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최고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과 동방정교회 수장인 러시아 정교회 키릴 총대주교가 포옹했다. 1054년 중세교회가 동서로 갈라진 후 양 종교 총수가 만난것은 거의 1천년 만이다.
▲사진출처: AP=NEWSIS
AP=연합뉴스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12일(현지시간) 오후 쿠바 수도 아바나의 호세 마르티 국제공항에서 쿠바를 공식 방문 중인 러시아 정교회의 수장 키릴 총대주교와 만났다고 AP·AFP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공항 VIP룸에서 키릴 총대주교와 포옹하면서 "마침내 (만났다)"라는 감탄사와 함께 "우리는 형제다"라며 이번 만남에 대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두 종교 지도자가 서로의 볼에 세 차례 입맞춤하고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번 만남은 신의 뜻이 분명하다"고 말하자 키릴 총대주교는 "이제 상황이 훨씬 잘 풀릴 것"이라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역사가 내포된 상징적인 선물도 교환했다. 교황은 총대주교에게 두 교회로부터 존경을 받는 5세기경 알렉산드리아의 대주교인 키릴로스의 유골이 담긴 성유물함과 성배를 건넸다. 총대주교는 수 세기 동안 러시아의 수호자로 공경을 받아온 카잔 성모상의 복제품을 선물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키릴 러시아 정교회 총대주교는 약 3시간 동안 면담을 하고 기독교의 통합을 다짐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두 지도자는 공동성명에서 "거의 1천 년간 가톨릭과 정교회는 성찬의식의 교감을 박탈당했다"면서 "우리는 통합의 손실을 비롯해 인간의 연약함과 죄의 결과로 고통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만남이 신의 뜻인 통합을 재정립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희망한다"면서 "우리는 경쟁자가 아니라 형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들은 또 국제사회가 중동 등지에서 극단주의자들의 폭력에 위협받는 기독교인을 돕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양 교회 수장은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많은 나라에서 기독교 형제자매들이 몰살당하고 있다"면서 "국제사회가 추가적인 축출을 막기 위해 조속히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역대 교황들이 터키를 방문해 동방 정교회 총대주교를 만난 적은 있지만, 정교회 '실세' 격인 러시아 정교회 수장과 대면하는 것은 1054년 기독교 교회가 동방과 서방으로 분열된 이후 처음이다.
앞서 전임 교황인 요한 바오로 2세나 베네딕토 16세도 러시아 정교회 총대주교와의 만남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고 한다.
양 교회 수장의 만남은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중재로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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