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일 한양대학교병원 발달의학센터에서 발달장애인 특성에 맟춘 검사와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정신건강 전문의, 소아과 전문의, 재활의학 전문의, 전공의, 임상심리사, 행동치료사, 언어치료사, 작업치료사 등을 모시고 실무진 역량강화 교육 진행 장면(카도쉬아카데미 제공)
발달 장애인, 그들은 어떤 존재인가?
지난 여름, 자폐성 장애인의 성장기를 다룬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으면서 자폐인을 비롯한 발달 장애인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증가했다. 이 드라마로 인해 누군가는 자폐인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반대로 학교에서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는 친구를 향해 아이들이 ‘우영우’라고 놀리기도 하는 등 부정적인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발달 장애인, 그들은 누구인가? 발달 장애인은 크게 지적 장애인과 자폐성 장애인으로 구분되는데, 이들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늘 우리 사회 안에서 함께 존재했다. 그렇다면 하나님을 믿는 크리스천들은 발달 장애인을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바람직할까?
먼저 창세기 1장 27절 말씀에 의하면, 발달 장애인도 ‘하나님의 형상대로’ 남자 혹은 여자로 지어진 존귀한 존재다. 이 땅의 모든 생명을 귀하게 여기시는 하나님께서 발달 장애인들 역시 당신의 놀라운 계획과 목적을 가지고 창조하셨기에, 우리는 발달 장애인들이 자신의 재능과 소질을 계발하고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피조물로서 그 존엄성을 나타내며 존중받는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발달 장애인은 발달이 멈춘 존재라기보다는 발달이 지연되었을 뿐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는 관점으로 그들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성교육 역시 이들의 생애 주기에 따라 평생에 걸쳐 지속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발달 장애인 성교육의 목적
발달 장애인을 위한 성교육의 목적은 단순히 성과 관련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거나 발달 장애인의 성적 욕구를 해소하는 방법을 알려 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아나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있다. 즉, 나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살아야 하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각각의 상황에서 어떠한 매너를 지켜야 하는지, 어떠한 자조기술을 갖춰야 하는지, 어떤 것들을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지 등을 교육함으로써 발달 장애인의 자존감을 높이고 자립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발달 장애인 성교육에 있어서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갖도록 돕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들은 대개 자신들이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고, 보호자에 의지하여 피동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해 부정적인 자기 인식을 형성하고 있거나 자존감이 낮은 편이다. 따라서 긍정적인 자기 인식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과 건강한 친밀감을 나누고 적절한 성행동 및 사회적 행동을 함으로써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도록 지원하는 것이 발달 장애인 성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젠더 이데올로기 속 포괄적 성교육의 문제점
‘젠더 이데올로기’라는 거대한 흐름 안에서 이루어지는 ‘포괄적 성교육(comprehensive sexuality education)’은 성에 대하여 총체적으로 접근하여 인간 발달,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 사랑, 성 건강, 즐거움, 양육, 성 권리 등을 전반적으로 다루는 성교육이다.
많은 크리스천들이 포괄적 성교육을 비판하는 이유는 포괄적 성교육에서 다루는 여러 가지 주제 안에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이라는 범주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크리스천에게 있어서 하나님께서 만드신 성에 남자와 여자 외에 다른 성이 존재하지 않지만 포괄적 성교육에서는 제3의 성도 수용하고 있으며, 이성 간의 사랑만 정상적인 것이 아니라 동성애 역시 자연스러운 것이며 존중받아야 하는 것으로 가르치고 있다.
‘성 인권 교육’이라는 이름의 발달 장애인 포괄적 성교육
국내에서 발달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인 ‘성 인권 교육’ 역시 대부분 젠더 이데올로기의 틀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이 발달 장애인들의 안녕에 큰 위험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성 정체성에 큰 혼란을 줄 수 있다. 발달 장애인 중에서도 장애 정도가 심한 중증 발달 장애인들은 그들의 제한된 인지 능력으로 인해 자신의 성별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들에게 포괄적 성교육에 의해 다양한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교육하면 그들의 정체감에 더 큰 혼란을 줄 수 있다.
둘째, 성욕에 대하여 절제하거나 조절하기보다는 해소에 초점을 둔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피임 교육이 성교육의 핵심처럼 여겨지며, 피임 교육을 진행해 달라고 요청하는 기관들이 많다. 이런 경우 발달 장애인들은 피임 방법을 수행함에 큰 어려움이 있고,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되기에 피임 교육은 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포괄적 성교육으로 양성된 강사들은 발달 장애인의 부모들에게 자녀의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만지는 성적 행동에 필요한 기구를 제공하라고 교육한다. 이러한 교육을 접한 발달 장애인 부모들이 필자에게 가장 많이 질문하는 내용 중 하나가 바로 기구 사용에 대한 것이다. 이 질문이 나올 때마다 그 위험성을 알리고 기구를 사용하지 말 것을 당부하며 매번 재교육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발달 장애인들이 보이는 반복 행동의 특성이나 자기 몰입의 특성 등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기구를 결코 권할 수 없다. 발달 장애인이 자기 몸을 아끼지 않게 되며, 성적인 탐닉과 중독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발달 장애인의 건강과 안전보다 성욕의 해소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포괄적 성교육이 과연 진정으로 발달 장애인을 위한 교육인지 의구심이 든다.
