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도덕적이야 할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성범죄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산 대형교회 목사가 여 전도사를 성추행 한 사건이 또 일어났다. 이에 따라 교계 안에서 목회자들의 성적 탈선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2009년 11월 여 성도를 성추행한 혐의로 교회에서 쫓겨나면서 한국 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을 큰 충격에 빠뜨렸던 전병욱 목사. 하지만 그는 한국 교회 앞에 자신의 성범죄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거나,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해당 노회나 교단의 특별한 권징이나 치리 없이 ‘홍대새교회’까지 개척해 목회를 해오고 있다.이와 관련 최근에는 ‘전병욱목사성범죄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까지 구성됐으며, 전 목사의 무분별한 개척시도 중단을 촉구하는 한편, 해당 교단의 권징 및 치리를 촉구하고, 교회 내 성범죄에 대한 실제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기윤실 기독교윤리연구소는 지난 5일 ‘목회자와 성’을 주제로 목회자 윤리 연속심포지엄을 개최하고, 목회자 성범죄의 사전 예방과 이미 이 문제로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을 위한 극복과 회복 방안을 모색했다.
발제자로 나선 신원하 교수(고신대)는 “교회는 목사의 성적 비행과 범죄가 엄청난 대가와 비용을 치르는 심각한 일이고, 자칫하면 교회의 기둥과 석가래를 무너뜨릴 수 있는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태풍과 같은 죄로 인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적지 않은 교회가 성범죄의 잠재적인 피해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며 “교회가 목회자 성문제를 다루는 것이 비록 불편하더라도 전문가들과 함께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 본연의 복음 사역을 감당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기독교여성상담소의 지난 통계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05년 10월까지 접수된 목회자 관련 성폭력은 108건으로 강간 61건, 성추행 38건, 성희롱을 포함한 기타 사건이 7건 등이다. 특히 목회자 관련 성폭력 중 고소 사건은 9건으로 교단과 사회법에 모두 고소한 경우 4건, 교단에만 고소한 경우가 3건, 사회법에만 고소한 경우가 2건이었다.
특히 대다수 목회자와 성도들은 흔히 인터넷 언론과 방송에서 보도되고 있는 목회자와 관련된 성폭력은 사이비 종파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지만 기독교여성상담소 통계에 따르면 한 두건 빼고 모두 정통 교단에서 버젓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기독교여성상담소 박성자 소장은 “1998년 창립 이래 교회 내 성폭력 추방을 위한 노력과 투쟁을 끊임없이 해왔지만 현재 교회 성폭력은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교회나 교단 측에서도 해결을 위한 일말의 변화나 노력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사실 목회자들은 종교적인 특수성이나 자신의 권위를 남용해 성도나 고용된 교역자들에게 성폭력이나 간음, 또는 그와 유사한 성적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특히 목회적 돌봄 하에 있는 사람들에게 신앙 행위를 빙자해 행하는 성적 행위는 가해자의 물리적 힘의 행사나 피해자의 저항유무와 관계없이 성폭력에 포함된다.
박 소장은 “한 여성을 상대라 한 일탈의 경우로 로맨틱하고 지고지순형도 있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하기보다는 상대 여성을 탓하고, 발뺌하면서 성서를 오용하는 뻔뻔형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즉, 대부분의 성폭력 가해자들이 자신의 죄를 부인하는 것과 같이 성범죄를 저지른 목회자들도 처음에는 부정하다가 나중에는 여 성도가 자신을 유혹한 것처럼 책임을 전가해 피해 여성에게 더 큰 상처를 주는 목회자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특히 여성들의 피해 횟수도 대부분이 1회성 피해이기보다는 한 목회자에 의해 장기간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박 소장에 따르면 1~2년은 보통이고 3년에서 6년, 심한 경우 10년에서 20년을 넘는 경우도 있고, 지속적인 강간의 후유증으로 낙태를 한 경우도 여러 건이 있다. 피해자의 경우 한 목회자에 의한 피해자가 1명인 경우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이 피해자가 여러 명인 경우가 많다. 보통 2명에서 많게는 그 피해자가 40~50명에까지 이르는 상황이다.
