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직을 이끄는 리더에게 가장 치명적인 심리적 타격은 외부 적들의 공격이 아니라, 자신이 전적으로 신뢰하고 의지했던 핵심 조력자의 배신에서 옵니다. 리더의 모든 전략적 비밀과 취약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최측근이 한순간에 적으로 돌아서서 칼을 겨눌 때, 그 파괴력은 조직 전체를 송두루째 흔들 만큼 파멸적입니다. 이스라엘의 위대한 성군이었던 다윗 왕과 그의 수석 책사였던 아히도벨의 이야기는, 지략은 천재적이었으나 충성심과 영혼이 없었던 최측근의 결정적인 배신이 리더와 공동체에 얼마나 깊은 절망을 안겨주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아히도벨은 다윗 왕이 “그의 모략은 사람이 하나님께 물어서 받은 말씀과 같다”고 극찬할 정도로 당대 최고의 천재 지략가이자 오늘날로 치면 국무총리 겸 최고 전략책임자(CSO)였습니다. 다윗의 모든 국가 경영 기획과 군사 전략은 아히도벨의 머리에서 나왔고, 다윗은 그를 단순한 신하를 넘어 자신의 영혼을 나눌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친구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다윗의 아들 압살롬이 권력욕에 눈이 멀어 아버지에게 반역을 일으키자, 제국의 중심에서 권력의 지형을 냉철하게 계산하던 아히도벨은 한순간에 다윗을 버리고 반역자의 캠프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리더가 위기에 처하자마자 그동안 쌓아온 신뢰를 사정없이 팽개치고 새로운 실세에게 줄을 선 전형적인 기회주의적 배신이었습니다.
배신자가 된 아히도벨의 지략은 잔인하리만큼 날카로웠습니다. 그는 다윗의 성향과 약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압살롬에게 다윗을 완벽하게 몰락시킬 수 있는 신속하고도 치명적인 기습 작전을 제안했습니다. 다윗이 피난길에 지쳐 낙심해 있을 때 군사 만 이천 명을 거느리고 즉시 추격하여 오직 다윗 왕 한 사람만 타격하고 나머지 백성들은 고스란히 흡수하자는 기획이었습니다. 만약 이 전략이 그대로 실행되었다면 다윗의 목숨은 물론이거니와 그의 역사도 그 자리에서 끝났을 것입니다. 신뢰했던 기둥이 무너져 맨발로 울며 피난길에 올랐던 다윗은 아히도벨이 반역에 가담했다는 소식을 듣고 큰 충격에 빠져, 오직 “하나님이여 아히도벨의 모략을 어리석게 하옵소서”라고 눈물로 기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다윗이 미리 반역자 진영에 심어둔 또 다른 참모 후새의 지략 덕분에 아히도벨의 치명적인 기습 안은 기각되었고, 압살롬은 군사를 더 모아 전면전을 벌이자는 후새의 장기전 제안을 채택했습니다. 자신의 완벽한 천재적 기획서가 철없는 젊은 권력자에게 거부당하자, 아히도벨은 이 반역의 결말이 결국 다윗의 승리로 끝날 것임을 직감했습니다. 배신의 대가로 더 큰 권력을 쥐려 했던 천재 책사는 고향으로 돌아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습니다.
비록 그의 계략은 실패로 끝났지만, 가장 믿었던 최측근에게 칼을 맞은 다윗의 마음에는 평생 지워지지 않을 깊은 배신감의 상처가 남게 되었습니다.
아히도벨의 배신은 능력이 뛰어난 참모보다 ‘신뢰와 충성심’이 검증된 참모가 왜 더 중요한지를 절실히 깨닫게 합니다. 아무리 탁월한 천재적 지략을 가진 참모라 할지라도, 공동체에 대한 철학과 리더에 대한 진정성이 없다면 그 능력은 언제든 조직을 파괴하는 가장 무서운 무기로 돌변할 수 있습니다. 참된 참모는 조직이 위기에 처했을 때 리더의 곁을 지키며 함께 돌파구를 찾는 자이며, 간신은 배가 가라앉기 시작할 때 가장 먼저 구명보트를 타고 도망쳐 적의 진영에 비밀 지도를 바치는 자입니다. 리더는 인재를 등용할 때 화려한 스펙과 지능뿐만 아니라 고난 속에서도 변치 않을 중심과 신의를 반드시 먼저 살펴보아야 합니다./ 발행인 윤광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