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이 일제 강점기, 교단 폐쇄의 탄압에도 신사참배를 거부하며 끝까지 신앙을 지킨 선배들의 정신을 기억하며, 수난자들의 이름과 수난 역사를 담은 기념 동판을 총회 건물에 새겼다.
기독교한국침례회(총회장:김인환 목사, 이하 기침)가 7월 6일 서울 여의도동 총회빌딩에서 ‘침례교 지도자 32인 신사참배 거부 동판 제막식’을 개최했다. 침례교역사신학회(이사장:임공열 목사, 이하 역사신학회)가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김인환 총회장 등 총회 임원들과 역사신학회 이사진 등 교단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에 총회본부 13층에 새겨진 동판에는 신사참배 거부로 수난당한 침례교인 32인의 이름이 기록됐다. 기침의 전신인 동아기독교회는 1939년 제34차 대화회(총회)에서 신사참배 거부를 결의하는 등 교단적으로 일제의 신사참배에 저항했다. 이로 인해 1942년 6월 10일 당시 감목(총회장)이었던 이종근 목사가 체포된 것을 시작으로 이튿날 3, 4대 감목을 지낸 전치규 목사와 김영관 목사가 구속됐다. 이후 목사뿐만 아니라 김만근 감로(장로), 위춘혁 교사(전도사) 등 다양한 직분의 교단 지도자들이 검거돼 고문 등 옥중고초를 겪었고, 이 과정에서 전치규 목사는 순교했다. 침례교인은 아니었지만 <동아기독교 교규서>를 일본어로 번역했다가 동아기독교 지도자들과 함께 일제에 체포된 강주수 선생도 이번 명단에 포함됐다.
이날 제막식에 앞서 드린 감사예배에서 말씀을 전한 총회장 김인환 목사는 “일제 치하에서 한국교회의 모습은 초라하고 무력했다. 그럼에도 기도하고 믿음을 지켜내며 온몸으로 고초를 감당해낸 이들이 있었다”며 “오늘 그 신앙의 뿌리가 꽃이 되고 열매가 됐다. 눈물로 씨를 뿌린 신앙의 선배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고 말했다. 김 총회장은 “이제 이곳에 그들의 이름을 새겨 이곳을 드나드는 교단 모든 목회자와 성도들 모두가 의지를 다지고 겸허한 믿음의 결단을 하기를 소원한다”면서 “우리 역시 다음세대가 기쁨으로 단을 거두기를 소망하며 다시 눈물의 씨앗을 뿌리자. 절망의 울음이 아니라 복음을 증거하고 말씀을 사수하는 우리의 신앙이 되기를 바란다“고 권면했다.
역사신학회 이사장 임공열 목사도 “수난 당한 32인을 포함해 일제강점기 침례교인들이 보여준 하나님을 향한 뜨거운 신앙을 본받아 오늘 우리의 파고를 헤쳐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기침은 2015년 제105차 총회에서 일제강점기 신사참배에 항거한 역사를 기념하며, 교단이 강제 폐쇄된 5월 10일을 ‘신사참배거부기념일’로 지정했다. 올해도 이날에 맞춰 한국 최초의 침례교회인 강경침례교회 예배당 터(일제에 의해 파괴)에서 신사참배거부 기념예배를 드린 바 있다. 앞서 <신사참배 거부로 수난당한 침례교 대표 32인>을 출판한 역사신학회는 침례교 순교자 연구를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광식 기자(kidok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