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근처 세인트 존스 교회를 찾아 성경을 들고 강경대응 방침을 밝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P=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에서 지난달 25일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이후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시위가 전역으로 번지고 있는 와중에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회견을 마친 뒤 갑작스럽게 핵심 참모를 대동하고 백악관 인근 세인트 존스 교회를 찾아 성경을 들어 올렸다. 이 과정에서 경호당국이 대통령의 동선 확보를 위해 최루탄을 쏘며 평화시위대를 해산, 논란을 일으켰다. 성경을 든 모습과 시위대 강제해산을 두고 여론이 극단적으로 나뉘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열혈 지지자인 로버트 제프리스 댈러스 침례교 목사는 "내가 대화한 모든 신도들은 대통령의 행동과 메시지에 담긴 진가를 분명하게 알아챘다"면서 "특히 나라 전역이 폭력으로 뒤덮였던 밤을 배경으로 했다는 점에서 그의 임기에서 가장 역사적 순간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성경을 들고 나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불을 놨다.
▴ 성경 들고 나온 펠로시 의장 © 제공: 연합뉴스
펠로시 의장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최루탄으로 백악관 앞 시위대를 해산시키고 교회를 찾아 성경을 들어 올리는 이벤트를 벌이자 자신도 성경을 들고 나와 '치유의 사령관'이 되라며 일침을 놓은 것이다.
그러고는 전도서 3장의 구절을 거론했다. 전도서 3장은 만사에 다 때가 있어서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할 때가 있고 평화할 때가 있다는 내용이다.
펠로시 의장은 "우리는 미국의 대통령이 불길을 부채질하는 사람이 아니라 치유의 사령관이었던 많은 전임자의 뒤를 따르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경을 정쟁에 이용한 것은 아쉬움 남지만 미국사회가 성경을 존중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윤광식 기자(kidok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