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호 교수의 오만과 한국교회 이단 검증의 현주소
김 송 수 목사(예장개혁 증경총회장, 동석교회 담임)
1. 들어가는 글
세상을 그리 오래 산 것은 아니지만 살다보니 참 희한한 공청회를 참관하는 경험을 했다.
지난 8월 18일 대치동에 있는 합동총회회관 2층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총회장 박무용) 한기총 복귀추진위원회(위원장 김영남)>가 주최한 <류광수 다락방 재심청원에 관한 공청회>가 그것이다. 당일 전면에 내걸린 공청회 현수막에는 부제로 <-제101회 총회보고를 위한 류광수 다락방 이단성 검증>이란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제목대로라면 이 공청회는 합동교단이 제101회 총회에서 한기총 복귀 여부를 결정하기 앞서 그 최대 걸림돌이라고 할 수 있는 류광수 목사의 다락방 전도운동이 이단성이 있는지를 두고 찬반 토론을 하고 패널들로 하여금 그 의견을 개진케 하여 공정한 평가를 하기 위한 자리라 할 수 있다.
공청회 사회는 복귀추진위원회 서기 김상윤 목사가 맡았고, 문병호(총신대), 김지호(칼빈대), 오창록(광신대) 세 사람의 교수가 패널로 참여하였다.
그런데 이번 공청회는 공청회의 주제인 류광수 목사의 다락방 전도운동이 왜 이단이며,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한 신학적인 토론이나 발표는 전혀 없이 합동 교단 내부의 이단대책위원회와 한기총 복귀추진위원회간의 행사 주관과 주체에 대한 문제 제기와 그에 대한 해명으로 상당히 긴 시간을 소비하였고, 패널로 참여한 세 교수의 너무나 가벼운 이단규정에 대한 반복 확인과 한기총에 대한 비난성 발언 등으로 학술토론회나 공청회가 아닌 지극히 정치적 행사로 전락한 공청회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 문0호 교수의 공청회 패널로서의 옳지 못한 자세
필자는 이 글에서 <다락방이단, 현 단계에서 어떤 재론의 여지도 명분도 없다>는 제목의 2페이지 분량의 유인물을 배포하고 현장에서 직접 낭독한 문0호 교수의 글을 중심으로 그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통해 오늘날 우리 한국교회가 이단문제에 대하여 얼마나 천박하고 균형감각을 잃은 채 이단제조 매카니즘의 프레임에 갇혀 있는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문교수는 지금 한국교회의 최대 관심사로 부각된 다락방전도운동에 대한 교계의 무지와 전횡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는 류광수 목사와 다락방이 무엇이 신학적으로 문제가 되는지를 설명하지 못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첫째 주최 측이 충분한 시간여유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고, 이미 자신이 속한 합동교단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단체를 논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그 두 번째 이유였다. 그는 상기 제목의 글에서 류광수 목사가 삼위일체론, 기독론, 구원론, 교회론, 동력적 단일신론적 이해, 하나님의 존재와 경륜에 대한 양태론적 이해, 성육신의 이교적 신화사상, 초대교회의 아폴리나리우스와 영지주의 이단사상, 초대교회 이방전승 사상, 신비주의적 신인합일사상을 주장하고, 다락방에만 구원이 있다는 주장을 한다는 등의 문제를 열거하며 그러니 이단이라고 하였다.
일반인이 이해하기조차 어려운 신학용어의 나열만 할 뿐 일체의 설명이나 논지의 제시가 없는 문교수를 향해 답답한 사회자가 류광수 목사의 기독론이 무엇이 문제인가를 말해달라고 하자 문교수는 그에 대해 “대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참으로 청중을 호도하고 무시하는 오만한 자세가 아닐 수 없다.
우선 문교수는 이 글에서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 위태한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문교수에게 묻는다. 다락방에만 구원이 있다고 누가 가르치는가?