특히 교회 내 성폭력은 교묘한 장치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목회자는 자신을 영적 아버지라 칭하며, 영적 아버지의 표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의 표시와 동일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대부분 화간의 형태를 띤 강간의 경우가 많다.
피해자들은 처음에는 스스로 납득하기 어렵지만 목회자를 특별한 방식으로 섬기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고, 주의 종을 기쁘게 하는 것이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것이고, 하나님께 순종하는 것으로 여기게 되는 것이다. 주의 종에게 큰 은혜를 입었다고 여기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증거가 없기 때문에 해결도 쉽지 않다. 자신이 농락당하고 성폭행을 당했다고 인식했을 때 이미 고소기간이 지나버리거나 증거가 없기 때문에 법의 보호를 받는 것도 어렵다.
무엇보다 교회 내 목회자 성범죄는 우발적 사건이 아닌 교회 내 일방적인 권력문제 및 폐쇄적 교회운영 구조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현재 목회자가 가해자인 경우 구체적인 성범죄 사실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단호한 권징과 치리가 드문 상황이며, 오히려 피해자들이 비난받고 교회를 떠나게 되는 일이 허다하다.
목회자 성범죄 특징은 권력 남용과 그로 인한 성서의 오용, 자의적인 해석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기독교여성상담소를 비롯해 전문가들은 목회자들이 오용하거나 성경구절을 인용해 자의적인 해석을 내리는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야곱에게는 레아와 라헬이라는 두 아내가 있었다. 레아는 야곱의 첫 아내였지만 야곱이 사랑한 사람은 라헬이었다. 너는 야곱을 섬긴 라헬처럼 목사를 섬기기 위해 부름 받았다”, “에덴동산이 어떤 곳이냐? 그곳은 벗고 있어도 수치를 몰랐다. 영적인 사람은 벌거벗고 서로 보고 있어도 수치를 느끼지 않는다”, “모세가 구스 여인을 취해도 죄가 되지 않는 것처럼, 솔로몬이 2천 명의 궁녀를 거느렸듯이 나는 여인을 취해도 죄가 되지 않는다”, “아브라함이 외아들 이삭을 하나님께 바치듯 가장 소중한 것을 주의 종에게 바쳐야 한다”, “아담에게 돕는 베필 하와가 있었듯이 너는 내 돕는 베필이다. 결혼한 배우자가 모두 돕는 베필은 아니다” 등이다.
이와 같은 성경구절을 오용하고 자의적으로 해석하면서 성폭력을 시도한 목회자들은 자신의 가해 사실이 교회에 알려지면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시키고 피해자를 비난하기까지 한다. ‘목회자를 모함하면 하나님의 저주를 받는다’든지 ‘교회 문제를 세상 법에 맡기면 안된다’ 등의 협박도 서슴없이 한다. 또한 ‘주의 종은 하나님이 다루신다’, ‘용서하라’ 등의 말로 피해자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목회자 성범죄와 관련 교회적으로 선교적 차원에서 장애가 된다는 핑계로 문제를 조용히 덮어버리고자 하는 것이 현재 한국 교회 목회자들의 성폭력을 대하는 교단과 교회의 정서라고 볼 수 있다.
이는 한국 교회의 빈곤한 신학과 왜곡된 신앙으로 인해 생겨난 문제로도 볼 수 있다. 목회자의 자질과 인격에 문제가 있더라도 교회 성장만 이뤄낸다면 칭송하고, 개인의 종교적 욕구만 채워준다면 은혜라고 여기는 사고방식이 목회자의 성범죄 사건과 같은 비극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신원하 교수는 “교회는 오랫동안 목사와 성이라는 주제를 거론하는 것을 거의 금기시해왔다”며 “그동안 목회자들의 성추문이 교계에서 끊임없이 있어왔지만, 이를 문제화해 공개적으로 공론화한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사실 목회자들도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성적 유혹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어떻게 보면 일반인과 달리 목회자는 목회환경 속에서 육체적으로, 영적으로 지치고 건조해질 수 있다. 더군다나 목회자라는 신분 때문에 여가와 오락을 찾아 갈만한 장소도 별로 없다.
