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김한길 최원식 의원은 각각 발의한 차별금지법(안)을 기독교계의 강력한 반발로 철회하겠다고 19일 밝혔다. 그러나 완전 철회가 아닌 우회적 방법으로 법안 발의를 시도할 수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한편 차별금지법안은 지난 해 11월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 등 10인이 공동 발의한 법안도 아직 남아있는 상태다.
차별금지법안을 대표 발의한 김한길·최원식 의원 보좌관들은 지난 17일부터 차별금지법을 공동 발의한 의원실을 찾아 법안 철회 의견서를 전달했다.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시민운동 광고
두 의원은 ‘차별금지법안 발의에 동참해 주신 의원님들께 드리는 글’이란 제목으로 “차별금지법 발의를 둘러싸고 본의 아니게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널리 양해를 구한다”며 “공동 발의한 의원들의 동의를 받는 대로 19일 중 법안 철회 및 재논의 절차를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의원은 4쪽 분량의 이 글에서 “현재 반대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기독교 교단을 포함해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종합적으로 재검토해 한국의 사회문화적 특수성까지 감안한 새로운 내용으로 가다듬겠다”고 밝혔다. 또 “이를 위한 당내 논의기구 등 대책 마련을 당 지도부에 건의하고자한다”며 “대표 발의한 각각의 법안을 먼저 철회하는 절차를 밟는다”고 적었다.
최 의원은 18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사회적 합의를 미리 밟았어야 했는데, 막상 법안을 발의해 보니 예상보다 사회적 갈등이 컸다"며 "단일안을 만들며 토론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이뤄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계속 법안을 밀고 나갔을 경우, 내년 지방선거까지 영향받을 수도 있는 담론"이라며 "민주당이 고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일안에는 "종교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는 오해를 불식하기 위한 조항 조정 등을 거친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가장 비난을 받고 있는 '성적 지향' 항목에 대한 삭제 가능성을 묻자 최 의원은 "모든 가능성은 열어두고 진행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법무부의 법안 발의 시점을 기점으로 둔 데에 대해서는 "지금은 새누리당에서 손에 피를 안 묻히려고 전혀 나서지 않는데, 법무부가 법안을 발의하면 정부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 속에 치밀하게 치고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vs 보수 기독교 단체'로 굳어진 구도를 '정부 vs 보수 기독교 단체' 구도로 전환하고, 민주당이 정부를 적극 뒷받침해 역공에 나서겠다는 설명이다. 1보 전진을 위한 후퇴인 셈이다.
민주통합당 김한길 의원 등 51인과 최원식 의원 등 12인은 지난 2월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각각 발의했다. 법안에는 ‘…임신 또는 출산·종교·정치적 성향·전과·성적 지향·성 정체성’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예방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민주통합당 김진표 의원은 이날 교계와 시민단체 지도자에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우리 민주당은 동성애·동성혼의 법제화에 반대하는 기독교계의 주장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동성애·동성혼을 허용하는 법률이 제정되지 않도록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 드린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미 발의된 법안은 공동 발의에 서명한 의원의 2분의1의 동의로 철회할 수 있다. 한국교회언론회 사무총장 심만섭 목사는 “두 의원의 철회 결단을 환영한다”며 “추후에 김재연 의원이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안도 철회돼야 한다. 사회혼란과 국가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이런 법안은 절대 입법이 돼선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