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독교인이 수감되어 있는 에리트레아의 사막에 위치한 마이세르와(Mai Serwa) 교도소. 적색 윤곽선은 수감자들이 갇혀 지내는 선박용 철제 컨테이너를 나타낸다.
아프리카의 북한으로 불리는 에리트레아(Eritrea)에서 믿음 때문에 수감된 기독교인이 2024년 한 해, 300명에서 500명으로 증가했다고 한국순교자의소리가 보고했다. 이는 1년 만에 66%가 증가한 수치이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 현숙 폴리 대표는 에리트레아의 젊은 기독교인들이 계속 복음을 전파하고, 장기간 수감되어 있는 교회 지도자들은 감옥에서 젊은 기독교인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에리트레아 교회가 크게 성장했기 때문에 기독교인 체포 사례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숙 폴리 대표는 “2002년 5월 22일, 에리트레아 당국은 이슬람교와 정교회, 가톨릭과 루터교를 제외한 모든 교회에 폐쇄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때부터 금지된 교회의 기독교인들이 체포되어, 정식 기소나 재판도 없이 무기한의 형량으로 투옥되었습니다. 복음주의 교회 지도자 대부분이 '선박용 철제 컨테이너 감옥'에서 20년 이상을 보냈고, 지금도 여전히 그곳에 갇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에리트레아가 '아프리카의 북한'으로 불리며 세계 최악의 기독교 박해 국가로 손꼽히고 있는 것입니다.”
▴사막의 컨네이너에 수감된 교회 지도자들
기독교인 수감자들은 가족들과 면회 조차 일절 허용되지 않는다.
현숙 폴리 대표는 "가족들은 수감자를 면회하거나 음식을 가져다주는 것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수감자가 아플 경우, 교도소 측은 치료도 해주지 않고 가족들에게 알리지도 않습니다. 최근에는 3년째 수감되어 있던 80대 목사님이 치료를 거부당해 숨지고 말았습니다. 그 목사님의 아들도 7년 이상 수감되어 있습니다. 공군 조종사로 활동하다가 기독교 신앙 때문에 체포된 그 목사님의 아들은 선박용 철제 컨테이너에 수감되어 있는데, 아무도 본 사람이 없습니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는 전 세계 순교자의 소리 동역 기관들과 협력하여 수감자 가족을 지원하는 한편, 호의적인 교도관을 통해 돈과 음식과 의약품을 교도소 내로 밀반입하여 수감자들을 돕고 있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를 비롯한 동역 기관들은 지난 3년간, 800명의 에리트레아 청년 지도자들을 훈련했고, 그들 가운데 200명에게 재정을 지원해왔다.
현숙 폴리 대표는 한국 순교자의 소리가 동역 단체들과 함께 집중하고 있는 사역은 감옥에서 풀려난 소수의 기독교인을 지원하는 사역이라고 전한다.
"11년간 구금되어 있던 수감자 한 사람은 석방되어 집으로 돌아가려 했을 때 가족에게 의절을 당했습니다. 많은 가족과 집주인이 정부의 처벌이 두려워, 감옥에서 풀려난 기독교인에게 주택을 제공하거나 어떤 종류의 도움도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기독교인은 감옥에 있는 동안 손에 관절염을 앓았는데, 치료를 거부당해 상태가 점점 더 악화되었습니다. 지금 그 사람은 기독교인 형제자매들에게 보살핌을 받고 있고, 한국 순교자의 소리가 주거비와 약값과 식비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에리트레아 정부가 기독교를 계속 탄압하고 있지만, 오히려 그 탄압 때문에 기독교의 규모와 힘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기독교인 수감자들의 간증과 관대함을 통해 감옥 내 많은 비기독교인들이 주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독교인 수감자들은 우리에게 받은 물질적 도움을 다른 비기독교인 수감자들에게 나눠줍니다. 고난당한 결과, 많은 기독교인이 믿음이 더 굳건해졌고 더 신실한 사역자가 되었습니다.”
현숙 폴리 대표는 12년을 감옥에서 보낸 뒤, 4년 전에 석방된 기독교인 여성을 실례로 들었다. "당국이 모임을 갖고 있던 장소를 급습한 후, 그 여성은 다시 체포되어, 사막에 있는 감옥으로 보내졌습니다. 우리는 그 여성 때문에 매우 안타까워했지만, 그 여성은 이제 많은 수감자를 그리스도께 인도하고 있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외부인이 수감자와 소통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지만, 교도관이 기독교인이거나 기독교인 수감자에게 호의적일 때 편지를 밀반입하거나 밀반출해주는 경우가 있다고 현숙 폴리 대표는 설명한다.
