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가 전용재 감독회장 당선무효 결정으로 또다시 혼란에 빠져들었다. 지난 7월 선출된 전용재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이 24일 열린 총회특별재판위원회 회의에서 부정선거이유로 '당선무효' 처리됐다.
총회특별재판위원회(이하 재판위)는 신기식 목사 등 3인이 제기한 당선무효 소송에서 전 감독회장 등 일부 후보들이 금권선거를 실시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날 재판에 출석한 한 감독회장 후보는 선거운동을 위해 일정 금액의 선거비용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증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전 감독회장이 청주지역장로연합회가 마련한 인사 자리 등에서 금권을 사용했다는 진술 등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위는 “증거가 나온 이상 당선무효를 피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표결에 들어가 9대 4로 당선무효를 결정했다. 회의를 마치고 당선무효를 공포한 24일 3시30분 이후로 전용재 목사의 감독회장직은 정지되었다.
소식을 접한 전용재 목사는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위의 판결이 부당하며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 감독회장은 “무효사유가 되었던 건에 오류가 있음을 증명할 수 있고, 거짓 자료를 바탕으로 무효를 결정했으므로 절차상 하자가 있는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재판 판결 기간제한이라는 이유로 반증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당선무효를 확정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 전 감독회장은 “재심요청과 함께 위증여부를 가리고 명예를 회복할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난 선거에서 당선된 전용재 감독회장
전 감독회장이 이같은 주장을 하는 이유는 재판위가 증거로 채택한 정 모 장로의 증언이 ‘공증’되어 제출됐지만 그가 제시한 시간과 장소에 전 감독회장은 다른 업무를 하고 있었던 것. 전 감독회장은 자신의 알리바이를 입증할 수 있다며 “오늘 아침 제출된 인증진술서 등은 거짓된 자료”라고 확신했다.
이와 같은 혼란 속에서 감리교는 당장 감독회장 직무대행을 선출해야 하는지, 재심청구 후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전용재 감독회장의 지위를 인정해야 하는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개정된 교리와 장정은 감독회장 직무 정지 시 30일 이내에 총회실행부위원회 회의에서 연회 감독 중 1인을 감독회장 직무대행으로 선출하도록 되어 있다. 당선무효를 ‘직무정지’로 해석할 경우 이 법이 적용된다.
한편, 교단 일각에서는 “이번 재판위 판결이 사실이라면 교단 내 만연한 금권선거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감리교 내부에서는 감독회장 선거에 8~10억 원의 선거비용이 들어간다는 소문이 나돈지 오래다.
그러나 이번 전용재 감독회장 당선무효 결정이 금권선거가 아닌 정치적 보복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어 추이를 지켜보아야 한다는 신중론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비주류 정치라인이었던 전 감독회장이 이번 선거를 통해 신흥세력으로 부상했으며, 감독회장 취임 후 그에 대한 견제가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재판위가 오늘 회의가 열리기 전 도착한 증거자료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반론의 기회조차 없이 증거가 제출된 당일에 바로 당선무효를 선고한 것 자체가 정치적 의도가 깔린 비상식적 행동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상화 선언 후 불과 두 달, 심지어 하디성회를 통해 “성령에 의지하자”고 다짐했던 교단에서 결국 기도가 아닌 법의 굴레만 황급히 적용하면서 오랫만에 찾아온 감리교의 평화를 깨고 말았다.
전용재 감독회장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총회특별재판이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된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며, 재판위의 판결대로 금권선거가 확인된다면 감리교의 대사회적 위상은 상당한 실추될 수밖에 없는 양날의 위기를 맞았다. 감리교는 그야말로 ‘풍전등화' 의 위기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암담한 상황에 처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