로 KWMA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KWMA는 여타 교단들이 인터콥에 대한 문제를 꾸준히 제기할 때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인터콥의 선교적 기여’를 인정해 함께해 왔다. 인터콥의 자진탈퇴로 큰 의미가 없게 되기는 했지만, 법인이사회가 정책위의 제명 건의를 거부하고, 회원권 정지 등으로 ‘징계’의 수위를 낮춘 것은 30년을 동역한 ‘인터콥’에 대한 나름의 배려로 보인다.
허나 이러한 징계조차 다소 무거운 감이 크다. 오히려 방역수칙을 지키며, 적법하게 신고까지된 모임에서 나온 확산을 과연 징계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 하는 의문도 든다. 위에서 언급했듯 ‘BTJ열방센터 사태’는 사고였다. 도의적 책임이 크기는 하나, 어디까지나 이는 불법의 결과도 아니었고, 그렇기에 엄밀히 정부는 물론, 한국교회가 물을 책임 역시 없다.
사실 KWMA는 코로나가 확산되던 지난해 초 인터콥에 대한 지도 결과 보고에서, 인터콥의 변화 노력을 인정하며, 회원으로서의 권리를 회복시킨 바 있다. KWMA는 지난 2020년 2월 27일 발표한 서신에서 “인터콥이 KWMA의 사역지도를 적극 수용해, 사전협의, 한인 선교사 보호, 협력과 연합, 정직성과 소통의 부분에서 전향적 태도를 보였다. KWMA는 인터콥에 대해 그동안 시행했던 2년간 사역지도를 종료하고 자숙차원에서 시행했던 KWMA 회원 활동 정지를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인터콥이 사역지도에 적극 임했고, 그 결과 큰 변화를 이뤘다는 것이다.
▴사본 -kwma 전문
이에 더해 KWMA는 “한국교회와 선교계는 연합과 화해의 차원에서 그동안의 반목을 청산하고 형제와 동역자로서 인터콥을 포용해주시기를 부탁 드린다”며 “여전히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있지만 우리가 약점은 끌어안고 강점은 살려 인터콥이 한국교회의 세계선교에 결정적으로 공헌하도록 기도해 주시길 바란다”는 당부까지 전했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이 당부를 과연 지켜줬는가? 인터콥이 언론의 왜곡보도로 곤혹을 치르고 있을 때, 형제와 동역자로서 이를 포용해 줬는가? 아니면 한국교회가 끌어안은 약점은 과연 무엇이었는가?
딱히 인터콥을 두둔하고픈 생각은 없다. 더욱이 신학자가 아닌 언론의 입장에서 인터콥의 신학적 문제를 거론할 이유도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정부가 코로나 방역을 핑계로 교회를 탄압하는 일이 반복되는 상황에, ‘꼬리 자르기’식의 대응은 결코 스스로를 지켜내는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인터콥은 지난 시간 한국교회에서 분명한 논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KWMA를 포함한 선교계에서는 해당 논란들과 별개로 인터콥이 펼쳐온 선교적 기여를 매우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선교적 성과는 여태까지 모두 한국교회의 선교로 세계교회에 각인되어 왔다. 인터콥을 향한 교계의 '선 긋기'가 세계 2위의 선교대국이란 엄청난 업적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어리석은 과오로 나타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윤광식 기자(kidok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