기독신자에게 구원문제는 신앙생활의 이유이며 핵심문제이다. 그런데 다락방에만 구원이 있다는 말은 천 수 백만의 한국기독교인이 구원을 받지 못한다는 말과 같은데 이 말 한마디로 다락방은 이단이 되고도 남는다. 그러나 다락방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말미암는 구원의 확신을 강조하지만 문교수가 말하는 것처럼 다락방에만 구원이 있다는 식의 폐쇄적이고 차별적인 구원관을 가르치지 않는다. 문교수는 이 발언에 대한 논증을 해야 법적 책임을 면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공청회 주제의 당사자인 류광수 목사의 출석을 반대하며 서면 제출의 입장 표명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였다. 그래서 당일 공청회에는 다락방 측의 어떤 입장 표명이나 논증도 없이 세 교수의 일방적인 발언만이 있을 뿐이었다.
과연 이런 공청회가 공정한 공청회인가? 법정에서 사형수에게도 최후의 진술을 하게 한다.
하물며 한국교회의 최대 현안 중의 하나가 되어있는 다락방 전도운동을 이런 식으로 매도하며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공청회가 과연 균형과 합리성을 가졌다고 볼 수 있겠는가?
이는 아무리 보아도 초대형교단의 횡포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그리고 세 교수는 이 일의 전위대 역할을 할 뿐 신학교의 교수나 학자로서의 전문성과 진지성을 찾아 볼 수 없다. 문교수는 20년 전인 1996년 청주에서 개최된 제81회 합동교단의 총회에서 교단이 다락방전도운동을 비성경적이며 이단성이 있다고 규정한 경위에 대하여 설명해달라는 사회자의 요청을 묵살하고 교단의 결정 이후 합동측은 이에 대한 아무런 변화나 움직임이 없다는 식으로 대답하였다. 이에 방청석의 회중가운데 평서노회 소속의 김남식 목사가 문교수에게 질문하기를 “2004년 총회가 다락방영입위원회를 구성하고 다락방을 교단에 영입하려고 한 것은 다락방이 이단이 아니든지 합동이 이단이어야 가능하다고 보는데 문교수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김남식 목사는 합동 교단 내부에서도 다락방을 이단으로 보지 않는 상당수의 목회자들이 있음을 우회적으로 질의하고 문교수의 역사적 사실 왜곡을 지적한 것이다.
문교수는 당일 발언과 글에서 지금까지 다락방에 대하여 어떤 교단도 입장을 바꾸거나 이단해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3. 다락방전도운동에 대한 새로운 평가
2011년 개혁교단은 이단대책위원회(위원장 김송수)와 신학위원회(위원장 나용화)의 조사 연구를 거쳐 류광수 목사와 다락방 전도운동이 한국교회에 다소 문제를 야기한 면은 있으나 신학적으로나 성경적으로 볼 때 이단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류광수 목사가 속한 전도총회 해체과정을 거쳐 17개 노회를 영입하였다. 개혁총회는 한기총 초창기부터 회원교단으로 한국교회를 섬겨온 전통적인 교단이다. 이러한 공교단의 결정을 일부 한국교회가 인정하지 않고 문제를 삼고 나서자 당시 한기총(대표회장 홍재철)은 2012년 9월 12일 개혁 교단의 요청에 의하여 류광수 목사의 다락방 전도운동에 대한 이단검증을 하게 되었고, 그 결과는 이단성 없음으로 판명된 것이다. 당시 한기총의 이단 검증에는 교계의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다수 참여하였다. 물론 문병호 교수도 훌륭한 석학인 줄 알지만 문교수에 뒤지지 않는 신학자와 이단 연구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연구하고 검증한 결과 다락방의 이단성 없음을 확인한 것이다.
그 후 홍재철 목사가 퇴임하고 뒤를 이어 이영훈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이 된 후 다락방에 대한 재검증을 하였으나 두 번째 검증에서도 다락방은 이단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바가 있다.
