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칭)한국교회총연합회 출범으로 인한 교계 혼란이 극에 달하고 있다. 스스로 한국교회의 대통합을 이룬 역사적 연합체라 주창하지만, 실상은 대형교단들의 ‘갑’질이 극에 달한 정치적 분열단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구나 한교총은 출범식 때 주요 7개 교단을 포함해 총 15개 교단이 회원으로 가입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교단 내부의 정식 허락을 맡아 결의를 이룬 교단은 몇몇 뿐이다. 특히 통합, 합동, 대신, 고신, 합신 등의 장로교단 중 어느 한 교단도 총회 결의를 거친 곳은 없다. 즉 이들 교단은 아직 한교총의 회원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중 먼저 주목해 볼 것은 바로 예장합동이다. 합동은 통합, 기감과 함께 한교총의 공동대표를 향후 5년간 보장받았으며, 지난 9일 출범식 때는 합동 김선규 총회장이 설교를 맡았을 만큼 합동은 이번 한교총 출범의 중심에 있다.
▲ 한교총 출범 기념에배서 설교하는 합동 김선규 총회장
하지만 합동의 이번 가입이 교단 정서를 완전히 무시한 김선규 총회장의 매우 독단적인 행보라는 지적이 내부에서부터 매우 강하게 일고 있다. 여기에 한교총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고조되며, 김선규 총회장을 직접적으로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예장합동의 한교총 가입 과연 문제는 없는가?
◆WCC와 장로교 분열
합동측이 한교총으로 가입하는데 있어 가장 걸림돌은 바로 WCC 문제다. 합동측은 익히 알다시피 수년 전 ‘WCC반대대책위원회’를 조직해, WCC 부산총회를 유치한 예장통합, 기감 등과 대립해 전 교계적인 WCC 반대운동을 이끌었을 만큼 반WCC 진영의 선두에 서 있다.
그런 합동측이 이번 한교총에 통합, 기감과 함께하게 됐다. 불과 몇 년 전까지 WCC 총회를 놓고 총성없는 전쟁을 벌였던 이들이 한 순간 한 배를 타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 사이에 이들 교단에는 WCC에 대한 어떠한 입장 변화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WCC는 한국 장로교 분열의 중심에 있는 주제이자, 합동과 통합도 바로 WCC로 인해 갈라져야 했다. 그리고 분열 당시 결의했던 WCC 금지 및 반대에 대한 입장을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다.
지난 1959년 제44회 장로교 총회는 한국교회 역사의 매우 중요한 한 해다. 당시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는 대전중앙교회에서 제44회 총회를 열고 WCC 문제를 두고 치열한 다툼을 벌여야 했다. 사건의 발단은 경기노회 총대문제였다. 당시 이환수 목사는 대표하는 복음주의신앙협회(NAE) 지지측 총대와 강신명 목사를 대표하는 WCC 지지측 양편이 총대 명단을 동시에 제출하며 논란이 일었다. 이후 치열한 논쟁 끝에 WCC 지지측은 연동교회에 모여 지금의 통합측이 되었고, NAE측은 승동교회에 모여 합동측이 됐다.
◆합동측, WCC 사실상 이단 규정
승동교회에 모인 합동측은 당시에 WCC 뿐 아니라 NAE의 탈퇴를 결의하며, 외부세력과의 단절을 선언했다. 특히 WCC에 대해서는 영구 탈퇴 및 영구 참여금지를 결의하며, WCC와 관련한 세력과는 어떠한 교류나 활동을 하지 못하게 막아왔다.
교단을 갈라야했을 만큼 WCC는 합동측에 있어 신학적, 교리적으로 결코 인정할 수 없는 본질적인 문제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후 WCC 논쟁은 지난 2013년 WCC 부산총회로 인해 다시금 불타오르게 된다. 합동측은 통합측이 WCC 부산총회 유치에 성공하자 즉각 WCC 대책위원회를 조직하고, WCC에 대한 반대 결의문을 발표했다.
당시 합동측은 WCC에 대해 △성경이 정확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임을 부정한다 △종교다원주의에 근거하고 있다 △예수그리스도를 유일한 구원의 중보자로 여기지 않는다 △변질된 성령론을 주장한다 △성경적 교회관을 벗어나 종교들의 일치를 추구한다 △WCC는 교회 본연의 사명인 복음 선포와 선교를 등한시했다 △WCC는 동성애를 묵인하고 있다 등이다.
