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평강제일교회 당회정 선출 투표소 모습
고 박윤식 목사가 설립한 평강제일교회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현 당회장 이승현 목사가 연임에 실패하면서 차기 당회장 선출을 두고 큰 혼란에 빠졌다.
당회장 후보로 나선 2인이 당회 내 지지세가 매우 박빙으로 대립하며, 현재 12차 선거까지도 승부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교계 일부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과거 문제를 제기하며, 교회 전체가 술렁일 기미를 보이고 있다.
평강제일교회 당회장 선거 혼란은 지난 10월 17일 당회에서 현 당회장인 이승현 목사의 연임이 부결되면서 시작됐다. 동 교회의 당회장 선거는 전체 회원 중 2/3 이상의 표를 득해야 가능하지만, 이날 이승현 목사는 전체 182표 중 114표를 얻어, 2/3(122표)에 단 8표가 모자라 안타깝게 부결되고 말았다.
이 목사의 연임이 부결되며, 새롭게 후보로 떠오른 인물은 유OO 목사와 조OO 목사다. 박윤식 목사에 이어 2대 당회장을 역임했던 유OO 목사와 조OO 목사가 새롭게 맞붙은 것이다.
연임 부결 이후 곧바로 진행된 투표에서 유OO 목사는 98표, 조OO 목사는 35표를 득했다. 유OO 목사가 압도하기는 했지만 2/3에 미치지는 못해 또다시 부결된 것이다. 이후 10월 31일(2차 당회), 11월 7일(3차 당회)에서 총 12차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을 펼쳤으나, 양 후보 다 2/3를 넘기지 못했다. 다만 눈여겨 볼 것은 1차 투표에서 35표에 머물렀던 조OO 목사가 한 주가 2차 투표부터는 70~80표를 얻으며, 엄청난 상승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양 후보 간의 표 대결이 매우 흥미로워진 상황에, 의외의 변수가 제기됐다. 고 탁명환 소장의 아들이자 현대종교 편집장인 탁지일 교수(부산장신대)가 자신의 SNS를 통해 평강제일교회 선거에 나온 조OO 목사를 언급한 것이다. 탁 교수는 조 목사에 대해 자신의 선친인 탁명환 소장의 사건이 벌어질 당시, 조 목사가 범인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었다는 사실을 전하며, 최근 조 목사가 당회장 선출 과정에서 이름이 다시 언급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 조OO 목사 명의의 편지가 교회 내부로 확산되며, 사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존경하는 평강가족 여러분'으로 시작되는 본 편지에서 조 목사는 “오직 교회발전과 목회활동에만 전념해 온 저에게, 온갖 누명을 씌워 당회장이 못되게 방해하는 분들에게 진정으로 묻고 싶다”며 과거 탁명환 소장 사건에서의 자신의 행위는 교회를 위해 희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뿐 아니라, 앞서 이승현 목사의 연임 부결에 대해 “소수에 의해 다수가 지배 당하는 민주주의가 역행되는 교회의 현실”이라고 지적하며 자신은 당회장(이승현 목사)을 비롯 여러 당회원들의 권유에 의해 이승현 목사를 설교 활동을 지켜주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자신이 당회장이 되는 목적이 이승현 목사의 강단권 유지를 위함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평강에 남을 모략하고, 이권에만 눈이 어두운 몇몇의 사악한 무리들을 색출해 법의 준엄한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고 경고하며, 요즘 많은 중상모략으로 매일 불면에 시달리고 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이 편지가 공개되자, 내부적인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일단 조OO 목사가 과거 유죄를 받은 것이 교회를 위한 희생이었다는 주장은 일부 이해하지만, 그래도 교회를 대표하는 당회장의 이력으로 용납키는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일부에서는 조OO 목사측과 이승현 목사측과의 정치적 야합도 의심하고 있다. 연임이 부결된 이승현 목사에 굳이 자신이 당회장이 되어 강단권을 이양하겠다는 의도가 결코 순수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교회의 한 관계자는 “결국 이승현 목사측의 지지표를 얻기 위한 것 아니겠냐?”라며 “실제 1차 투표에서 단 35표에 그쳤지만, 일주일이 지나서 70표 이상을 득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고 추측키도 했다.
허나, 조OO 목사측은 이 편지가 자신의 이름을 도용해 다른 장로가 쓴 것이라며, 편지와 자신은 전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이 편지가 자신의 입장을 대변한 듯 하지만 오히려 이 편지로 인해서 자신만 더욱 곤란하게 됐다는 것이다.
조 목사는 “이 편지는 내 것이 절대 아니다. 누군지 모르는 장로가 써서 배포한 것인데, 작성자가 누군지 현재 찾아내고 있는 중이다”면서 “어떻게 목사가 되어서 이런 편지를 쓰겠나? 남을 비난하고, 심판하겠다는 등 이러한 내용은 결코 목사로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이승현 목사에게 강단권을 이양하겠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그러나 그것이 일부에서 의심하는 정치적 야합이 아닌, 교회 정관에 근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목사는 “교회 정관에 설교와 관련해 원로목사님의 유지를 받든다고 되어 있는데, 원로목사님은 이승현 목사님이 설교를 하길 원하셨다”며 이와 관련해 이승현 목사측과 어떠한 대화도 나눈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윤광식 기자(kidok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