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원태 원로목사의 불륜 의혹으로 내홍에 휩싸인 경향교회가 2014년 새해를 앞두고 교회 개혁을 외치는 장로 17명을 무더기로 제명했다.
경향교회 당회는 12월 29일 개혁파 장로들이 당회와 석기현 목사를 인정하지 않고, 교회 분열을 일으켜 제명했다고 밝혔다. 반면, 개혁파 장로들은 12월 30일 반박 성명을 내어 경향교회가 석씨 집안의 사유물이 됐다며, 법적 테두리 안에서 교회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12월 29일 열린 당회는 처음부터 삐거덕거렸다. 내년 교회 직원을 임명하기 위해 모인 당회에서 개혁파 장로들이 석기현 목사를 인정할 수 없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은 불륜 의혹이 불거진 아버지 석원태 목사를 지키기 위해 석기현 목사가 독단적으로 총회를 탈퇴했다고 성토했다. 공동의회의 결의 없는 총회 탈퇴는 불법이고, 총회로부터 제명된 석기현 목사는 경향교회의 당회장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석기현 목사 측은 노회가 총회를 탈퇴하면, 교회도 자동으로 총회를 탈퇴하게 된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총회가 적법한 절차를 무시하고 경향교회를 무너뜨리려 했다고 주장했다.
논쟁 끝에 장로 17명이 자리를 떠났고, 남아 있는 40여 명의 당회원들은 이들을 제명했다. 개혁파 장로들이 총회를 탈퇴한 교회의 결정을 인정하지 않고, 교회를 분열시키고 있다는 이유다. 석기현 목사는 저녁 예배 때 이들의 제명을 발표했다.
개혁파 장로들은 12월 30일 '경향교회 개혁 집사'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사건의 발단은 석원태 목사의 불륜과 이를 결사적으로 덮으려는 세력들의 불법 행동 때문이라고 했다. 이들은 석원태 목사가 자신의 죄를 회개하지 않고 지금도 뒤에서 사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석기현 목사도 교회보다 자신과 가족의 안위만을 생각해 교회를 흔들고 교단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경향교회가 개혁될 때까지 다른 곳에 임시 거처를 마련해 예배하기로 했다. 물리적인 충돌이나 법정 공방은 피하기로 했다. 장 아무개 장로는 "제명 소식을 듣고 '강단을 뺏어야 한다', '사회법에 고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이는 하나님의 방법이 아니라고 판단해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책을 도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200여 명의 교인이 함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배는 예장고려 총회가 경향교회 임시당회장으로 세운 김수복 목사가 인도한다. 총회는 12월 19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석원태·석기현 목사가 총회 징계를 피하려고 불법으로 총회 탈퇴를 주도해 제명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12월 21일 <국민일보>에 제명 처리를 공고했다. 이후 경향교회를 수습하기 위해 러시아 선교사로 사역하다 귀국한 김수복 목사를 임시당회장으로 임명했다.
▲12월 19일 예장고려 총회가 주요일간지에 성명을 내어 석원태 목사가 불미스러운 일로 한국교회에 물의를 일으켰고, 수많은 사람을 실족시켰다고 했다. 총회는 석 목사 부자가 징계를 피하려고 총회를 탈퇴했다며, 부도덕한 행위와 교단 분열을 획책한 죄를 물어 석원태 목사를 제명하고, 석기현 목사 또한 교단을 분열한 죄로 제명했다.
한편, 예장고려 총회는 경향교회와 일부 몇 교회를 제외하고 서울남노회를 다시 재건했다. 노회 서기 김관태 목사는, "석기현 목사가 노회를 주도해 총회를 탈퇴할 때, 노회 소속 24개 교회 중 찬성한 교회는 4곳밖에 안 됐다. 하지만 석기현 목사가 교회 부목사와 장로들을 동원해 통과시켰다. 나머지 20개 교회는 다시 총회로 돌아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