그렇다면 문교수를 포함한 세 교수는 합동총회의 결정과 상반되는 이러한 교계의 인식 변화와 태도에 대해 무조건 무시하는 태도를 취할 것이 아니라 예장 개혁교단의 보고서, 1, 2차 한기총 검증결과 보고서를 심도 있게 조사 연구하여 무엇이 쟁점사항인지를 밝히고 자신이 가진 신학적 견해를 밝히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문교수는 주최측이 두 주간의 시간 여유밖에 주지 않았다고 핑계 아닌 핑계를 대고, 심지어는 글의 제목에서 보듯 재론의 여지도 명분도 없다는 식의 공청회 패널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무례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문교수는 자신이 글에서 밝힌대로 전국 신학교 교수 178명에 속해 한기총의 다락방 이단해제와 허입을 반대하는 성명발표에 동참한바 있다. 필자는 문교수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당시 문교수는 다락방이 무엇이 문제가 되어 이단시 된지에 대하여 제대로 알고 성명발표에 동참했는가? 그 때 이미 제대로 된 연구를 했다면 금번 공청회에서 짧은 시간의 제약 때문에 제대로 된 비판을 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 반대로 성명발표 당시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동참했다면 그것은 더더욱 학자적 양심에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필자는 한국교계의 이단 양산의 매카니즘과 마녀사냥식 이단몰이 현상에 대하여 깊이 우려한다. 그리고 명망 있는 신학자들이 제대로 된 연구도 없이 바람잡이 노릇을 하는 현상을 개탄한다. 물론 이단을 허용하거나 두둔해서는 안 된다. 역으로 이단이 아닌데 이단을 만들어서도 안 된다. 더구나 이단이 아닌데도 ‘너는 이단해라’ 하는 식으로 몰아가서도 안 된다.
류광수 목사는 한국의 보수신학교요, 개혁주의의 산실인 고신대와 총신대에서 제대로 신학을 공부한 사람이다. 그가 다락방 전도운동과정에서 한국교회에 다소 물의를 일으켜 본의 아니게 아픔을 준 일에 대해서는 진실된 마음으로 한국교회에 용서를 구해야 한다. 실제로 류목사는 그런 용서를 수차례 구한바 있다. 그것이 미흡했다면 다시 한 번 용서를 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그가 성경에서 명시한 이단이 아니라는 것은 너무도 분명한 사실이다.
4. 필자의 제안
이제 필자는 이렇게 제안하고자 한다. 합동교단은 교단차원의 공청회를 한다면 보다 열린 자세를 가지고 찬반 토론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문교수를 비롯한 패널로 참여한 교수들도 자신의 직함에 걸맞게 신학자로서의 이단쟁점연구의 실적물을 가지고 비판을 하던 정죄를 하던 해야 할 것이다. 문교수는 자신이 배포한 유인물을 통해 공교단에 속한 인사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단정적으로 비판하였다. 단지 법적 책임을 생각하여 특정인의 이름을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이름을 직접 거명하지 않아도 그 상징성만으로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사실도 지적해 두고자 한다.
아울러 문교수에게 다락방의 이단성 여부를 두고 일대일 토론을 제안한다.
좌담형식의 대외비 토론도 좋고 공청회 형식의 공개토론도 좋다. 그도 저도 아니라면 교계 신문을 통한 지상논쟁은 어떠한가? 교계 일각에서 다락방이 천사동원권, 사탄결박권, 사단보상론 등을 주장하고 기독교의 전통적 영성이 아닌 다른 영의 복음을 전한다고 비판하는데 열거한 그런 주제에 대하여 4-5차에 걸쳐 지상토론을 하는 것은 어떻겠는가?
진정 한국교회를 사랑하고 민족과 세계복음화에 대한 열망을 가진 주의 사역자라면 토론과 대화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겸허한 자세로 배울 수 있다고 본다. 만일 문교수가 이런 제안마저 거부한다면 앞으로는 다락방 전도운동에 대한 공개적인 비난성 언급은 자제하는 것이 학자로서의 바른 자세라고 본다. 그것이 그가 속한 합동교단은 물론이요, 한국교회 전체의 일치와 단합에도 기여하는 일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김송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