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에서 벌어진 굿판을 두고 새누리당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의 점집 발걸음이 잦아진다. 정치인과 무속인을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로 보는 사람들도 많다.
동아일보 1990년 12월21일 자 ‘정치인과 점’이란 칼럼기사에 따르면 ‘국가대사를 논하는 정치인 가운데 상당수도 점 사주 관상 풍수 등을 ’애용‘하고 있다. 위로는 대통령으로부터 정당지도자 국회의원 정치지망생에 이르기까지 과학이 아닌 미신(迷信)으로 분류되는 점복술을 가까이 하고 또 실제 정치행위에도 점괘를 대입하고 있는 사실은 충격적이다.’라고 했다. (아래 내용은 동아일보 와 조선일보 기사를 일부 인용한 것임)
■ 전직 대통령들도 미신추종
전직 대통령중에 대통령 선거, 총선 등을 비롯한 주요 정치행사의 택일을 복술가에게 물어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유신(72년10월17일)을 단행하면서 그 날짜를 당시 중앙정보부판단기획실장 김성락씨(사망)가 ‘용하다’고 소문난 세검정 모점술가로부터 받아온 10월17일로 정했다는 것.
이충환씨(구신민당최고위원)등 역학과 점복술에 관심이 많은 인사들은 ‘박대통령은 광주에서 한약국을 경영했던 ’동촌선생‘이란 사람으로부터 자신의 신상과 나라의 운세에 관한 ’時運‘점을 많이 본 것으로 알려져있다.’고 전하면서 박전대통령은 생전 ‘동촌선생’의 각종 점괘를 신봉했다고 말한다.(그림출처: 동아일보 신문 캡처)
박전대통령은 또 택일 이외에 공공건물 지을 장소 등을 결정할 때 풍수지리에 밝은 地官으로부터 明堂자리를 찾게 했다. 73년 육영수 여사가 문세광의 저격을 받고 운명했을 때 동작동 국립묘지내의 묘터를 유명한 풍수지리가가 물색한 대로 결정했고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이순신 장군동상, 과천 제2정부종합청사 자리도 당시 유명 지관이 장소선정을 했다는 것이 역술인들의 주장.
▶전두환 대통령도 택일을 비롯한 중요한 국사결정에 있어 북술가의 조언을 많이 참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87년 12월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당시 청와대의 고위참모는 청운동에 사는 노인을 찾아가 선거날짜를 어떻게 잡아야 노태우 민정당 후보가 반드시 승리할 수있는지 물어 보았다. 이 같이 점괘를 보고 대통령 선거날짜는 12월16일로 결정됐다는 것이 청와대 주변인사들의 전언이다.
▶노태우 대통령도 각종행사의 택일과 풍수등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여권주변 인사들의 주장.
87년 12월 대통령선거전이 한창일 때 민정당 고위당직자들은 서울시내의 유명하다고 소문난 복술가들을 찾아가 노후보의 당선가능성을 탐문했다. 이때 동부이촌동아파트촌에 있는 여자 점쟁이 등 서너곳을 찾아갔다는 S의원(민자)은 ‘당시 김영삼 민주당 후보가 정승화씨를 영입해 기세를 올리자 우리진영의 사기는 떨어지고 답답한 심정에서 점을 보러갔다’면서 ‘점괘는 한결같이 노후보가 이길 것이라고 나와 당직자회의에서 “우리가 틀림없이 이긴다 고하니 힘을 내자’”고 격려했었다고 털어놓았다.
S의원은 ‘여자점쟁이말이 3김씨 가운데 한쪽도 이미 다녀갔다’고 하더라는 것. 당시 민정당 당직자들이 점을 봤던 일과 관련, 민정계중진의원들은 ‘외국유학까지 하고온 공학도 출신인 조 모 당시 선거대책본부기조실장이 점을 보느라 이리저리 좆아다니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며 웃었다.
▶박 대통령은 가톨릭 세례까지 받아 그런지 점에는 별 취미가 없어 보인다. 그런 박 대통령 측에 16년 전 조언을 해줬다는 역술인의 인터뷰가 어제 한 신문에 실렸다. 그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의원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정윤회씨와 오랜 시간 함께 있었던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밝혀진 인물이다. "1998년 국회의원 재·보선 때 정씨에게 '(박 후보가) 대구 달성군에 나서면 볼 것도 없이 당선되니 걱정 말라'고 조언한 뒤 지금까지 정씨와 친분을 나누고 있다"는 내용이다.(출처:조선일보 만물상, 2014/11/1)
■ 점집 드나드는 정치인 다수
▶3공시절 모국회의장은 외국 순방도중 印度에 들른 기회를 이용해 길가의 手相전문가에게 점을 본적이 있다고 당시 수행했던 의원들의 이야기다.
자민당 H의원은 3당통합 합류 여부를 놓고 고민 끝에 평소 다니던 점집에 자문을 구해 본 결과 ‘가는 것이 좋다는 점괘에 따라 민자당에 참여했단다.
이밖에 박모 의원(민자)은 매년 구정직후 점집에 들르고, 평민당 유모, 조모, 김모의원 등도 점을 즐겨 볼 정도로 소문나있다. 심지어 이들은 역술을 좋아하는 친지, 동호인들과 그룸으로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아가 ‘재미삼아’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원주 대전 등 지방원정 가서 본 경험도 있다고 한다.
▶어느 친박(親朴)계 정치인은 중국에 갈 때마다 현지 '할머니 역술인'을 만난다. "대선 전에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을 갖고 가 보여줬는데 당선을 예언하더라"고 했다. 그의 소개로 중국에 가서 점을 보고 온 친박계 사람도 여럿이라고 한다. 옷, 넥타이 색깔까지 역술가가 권하는 대로 하는 정치인, "이번엔 비행기를 타지 마라"는 말을 듣고 해외 출장을 미룬 의원도 있다. 어떤 이는 90년 3당 합당 때 머뭇거리다 역술가가 "가라"고 하자 그때야 합류했다. (출처:조선일보 만물상, 2014/11/1)
정치인들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정치판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점집을 찾는다. 때론 수천만원짜리 굿을 하고 부적도 산다. 역술인들은 그런 정치인들과의 친분을 상술(商術)에 이용한다. 가끔 이권·청탁 비리에 연루되기도 한다. 정윤회씨와 친하다는 역술인도 이전 정권에서 알선수재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정치가, 권력이 진작에 투명해졌다면 점술이 끼어들 틈이란 애당초 없었을 것이다.
소위 엘리트 집단으로, 정치지도자로 자처하는 정치인들이 상식이하의 비과학적인 점에 정사와 정치운명을 기대하는 자세는 하루빨리 시정돼야 할 것이다./ 윤광식 기자(kidok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