신 교수는 “목회자들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서재나 방으로 들어가 컴퓨터를 클릭함으로 긴장을 해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목회자들이 종종 인터넷 음란물에 접속하는 빈도가 많고, 음란물 중독에 빠지기 쉬운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목사는 감독자가 없기 때문에 유혹에 넘어갈 경우 스스로 컨트롤 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한국 교회 안에 목회자 성폭력 문제를 전담해 처리할 수 있는 체계나 제도가 없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교단에 소속되지 않은 교회의 경우는 거의 속수무책이다. 설령 교단에 소속된 교회라고 할지라도 다른 교단으로 옮기거나 탈퇴하면 교회법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목회자를 치리할 수 없다.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징계나 중재과정이 교회법으로 명확하게 명문화시킨 교단들도 없는 상황이다.
전병욱 목사의 경우처럼 해당 교단이나 노회가 제대로 치리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성적으로 넘어진 목회자에 대한 목회 회복의 가능성은 반드시 있어야 하지만 전 목사의 경우에는 이와 관련된 적절한 절차와 단계 없이 곧바로 목회에 복귀한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홍인종 교수(장신대)는 “타락한 목회자가 설령 회개와 하나님의 용서, 재헌신 등을 통해 목회로 복귀해도 이전의 남편, 아버지, 목회자로서의 리더십에 큰 손상을 입었기 때문에 그의 사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목회 현장에서 떠나는 유예기간 △전문 상담자와의 심리치료 △피해자들에 대한 용서구함 △교회로부터의 회복과 사역지에서의 재청빙 등의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김혜령 박사(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는 목회자들의 성범죄 위기를 극복하려고 성차별적이고 금욕적인 전통적 성도덕으로 복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 박사는 “성은 죄가 아니라 하나님이 창조하신 인간의 축복받은 실존인만큼 억압이 아닌 올바른 성관계를 통해 아름답게 구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교회는 ‘선한 몸’과 ‘아름다운 성’ 개념에 바탕을 둔 성서적 인간관을 회복하고, 나아가 여전히 성차별적인 교회 제도를 실제적으로 개혁해 남녀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새로운 성윤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무엇보다 목회자 성범죄는 더 이상 쉬쉬하거나 개교회에 맡겨 해결하도록 해서는 안된다. 공론화하고, 더 엄밀하게 신학적, 혹은 사회과학적, 의학적으로 연구하고 대처해 나가야 한다. 한국 교회 전체 목회자들이 자신도 유혹에 빠질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고 대처해야 한다. 자신의 배우자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성에 대한 가치관, 여성관에 대해서도 성찰해야 한다.
교회 및 교단 차원의 적극적인 제도 마련도 시급하다. 성차별과 성폭력 예방지침서를 만들고, 성폭력 피해자의 권익을 옹호하는 교회법을 제정해야 한다. 교회법에 성폭력의 범죄규정을 명확하게 게재하고, 성폭력 가해자를 처벌하거나 상담 치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신학교에서 ‘목회자 성윤리’를 가르치는 것도 필요하다. 김승호 교수(영남신대)는 “신학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윤리 관련 과목을 개설해야 한다”며 “성윤리 교육을 보다 넓은 차원인 영성훈련의 차원 내에서 시행하거나 훈련과 병행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성윤리 교육은 단지 신학생과 목회자의 성적 탈선을 예방한다는 소극적 차원의 교육에서 벗어나 일반적인 성뿐만 아니라 성 소수자, 여성학, 성적 학대와 가정폭력 등을 포함하는 보다 광범위한 내용을 교육하는 등 적극적 차원에서의 성윤리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
한국 교회 목회자들의 잘못된 성 관념과 폭력적 행위를 억제하고, 성범죄를 저지른 목회자들을 제대로 치리하거나 치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면 목회자들의 순결함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