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오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타락한 정치와 권력에 물들어 공교회로서의 양심과 책임은
완전히 사라진 모습이다. 이는 덩치가 클수록 극명히 드러난다. 한국교회의 대표 연합기관인 한교연과 한국교회 장자교단을 자처하는 예장통합측의 최근 행태는, ‘갑의 오만’이 어떤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기총-한교연 통합 사실상 무산
오는 11월 말로 목표를 잡고 있는 한기총-한교연 통합이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교연 대표회장 조일래 목사는 한교연 임원회에서 임원진들을 향해 지난 통합 추진 발표가 일방적 행동이었음을 사과했다. 이는 지난 통합 발표가 조일래 대표회장 개인에 의한 것으로 한교연의 공식 입장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 8월 31일 양 단체 대표회장과 주요 교단 교단장들이 나와 양 기관 통합에 대한 로드맵을 공표할 때만 해도 양 기관의 통합은 가시권에 들어오는 듯 했다. 특히 통합추진위원회라는 조직까지 만들어 구체적인 통합 계획과 조직 구상까지 발표했기에 이에 교계는 큰 신뢰와 기대로 이들의 행보를 지켜봤다. 하지만 고작 한교연 대표회장 조일래 목사가 돌연 입장을 바꿔 “통합이 아니다”고 말해 큰 혼란을 야기했다.
조일래 목사는 예장대신(백석)의 정기총회에 참석해 한교연 대표회장 자격으로 축사하며, 지난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통합추진위원회에 대해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이 아니라 그곳에서 나와서 한국교회 이단을 제하고 건전교단들이 함께 모이는 그 일을 하려고 한다”면서 제3의 단체 출범 짐작케 했다.
당시 조일래 목사는 통합에 대해 “한기총 안에 이단들이 너무 뿌리를 내리고 있어서, 그 이단들과 하나가 되고 싶지 않고, 그것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 아니다”고 일주일 전과는 완전히 다른 입장을 보였다.
양 단체의 통합은 지금 시대의 한국교회 최대 염원과도 같은 숙제다. 그런 중대한 일을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로드맵까지 발표한 상황에서 고작 일주일만에 이단 운운하며, 제3단체 출범까지 예고하는 것은 사실상 한국교회 전 성도를 우롱하는 짓이다.
그럼에도 조일래 목사는 이번 통합 번복 사태에 있어 어떠한 책임도 없었고, 한국교회를 향한 사과도 없이 그것은 사견이었다고 한 것이다. 이를 과연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올바른 지도자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는가?
하나님의 정의 실종된 ‘예장통합’
한국교회 장자교단을 자처하는 통합측의 행태는 더하다. 한국교회를 들뜨게 했던 특별사면 사태를 만들어 낸 통합측 총대들은 자신들이 선포한 특별사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원천무효까지 결의하면서도 당사자들에게는 단 한 마디의 유감도 표하지 않았다.
이들은 자신들의 이단 오명을 씻어낸 특별사면 선포가 일순간 취소되는 경악스런 사건 앞에서도 ‘억’소리 조차 내지 못하고, 총대들에 고개 숙여 읍소하며 자신들의 처지를 돌아봐줄 것을 간청했던 자들이다.
하지만 그들을 향해서 총대들은 특별사면 원천무효와 더불어 3년간 재론금지라는 더 큰 족쇄를 채워버렸다. 약속을 일방적으로 폐기한 자신들의 파렴치한 행위에 대해서도 어떠한 사죄도 없었다.
한국교회는 언제부터인가 사과를 잊어버렸다. 도덕적 양심에 어긋나고, 일방적 상식을 벗어난 어떠한 행태를 취하더라도 그저 “내가 하면 상관없다”는 뻔뻔한 태도만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때때로 이런 자신들의 행태에 반발하는 이들을 오히려 공공의 적으로 매도하는 파렴치한 행태까지 보이기도 한다.
철저한 힘의 논리 앞에 진실과 거짓, 정의와 불의의 기준이 완전히 무너져 버린 한국교회에 하나님의 정의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 보인다. /교회연합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