합동측은 당시 총회장 서정배 목사와 대책위원장 서기행 목사가 함께 이름을 올린 결의문을 통해 사실상 WCC를 종교다원주의, 유일신 부정 등의 이유로 기독교 이단으로 규정하고 있었으며, 특히 현재 한국사회와 교회의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키는 동성애에 대해 ‘묵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곧 합동측이 결코 WCC를 지지하거나 인정하는 인사들과는 같은 정통 기독교의 범주에서 활동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이기도 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 2014년 8월 합동측과 통합측의 증경 총회장들이 연합기도회로 사랑의교회에서 함께하는 사건이 생겼는데, 이에 대해 당시 합동 총회장이었던 안명환 목사는 “총회의 결의 없이 WCC를 지지하는 교단과 교류하는 것을 허락할 수 없다”면서 “WCC를 지지하는 교단과 교류하거나 연합활동을 하려면 총회의 결의를 거친 후에 가능하다”고 못받았다.
즉 어떠한 경우라도 총회 결의 없이 WCC 회원교단인 통합측과의 교류는 불가하다고 당시의 총회장이 교계 전체에 합동측의 정체성을 재차 선포한 것이다.
◆합동측 내부 반발 심화 조짐
그런 상황에 바로 지난 1월 9일 합동 총회장 김선규 목사가 통합, 기감과 함께 한교총을 출범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WCC 영구 탈퇴, 영구 참여금지를 결의한 제44회 총회결의와 상충하며, “WCC를 지지하는 교단과 교류하거나 연합활동을 하려면 총회의 결의를 거친 후에 가능하다”는 교단의 입장을 완전히 뒤집은 경우다.
더구나 위에서 말했듯 이는 교단적 참여라고 볼 수 없으며, 아직까지는 총회장 개인적 활동일 뿐이다. 장로교단의 임원회는 총회가 위임해 준 사항 외에 그 어떤 것도 논의할 수 없다. 물론 지난 101회 총회에서는 한교총에 대해 그 어떤 사안도 논의한 적이 없으며, 이를 결의한 적도 없다.
실행위원회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총회규칙 11조에 보면 실행위원회는 타 교단과의 교류를 행사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기도 하다. 즉 어떠한 방식으로든 현재 김선규 총회장의 한교총 가입을 교단적 참여로 확대해 이를 정당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WCC에 대한 합동측의 반감은 결코 정치적 계산으로도 쉽게 풀거나, 이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런만큼 이번 김선규 총회장의 행보에 대해 교단 내부에서 벌써부터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모 합동측 관계자는 이미 상당수의 증경 임원들이 김선규 총회장의 이번 한교총 가입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으며 조만간 직접적인 제재에 나설 것을 보인다고 귀띔했다. 특히 직접 제재하거나 반대를 표명하지는 않더라도 대다수는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것을 염려해 굳이 한교총에 동참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맥락에서인지 이날 한교총 출범식에는 합동측 직전 총회장이었던 박무용 목사가 순서지에 축사자로 올라 있었으나 결국 불참했다. 이를 두고 모 합동측 관계자는 “총회 주요 인사들끼리 얘기가 오갔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오는 9월이 되어도 총회가 한교총 가입을 허락할 가능성은 지극히 적다. 그렇다는 것은 김선규 총회장이 지금은 한교총 공동대표에 이름을 올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이번 회기 회원 분담금조차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란 뜻이다.
◆공동대표 욕심 버려야
한국교회는 분명 하나가 되어야 한다. 하나되지 못하는 한국교회의 미래는 없으며, 그러므로 하나됨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하지만 WCC 문제는 한국교회의 대대적인 분열을 야기했을 만큼 결코 쉽게 볼 문제가 아니다. 또한 합동과 통합은 나뉜지 60여년 동안 상당한 신학적, 교리적 괴리가 생겼다. 한국교회가 진정 하나가 되고자 한다면, WCC에 대한 양 교단의 오랜 괴리를 진지한 성찰과 연구를 통해 조금씩 극복해야 한다. 이 문제는 샴페인 먼저 터뜨린다고 결코 해결될 그저 그런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김선규 총회장의 한교총 가입은 심히 섣부른 감이 있다. 그리고 공동대표에 너무 큰 욕심을 부린 듯 보인다. 향후 5년 간 교단의 대표가 한교총 공동대표가 되기에 9월 총회까지 기다리면, 사실 김 총회장이 공동대표가 될 기회가 없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총회 결의도, 정체성도 위배하며, 이를 강행하는 것은 그릇된 욕심일 뿐이다. (기사제공 : 교회연합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