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5월11일 최태민이 창립한 대한구국선교단 주관 초교파 구국기도대회에 박근혜 영애가참석해 신도들을 격려하고 있다. 경향신문 1975년 5월12일자 7면 기사
‘최순실 게이트’가 한국교회를 강타하고 있다. 최순실의 부친 최태민씨가 창설한 대한구국선교단(구국기도회), 구국십자군에서 당시 한국교회 주요 10여개 교단 지도자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교회 영적리더십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
▪최태민의 구국선교단에 참여한 한국교회 지도자는 누구?
경향신문10.26자 보도에 따르면 최태민씨가 1975년 4월 영생교라는 이름을 내리고 대한구국선교단을 창립하고 목사라는 호칭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5일 <경향신문>은 '두 곳서 반공 구국 기도회, 근혜 양 등 참석'이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 기사는 5월 4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중앙교회에서 열린 구국 기도회에 교파를 초월한 신도 1,000여명과 '박정희 대통령의 영애 근혜 양'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교파를 초월했다는 점에서 개신교목사들과 성도들이 대거 동원되었다는 점을 알 수있다.
▲박근혜 영애와 최태민 대한구국선교단 총재가 구국기도회 연단에 함께 서있다. KBS 페이스북 갈무리 /경향신문 갈무리
1975년 5월11일 대한구국선교단(총재 최태민)의 초교파 구국기도대회가 임진각에서 개최되었고 박근혜 영애가 참석했다. 목사와 신도 5천여명이 참석한 이 행사에서 박근혜 영애는 “기독교도 여러분의 단결된 힘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도록 힘써달라”는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5월 13일 자 <조선일보> 기사에서 "최태민 총재는 '한국교회는 그리스도의 정신인 십자가를 지고 총화단결해 나갈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뉴스앤조이에 따르면 대한구국선교단에 이름을 올린 목사 중 가장 많이 알려진 사람은 새문안교회 담임이었던 고 강신명 목사다. 그는 대한구국선교단 단장으로 활동했다. <경향신문> 1975년 5월 21일 자 기사를 보면 "예장통합(강신명), 예장합동(최훈), 기감(박장원) 등 10개 교단을 망라한 목사 50명이 복음 전파와 승공 정신 함양, 사회 정화를 목적으로 지난 4월에 발족한 대한구국선교단은 그동안 2회의 구국 기도 대회를 개최했으며 앞으로 기독교 반공운동을 위한 사회 활동을 펴겠다고 밝혔다"는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강신명 목사는 한경직 목사와 함께 예장통합 대표적인 반공주의자로도 알려져 있다. 서울 새문안교회에서 담임목사로 활동하며 현 서울장로회신학대학교 전신인 서울장로회신학교를 새문안교회 건물 안에서 시작했다. 은퇴 후에는 숭실대학교 총장을 역임했다.
1975년 6월 1일 주일, 대구에서 구국 연합 기도 대회가 열렸다. 당시 현장을 보도한 <경향신문> 기사는 강신명 목사가 "교회가 구국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회개 운동부터 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보다 명예와 권세, 그리고 돈을 더 섬기는 사람이 없지 않은가 반성해 보자"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대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기독교인이 조국의 방패가 되어 달라"고 발언했다.
▪기독십자군에 참여한 목사는 누구?
대한구국선교단 최태민 총재는 이후 ‘기독교 십자군 창설’의 일환으로 산하에 ‘대한구국십자군’을 창설했다. 당시 반공주의에 앞장서던 한국 보수 교계 주요 인사들이 이 기독십자군에 참여했다. 이름은 나오지 않지만 당시 신문 기사에서는 기독교 목사들이 이 기독십자군에 참여해 자발적으로 '군사훈련'을 받은 사실 또한 찾을 수 있다. 1975년 5월26일 경향신문은 3일간 군사훈련을 받은 대한구국선교단 소속 목사들의 퇴소식에 참석해 군사훈련을 마친 목사들을 격려했다고 보도했다.
▴박근혜 영애가 대한구국선교단 명예총재 자격으로 대한구국선교단 산하 구국십자군 창군식에 참석해 신도들을 격려하고 있다. 경향신문 1975년 6월23일자 7면 기사
창설에 앞서 최태민은 목사 100여명과 함께 군부대 입소해 훈련을 받았다고 1975년 6월 16일 자 <경향신문>)이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대한구국선교단(총재 최태민) 소속 목사 107명은 16일 하오 1시 안보 결의를 다지기 위해 육군 제OOOO부대에 입대했다. 서울 서대문구 응암동 한성교회 김동빈 목사를 비롯한 대한구국선교단 목사들은 2박 3일 동안 사병들과 똑같은 영내 생활을 하면서 총검술, 사격 훈련, 작전술 등을 이수하게 된다."
▲ 박근혜 영애와 최태민이 나란히 서있다. (뉴스앤조이 갈무리)
구국십자군은 1975년 6월 21일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 창설했다. 선교단 명예총재인 박근혜 대통령은 격려사에서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굳센 신앙으로 나라를 지키는 일이 하나님의 뜻에 따르는 길"이라고 말했다. 십자군은 대원 목표 20만 명으로 시작했으며 이후 충남 지역에 십자군을 창설했다는 기사를 마지막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대한구국선교단이 창설한 '기독교구국십자군' 총사령관은 당시 인천송월감리교회 담임이었던 박장원 목사였다. 박 목사는 구국십자군이 창설되면 해야 할 일로 '전국 복음화 운동, 조국 통일 성업의 전위대 역할, 사이비 종교 일소, 퇴폐풍조 일소'를 꼽았다. 그는 "구국십자군은 오늘의 한국적 정황에서 구국의 기틀이 되고자 하는 하나님의 군병"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박장원 목사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으로 인천송월감리교회에서 시무하면서 12년간 수요일마다 구국 기도회를 인도해 왔고 70년부터는 철야 부대까지 조직, 나라와 민족을 위해 철야 기도회를 마련해 왔다"고 전했다. 박장원 목사는 1975년 12월까지 송월감리교회를 담임하다 이듬해 12월 인천송월제일교회를 개척했다. 교회는 이후 이름을 바꿨고 현재는 그의 아들이 담임목사를 맡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교회연합은 여기에 참가한 자들에게 회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것이 일개 참여 목사 개인 탓으로 과연 돌릴 수 있는 문제인가? 부끄러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영적리더십을 발휘해야할 목사들이 일개 박수무당에게 휘둘린 희대의 부끄러운 사건 앞에 한국교회가 가슴을 치고 회개해야할 과오가 아닌가? /윤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