셋째, 서로 동의만 한다면 상대방과 얼마든지 성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고 교육한다는 점이다. 동의와 허락만을 성적 행동의 기준이라고 강조하는 포괄적 성교육은 성적인 행동에 따른 책임을 간과하게 만든다. 동의와 허락에 의한 것이든, 일방적인 것이든, 성적인 행동에는 반드시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동반되어야 한다. 그런데 발달 장애인들은 인지적 기능의 제한으로 동의와 허락에 대한 의미와 범위 등을 이해하기 어렵다.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결과들을 예측하는 것도 발달 장애인들에게는 쉽지 않다. 그런데 어떻게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고려해서 동의 및 허락의 의사 표시를 각각의 상황에 맞게 할 수 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동의와 허락만 있으면 성적인 행동을 해도 된다는 포괄적 성교육은 발달 장애인의 삶에 위험 부담이 큰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포괄적 성교육 강사들이 사용하는 교육 자료에서도 문제점이 발견된다. 발달 장애인의 경우 교육에 사용되는 영상이나 그림 자료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성별을 포함하여 자신과 타인에 대한 정체성과 관계를 분명하게 알 수 있도록 돕는 자료가 제공되어야 한다. 그런데 포괄적 성교육을 주장하는 자료들은 의도적으로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호하게 묘사하는 경우가 많아서 우려가 된다. 이것은 발달 장애인들로 하여금 성 정체성과 성역할에 대한 인지적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아래의 자료들을 살펴보라. [자료1]에는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의 성별이 남자인지 여자인지가 모호하게 그려져 있다. 동영상으로 제공되는 [자료2]에 등장하는 인물의 성별도 그림과 목소리만으로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하기가 어렵게 되어 있다.
[자료1] 서울시립중랑청소년성문화센터(2021), 발달장애학생을 위한 포괄적 성교육 매뉴얼 ‘문을 열고 톡톡톡’, 109.
[자료2] 서울시립중랑청소년성문화센터(2022), 발달장애학생을 위한 포괄적 성교육 매뉴얼 ‘어떤 성별을 생각하고 있니?’, 유튜브 동영상 캡처(https://youtu.be/1TF6ZwX57R0)
발달 장애인 성교육의 핵심: 안전, 건강, 존중
발달 장애인 성교육의 핵심은 무엇일까? 발달 장애인과 그들의 가족은 조금은 특별하고 다른 삶 속에서 반복적으로 만나는 선택의 순간마다 어떤 선택이 더 나을지 늘 고민한다. 지난 10여 년 동안, 하나님께서는 필자에게 매우 다양한 배경의 발달 장애인들을 만나게 하셨다. 만약 그들이 모두 하나님을 믿는 크리스천이라면 오직 하나님의 말씀이 모든 결정의 기준이라고 말해 줄 수 있겠지만,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답할 필요가 있다. 그들의 고민에 대한 내 대답은 이것이다. “안전과 건강과 존중이라는 3요소가 기준이 될 때 발달 장애인들의 자존감과 자립심을 높인다는 궁극적인 교육 목적에 가까이 갈 수 있습니다.” 즉, 발달 장애인 성교육의 핵심은 안전, 건강, 존중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발달 장애인들이 자신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발달 장애인들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자신에게 나쁜 의도로 다가오는 사람을 구별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성폭력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가족 간의 관계에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낯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건강한 경계를 설정하고, 허용 가능한 스킨십의 범위를 정확히 교육하는 것은 그들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두 번째로 발달 장애인들에게 중요한 키워드는 ‘건강’이다. 이를 위해 자신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정보를 제공받는 것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몸이 건강하기 위해서 어떤 운동을 할 수 있는지, 식생활은 어떠해야 하는지, 물은 하루에 얼마만큼 마셔야 하는지, 아프면 어디에 가야 하는지 등 신체적 건강을 위한 아주 기본적인 교육이 세세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세 번째 발달 장애인 성교육의 핵심은 바로 ‘존중’이다. 존중의 사전적 의미는 ‘높이어 귀중하게 대함’이다. 자신의 나이에 적합한 사회적 기대와 사회적 규범을 알고 실천하는 것은 자신과 타인을 향해 존중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성교육 교수자가 먼저 발달 장애인을 존중하는 모범을 보이고, 다양한 상황별 실습과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교육을 통해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방법을 지도해야 한다.
맺음말
이상을 종합해 보자면 발달 장애인들에게 성교육을 제공하는 이유는 나와 상대방의 안전과 건강이 보장되게 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존중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포괄적 성교육은 안전, 건강, 존중보다 성적인 욕구, 동의를 성적 행동의 기준으로 제시하기에 발달 장애인들의 삶을 위태롭게 만드는 교육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처럼 위험한 포괄적 성교육이 발달 장애인 성교육 현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때에, 필자는 하나님께서 이루실 회복의 역사를 기대하며, 발달 장애인 성교육 현장에서 소명을 다하고자 한다. 발달 장애인들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존귀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최경화 (카도쉬 아카데미 공동대표) ]
현재 카도쉬 아카데미 공동대표이며, 10여 년 전부터 발달 장애인 당사자 교육뿐 아니라 부모 및 종사자 교육, 성행동에 대한 상담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