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 이홍정 목사가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영결식 추모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일부 진보 교계에서 비판을 받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NCCK) 총무 이홍정 목사가 결국 사과했다.
이홍정 목사는 지난 10월 3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거행된 노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 종교예식에서 기도를 한 것과 관련,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공식 사과를 표명하는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홍정 목사는 ‘5.18 광주의 마음을 깊게 헤아리지 못한 잘못을 사과드립니다’라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목사는 특히 “총무로서 저의 거취도 이제 곧 열릴 정기총회의 결정 앞에 사심 없이 겸허히 맡기겠다”고 밝혔다. 이 목사의 4년 임기는 이번 총회에서 마무리되며, 오는 22일 열리는 NCCK 제70회 총회에서 연임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홍정 목사는 “가해자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국가장 영결식에 참여한 것은, 5.18 광주의 마음을 중심에 두고 사고하지 못한 중대한 잘못이었다.”며 “비록 제게 공적으로 부여된 기회를 선용해 가해자의 죽음의 자리에서 시대를 향한 유의미한 메시지를 기도에 담아내고자 했지만, 그 모든 것을 차치하고 제 참여 자체가 역사의식의 본질로부터 이탈해 있었음을 인정하고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다음은 사과문 전문]
5.18 광주의 마음을 깊게 헤아리지 못한 잘못을 사과드립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박정희 군사독재정권과 전두환·노태우 신 군부정권의 폭정에 맞서서, 이 땅에 고난 받는 민중과 연대하며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인권의 보편화를 이루기 위해 희생적으로 참여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빛에서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정신과 유산을 재해석하며, 사회선교운동의 영성과 실천을 비추어 성찰하는 거울로 삼아 왔습니다.
이 같은 정신을 엄중하게 계승하고 실천해야 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로서, 가해자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국가장 영결식에 참여한 것은, 5.18 광주의 마음을 중심에 두고 사고하지 못한 중대한 잘못이었습니다.
비록 저에게 공적으로 부여된 기회를 선용하여 가해자의 죽음의 자리에서 시대를 향한 유의미한 메시지를 기도에 담아내고자 하였지만, 그 모든 것을 차치하고 저의 참여 자체가 역사의식의 본질로부터 이탈해 있었음을 인정하고 사과드립니다.
5.18 광주의 마음은 국가장에 반대하였고, 고인이 가족을 통해 남긴 사죄의 마음은 용서와 화해를 이끌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것이었습니다.
저의 기도 속에 담긴 사회적 화합에 대한 바람은 진실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역사적 정당성과 현실성을 얻기에 부적절한 표현이었습니다. 저의 국가장 참여는 전적으로 5.18 광주의 마음을 우선적으로 헤아리지 못한 저의 잘못입니다.
이로 인해 5.18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이 받은 마음의 상처를 제 마음에 다시 새기며 그 분들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5.18 광주의 마음을 신앙적으로 해석하고 실천하며 희생적으로 민주화운동에 참여해온 모든 분들과, 이를 계승하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2030세대에게 깊이 사과드립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섬기는 동역자 여러분에게 마음에 큰 어려움을 드린 것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향후 이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투철한 역사의식과 피해자 중심의 현실인식을 가지고, 피해 당사자들, 지역교회지도자들과 현장의 활동가들, 2030세대, 사무국 동역자들과 보다 긴밀히 소통하며, 5.18 광주의 진실 규명과 화해를 위해 더욱 힘쓰겠습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총무로서 저의 거취도 이제 곧 열릴 정기총회의 결정 앞에 사심 없이 겸허히 맡기겠습니다. / 윤광식 기자(kidok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