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통합무산이 현실화 됐다. 그동안 한국교회연합기관들의 통합논의는 양치기소년으로 비유될 만큼 번번히 실패했기 때문에 어는 정도 기대가 있었지만 또다시 한국교회에 실망을 안겨줬다.
▲지난 12일 한교총 임원회에서는 통합 추진을 잠정 중단했다.
지난달 28일 연합기구 통합에 완전 합의하며 11월 16일 오전 11시에 개최하기로 했던 한국교회총연합(공동대표회장:전계헌, 최기학, 전명구, 이영훈 목사)과 한국기독교연합(대표회장:이동석 목사) 간 통합총회가 또다시 무산됐다.
이유는 통합합의 후 10월 30일 ‘한기연 통합추진위원장 권태진 목사 외 위원 일동’ 명의로 한교총에 보내진 문서 때문이다. 한기연은 20개 항으로 된 이번 공문에서 “통합 법인의 기본재산 3억을 한교총 법인 통장으로 입금한다(선입금 11월 2일까지/등기 후 완불 입금처리)”와 “한기연 설립 시 소요된 경비는 통합총회에서 승계하며 통합총회기에 반액을 지불하고 차기회기에 반액을 지불하도록 한다(2억3천만원)”, “한기연의 부족한 경상비 9천만원을 한교총에서 지원하여 정리케 한다(지원 시기는 11월 2일까지)”는 내용을 담았다. 즉 한기연이 한교총에 요구한 금액은 약 6억 2천만원. 11월 16일까지 약 3억 5천만원을 입금해 달라는 것이었다.
또 지난 28일 세부합의서에서 “사무총장을 1인으로 한다”는 합의가 있었지만, 다시 보낸 공문에서는 “양 기관 사무총장 2인은 통합총회 전에 총무 1인, 사무총장 1인으로 조정하여 결정한다”는 새로운 내용도 추가됐다. 여기에 “공동대표 및 대표회장 추대는 양 기관의 5인씩 10인이 합의하여 추대한다”는 내용까지 담겼다.
이에 한교총은 “새로운 내용까지 추가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은 막판에 통합을 어렵게 만들려는 것 아니냐”고 발끈하며 통합 추진을 잠정 중단했다. 지난 12일 공동대표회장단 회의에서는 이 같은 내용을 확정했다.
한기연 관계자는 “합의서를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재정을 요구한 것으로, 통합총회 이후 정산하겠다며 재정지원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우리를 신뢰하지 않는 것 아니냐”면서 “사무총장 문제는 1인으로 한다는 합의만 있을 뿐 다른 후속조치나 논의가 없어서 제안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흡수가 아니라 통합인 만큼 양 기관 동수 합의로 대표회장을 추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문에 대한 부정적 반응에 대해 한기연은 지난 6일 임원회를 열고 총회단독 개최의사를 확인했다.
결국 한기연이 신뢰를 바탕으로 청산절차를 위한 선 재정 투입을 요구했지만, 한교총 입장에서는 당장 지급할 수 있는 재정적 여력이 충분하진 않았다. 법인 설립을 위한 기초자금을 마련하고 있고, 최근 예장 합동과 통합이 교단 회비를 납부했지만 6억2천만원이라는 재정을 확보하는 데는 시일이 필요했다. 한교총 한 관계자는 “본인들이 야기한 재정 문제를 두고 맡겨놓은 돈을 찾듯이 급하게 시일까지 요구하는 것은 상식선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단체 수장들이 서명한 합의 사항과 다른 내용을 보낸 것도 지도자들의 위상을 훼손한 것 아니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하나의 사무실을 사용하는 것을 눈앞에 뒀던 한교총과 한기연이지만, 결국 감정의 골만 깊어진 셈이 되고 말았다. 한기연은 한교총 내 대형교단들이 통합의 정신보다 힘의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고, 한교총은 미래적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데도 한기연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미 양 기구는 각각의 정기총회 개최 일정진행중이다. 한교총은 법인 설립절차를 재개했으며, 한기연은 선거관리위원회를 재가동해 상임회장 후보접수에 들어갔다.
일정상으로 한기연은 12월 5일 제8회 정기총회를 개최하며 이변이 없는 한 권태진 목사가 대표회장으로 추대될 전망이다. 한교총은 다음날 6일 제2회 정기총회를 개최하며, 현재 예장 통합, 합동, 기하성 총회장이 맡았던 공동대표회장을 어느 교단에서 맡게 될지 관심이다.
양기관의 통합의 명분이 한국교회의 하나되라는 명령에 순복한다고 했으나 결국 돈과 자리 때문에 무산된 셈이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교단장들이 보인 행태이다. /윤광식 기자(kidok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