아래는 신앙 때문에 15년 이상 감옥에 갇혀 있던 에리트레아 기독교인 한 사람이 그러한 방법으로 외부에 보낸 편지 한 통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그는 ‘오네시모’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다(오네시모는 빌레몬의 노예로, 사도 바울이 빌레몬에게 쓴 편지가 신약성경에 보존되어 있다).
[한 수감자의 편지]
사랑하는 B 형제에게 [보안상 이름은 공개하지 않음]. 우리 주님이시며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따뜻하고 진심 어린 인사를 전합니다. 기쁜 성탄과 복된 새해 맞으시기 바랍니다.
B 형제님, 잘 지내고 계시지요? 저에 대해 말씀드리면, 형제님에 대한 사랑과 만나고픈 그리움을 제외하고는, 감옥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이는 주님께서 제 삶에 갑절의 은혜를 베푸셨고, 형제님 기도 덕분에 제가 모든 면에서 잘 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
지난 몇 년 [보안상 정확한 숫자는 밝히지 않음]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형제님은 마치 저와 함께 감옥에 있는 것처럼 고통을 나누었고, 제 가족 곁에 서서 고난에 동참했으며, 사랑으로 위로해 주었습니다. 주님의 때에 하나님께서 형제님께 갚아 주시기를 소망합니다 …….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해주세요. 그분들의 기도가 우리 삶에서 큰 일을 이루었고,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전해주세요. 저와 함께 있는 모든 형제들이 형제님께 인사를 전합니다.
우리 주 예수님의 은혜가 형제님과 함께 하시기를
-당신의 사랑하는 형제 '오네시모'가.
▴에리트레아 지도
한편, 에리트레아는 북아프리카에 위치해 있는 공화국으로 공식 명칭은 에리트레아국이다. 동쪽으로 홍해, 서쪽으로 수단, 남쪽으로 에티오피아, 남동쪽으로는 지부티와 국경을 접한다. 1998년부터 2년 동안 에티오피아와 국경을 둘러싼 전쟁을 벌인 끝에 유엔의 중재로 에티오피아와의 국경 지대에 25km 너비의 임시안전지역을 설치했다. '에리트레아'는 라틴어로 홍해를 뜻하는 'Mare Erythraeum'에서 유래했다. 행정구역은 6개의 주로 되어 있다.
본래 에티오피아의 영토였으나, 1869년 수에즈운하의 개통과 함께 이 지역을 둘러싼 유럽 열강들의 식민지 경쟁이 격화하던 중, 에티오피아를 침공한 이탈리아가 점령하여 1890년 공식으로 이탈리아의 식민지가 되었다. 제2차 세계 대전에서 연합국 진영에 참전했던 에티오피아가 연방제(1952년)를 거쳐 재병합(1962년)하였으나 1993년 5월 24일에 에티오피아에서 다시 독립하였다.
1998년에는 에티오피아와 전쟁을 겪었다. 독립후에는 전체주의적인 독재가 이어지고 있다. 1993년 독립 당시부터 현재까지 이사이아스 아페웨르키 대통령이 장기 집권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에리트레아는 독재 국가로 분류되기도 한다. 언론에 대한 통제, 군대에서 행해지는 강제노동, 전체주의적인 감시 통제망으로 인해 서방언론과 인권단체들로부터 "아프리카의 북한"이라 불리기도 한다. 계속되는 폭압정치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에리트레아를 탈출한 난민수는 전체 인구의 6%에서 1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 에리트레아 기독교인 수감자 지원 기금 동참 안내
순교자의 소리는 에리트레아 기독교인 수감자와 전에 수감되었던 기독교인 및 최전방 사역자와 그 가족들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을 계속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귀한 사역에 동역하고자 하는 한국 교회나 성도님은 아래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1. 순교자의 소리 웹사이트: www.vomkorea.com/donation
(납부 유형에서 ‘에리트레아’ 선택)
2. 계좌이체: 국민은행 463501-01-243303 예금주: (사)순교자의 소리 (본인 성명 옆에 ‘에리트레아’라고 기재해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일반 후원금으로 사용됩니다.)
/ 윤광식 기자(kidok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