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일보

‘2008년 8월 8일 저녁 8시 8분 8초’, 중국 베이징에서 올림픽 개막식이 시작되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는 말할 것도 없이 8입니다. 이는 발음에서부터 생긴 개념으로 현대 중국어의 팔(八)은 발음이 발(發)과 흡사합니다. 발(發)은 글자 그대로의 '발달' 외에도 속칭 '인생이 피었다', '팔자가 피었다', 내지는 '횡재했다'라는 의미로 자주 사용이 됩니다. 그것이 바로 복에 밝은 중국 사람들이 팔(八)이라는 숫자에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한국인 역시 복에 열광합니다. 새해 인사는 당연히 ‘복 많이 받으세요’ 입니다. 설날에는 대나무를 가늘게 쪼개 엮어 만든 복조리를 사서 걸어 두기도 하였습니다. 이 복조리가 쌀을 일어 올리듯이 복을 일러주고 돌을 걸러 주듯이 재앙을 걸러준다고 믿었습니다. 신장개업을 하면 ‘재수대통, 운수대통, 만사형통’은 기본입니다.

 

한국인의 정서 속에 이미지화 되어 있는 복은 ‘금은보화’ 입니다. 복이 오는 것은 ‘금은보화’가 흥부의 박에서 쏟아진 것과 같습니다. 선조들이 가지고 있던 복의 개념이 ‘흥부와 놀부’ 이야기 속에 투영되어 있습니다. 제비가 박씨를 물어다 준 것은 제비의 부러진 다리를 붕대로 감아 주고 치료해주었던 흥부의 행실에 대한 보상입니다. 하지만 한국인에게 각인되어 있는 것은 ‘박>금은보화> 복’ 입니다.

이를 적절하게 표현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돈벼락’입니다. 사실 ‘벼락을 맞다’는 못된 짓을 하여 벌을 받거나 또는 극한 비난을 퍼붓는 말입니다. 그러나 벼락이 돈과 결합되니 억세게 운이 좋은 뜻밖의 횡재가 되었습니다. ‘돈은 무조건 좋은 것이다’가 돈벼락의 뿌리입니다. 누가 돈벼락을 가져다주는지, 돈벼락이 어떻게 오는지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쯤에서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복의 원조는 누구일까요? 누가 복을 가장 좋아하는 것일까요? 중국인도, 한국인도 아닌 하나님입니다. 하나님은 창세기 1장에 복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하십니다.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여러 바닷물에 충만하라 새들도 땅에 번성하라 하시니라”(창1:22)

 

여기에서 쓰인 복은 히브리어로 바라크(בּרךְ)입니다. 바라크는 구약에 약 330번주1)나옵니다. 바라크는 하나님께서 어떤 존재를 만드실 때 부어주신 생명력을 뜻합니다. 그 생명력이 있으면 하나님의 의도가 달성됩니다. 새가 창공을 잘 날아 다니면 바라크를 받은 것입니다. 물고기가 물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면 바라크를 받은 것입니다. 하나님의 모든 창조물은 바라크가 있어야 생육하고 번성합니다. 사람도 예외가 아닙니다. 사람은 하나님의 바라크가 있어야 사는 존재입니다.

 

하나님이 바라크를 갖고 아브람을 찾아오십니다. 아브람은 이후 아브라함이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바라크를 가진 열국의 아버지로 인생을 살았습니다.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 하게 하리니 너는 복이 될지라”(창12: 2)

 

하나님이 바라크를 갖고 가나안 땅에 있는 이삭을 찾아오십니다. 그 당시 가나안은 비참한 지경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아브라함 때의 흉년 이후 100여 년 만에 다시 흉년이 왔기 때문입니다.

 

“여호와께서 이삭에게 나타나 이르시되 애굽으로 내려가지 말고 내가 네게 지시하는 땅에 거주하라 이 땅에 거류하면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게 복을 주고 내가 이 모든 땅을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라 내가 네 아버지 아브라함에게 맹세한 것을 이루어 네 자손을 하늘의 별과 같이 번성하게 하며 이 모든 땅을 네 자손에게 주리니 네 자손으로 말미암아 천하 만민이 복을 받으리라”(창 26:2~4)

 

아브라함이 떠난 후 이삭은 대략 몇 명을 거느리고 살았을까요? 이삭은 아브라함의 가병 318명과 그들의 가족을 합쳐 천 명 이상과 함께 살았을 것입니다. 이삭의 농장에 종이 심히 많고 양과 소가 떼를 이루었습니다. 그때 가나안 땅에 흉년이 들이닥친 것입니다. 가나안은 어떤 땅인가요? 애굽에서는

파종한 후에 바로 물을 대어 농사를 지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나안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흡수하는 땅입니다. 즉 비가 내리지 않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습니다.(신 11:10~11) 그러니 가나안 땅의 흉년은 모든 소망을 끊어 버리기에 족합니다. 흉년은 곧 재앙입니다.

