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국가의 몰락은 종종 거대한 군사적 패배가 아니라, 통치자의 가장 가까운 침소에서 시작되곤 합니다. 북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어둡고 참혹했던 시절을 이끈 아합 왕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사실 아합은 전장에서 용맹하게 싸울 줄 아는 군인이자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고 싶었던 정치가였습니다. 그러나 그가 시돈의 공주 이세벨을 왕비로 맞이해 자신의 품에 안긴 순간, 그의 모든 총명함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아합은 왕관을 쓰고 있었지만, 진짜 왕은 그의 치마폭 뒤에서 섬뜩한 미소를 짓고 있던 이세벨이었습니다.
이세벨은 리더의 나약한 내면을 정확히 파고들어 그 영혼을 완전히 장악하는 치명적인 가스라이팅의 명수였습니다. 아합의 귀는 백성들의 부르짖음이나 하나님의 엄중한 경고 대신, 매일 밤 침상에서 들려오는 이세벨의 사악한 부추김에 중독되어 갔습니다. 이세벨이 북이스라엘에 들어오며 들여온 것은 화려한 이방의 문화가 아니라, 여호와의 신앙을 뿌리째 뽑아버릴 바알과 아세라의 광기였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권력을 가로막는 여호와의 선지자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기 시작했고, 왕은 그 피비린내 나는 폭정을 묵인하며 그녀의 손아귀에서 꼭두각시처럼 춤을 추었습니다.
리더가 올바른 조언자들의 귀를 막고 비선 실세의 속삭임에 흔들릴 때, 그 공동체가 치러야 할 대가는 너무나도 참혹합니다. 이세벨의 영향력 아래 놓인 아합으로 인해 북이스라엘 전체에는 극심한 가뭄과 경제적 재앙이 닥쳤습니다. 땅은 갈라지고 백성들은 신음했지만, 왕궁 안의 잘못된 정치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부당한 권력 행사가 정점에 달한 사건이 바로 '나봇의 포도원' 사건이었습니다. 아합 왕이 왕궁 근처에 있는 나봇의 포도원을 갖지 못해 낙담했을 때, 이세벨은 왕의 권위를 내세우며 왕의 귀에 속삭였습니다. "당신이 이스라엘의 왕이 맞습니까? 일어나 식사를 하십시오. 내가 그 포도원을 당신에게 주리이다."
이세벨은 왕의 도장을 도용하고 거짓 권력을 동원하여 무고한 나봇을 모함하고 강제로 축출했습니다. 그리고 권력을 통해 빼앗은 포도원을 남편의 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아합은 원하는 것을 얻었다며 기뻐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 순간 북이스라엘의 공의는 완전히 실종되었고, 왕가는 돌이킬 수 없는 도덕적 파멸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 사악한 리더십은 역사와 신적 공의의 준엄한 심판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선지자 엘리야를 통해 선포된 경고대로, 권력을 남용했던 아합과 이세벨의 가문은 비참한 종말을 고하게 되었습니다. 전장에 나간 아합은 패배 속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고, 이세벨 역시 권력의 자리에서 쫓겨나 허망한 최후를 맞이했습니다.
한 남자의 눈과 귀를 멀게 하고, 나라 전체를 불의로 몰아넣었던 이세벨의 영향력은 결국 자신과 가문, 그리고 온 나라를 덮치는 비극으로 끝났습니다. 공동체의 지도자가 공의로운 외침에는 귀를 닫고, 잘못된 부추김을 정당한 능력이라 착각할 때, 그 리더십의 끝은 언제나 파멸뿐이라는 것을 아합과 이세벨의 역사는 깊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발행인 윤광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