 

족장 이삭은 흉년의 두려움에 사로잡혀 그랄로 내려갔습니다. 그랄은 가나안의 남쪽 지역으로 애굽으로 건너가는 길목입니다. 하나님은 애굽으로 내려가는 이삭을 막으십니다. 그리고 아브라함이 받았던 바라크를 주겠다고 약속하십니다.

 

하나님의 바라크로 이삭은 그랄에서 농사하여 백배나 얻게 되었습니다. 이삭이 창대하고 왕성하여 마침내 거부가 된 것도 하나님의 바라크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바라크는 이삭이 흉년의 땅에서 샘의 근원을 얻게 하셨습니다. 마침내 하나님의 바라크는 다툼을 끝내는 르호봇의 우물로 이어집니다. 이삭은 바라크의 대표 주자로 살았습니다. 하나님의 바라크는 이삭의 르호봇에서 빛이 납니다.

▲ 발굴된 이삭의 샘

이삭이야말로 돈벼락을 맞은 사람입니다. 그렇다고 돈벼락이 곧 하나님의 바라크라고 주장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하여튼 이삭의 생애에 하나님의 바라크가 돈벼락이 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흉년의 한복판에서 일어났습니다. 그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요?

“이는 아브라함이 내 말을 순종하고 내 명령과 내 계명과 내 율례와 내 법도를 지켰음이라 하시니라 이삭이 그랄에 거주하였더니”(창 26:5~6)

 

이삭의 순종입니다. 이삭은 그랄에 머물렀습니다. 이삭은 아브라함과 같이 하나님의 명령과 계명과 법도를 따라 살았습니다. 이삭은 애굽 대신 하나님의 바라크를 붙잡는 결단을 한 것입니다. 애굽으로 간다는 것은 애굽의 풍속과 법도로 사는 것을 뜻합니다. 이는 하나님의 바라크를 질식시켜 버립니다. 하나님의 명령과 법도가 바로 하나님의 바라크입니다. 하나님의 명령과 법도를 저버리는 것은 하나님의 바라크를 떠나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신명기를 통하여 끊임없이 반복하신 하나가 있습니다. 이스라엘 자손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하나님의 바라크가 없으면 속히 망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바라크로 살기위해 생명을 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삼가 듣고 하나님의 모든 명령을 지켜 행하는 것이 하나님의 바라크를 붙잡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바라크는 내 손으로 수고한 것을 누리는 것입니다.

 

“여호와께서 명령하사 네 창고와 네 손으로 하는 모든 일에 복을 내리시고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시는 땅에서 네게 복을 주실 것이며”(신 28:8)

 

세상의 바라크는 흥부의 박에서 쏟아진 금은보화입니다. 그러나 돈벼락도 하나님의 바라크가 없으면 무용지물입니다. 하나님의 바라크가 없는 사람은 하나님의 의도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이것은 죽음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의 바라크로 이삭의 르호봇을 회복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바라크로 아버지의 선하심을 만방에 드러내야 합니다. 세상의 바라크로 거짓 교훈을 퍼트리는 맘몬을 무릎 꿇게 만들어야 합니다.

복이라는 단어의 영어 표현은 ‘Blessing’입니다. ‘Blessing’의 어원은 ‘Bleeding’입니다. 하나님은 바라크를 주기 위하여 ‘Bleeding’하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시대에 진정한 하나님의 바라크는 십자가에서 대속의 은혜를 베푸신 예수님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이 생명이요 곧 하나님의 바라크입니다.

 

“살리는 것은 영이니 육은 무익하니라 내가 너희에게 이른 말은 영이요 생명이라”(요 6:63)

 

주1): chatGPT에게 성경에 바라크(בּרךְ)가 몇 번 쓰였는지를 문의하여서 얻은 결과입니다.

 

(다음 호: 기브롯 핫다아와)

글 김태구 박사 (노무라금융투자 CRO, 경제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