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강제일교회 전경
평강제일교회의 3대 당회장을 역임한 이승현 목사가 100억원대 재정 시비에 휩싸이며 충격을 주고 있다. 교회 공금 100억원을 횡령했다는 주장인데, 최근 교회 장로 10여명이 이를 골자로 한 내용증명을 이승현 목사에게 직접 보낸 것으로 확인되며, 그 결과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4년 7월과 8월, 두 달여 간 총 4차례에 걸쳐 교회 계좌에서 이승현 목사의 개인 계좌로 약 100억원이 송금된 것에서 시작된다. 교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100억원은 ‘신학대 인수를 위한 자금’으로 당시 재정난을 겪고 있던 A학교를 인수하기 위한 자금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A학교 인수를 위한 목적성 자금이라는 것이다.
허나 8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학교 인수는 이뤄지지 못했고, 이에 장로들은 A목사에게 자금의 사용 내역과 함께 잔여금액을 모두 반환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장로들은 이 목사가 이에 전혀 응하지 않아, 결국 내용증명까지 보낸 것으로 보인다.
해당 내용증명에 대해 이 목사측은 원로목사의 생전 유지를 지키고자 장로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이 목사는 답변서에서 100억원의 출처에 대해 “원로목사님이 한 성도로부터 특정한 일을 위한 자금으로 사용토록 목적헌금을 받은 것”이며, 자신은 원로목사의 말을 순종해 일을 수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현 목사 답변서
특히 원로목사가 이 일을 수행하는데 있어 ‘절대적 비밀’을 명했기에, 장로들의 요구에 따라 이를 공개하는 것은 원로목사의 명령을 거부하는 것이 됨으로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원로목사님의 엄중한 지시에 따라, 자금의 집행 및 보관 등을 목적헌금한 성도에게 보고하고, 그와 협의해 진행했으며, 단 한 푼의 돈도 목적 외의 용도로 함부로 사용한 사실이 없다"며 "이 돈의 사용내역과 잔여 금액에 대해 명확하게 정리해 두고 있고, 이는 목적헌금 하신 분에게 물어보면 진실이라는 것이 밝혀질 것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한 공개적인 검증도 약속했다. 이 목사는 “부작용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 헌금하신 성도와 협의하고, 교회의 공적기관이나 절차를 통해 검증 받은 후 이를 처리하겠다”며 “공적 기관이 이를 지속하라면 할 것이고, 아니면 남은 금액을 즉각 반환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장로들은 해당 금액이 이 목사 스스로 ‘목적헌금’이라고 말했듯, 교회의 공금에 해당하며, 원로목사의 생전에 특정 사업을 목적으로 지출됐다고 하더라도, 이후 사업의 진행과 종료 시점에 그 결과와 지출 내역은 교회에 보고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원로목사가 성도로 하여금 100억원을 교회에 헌금케 했고, 이후 교회가 이를 이 목사에게 전달한 것은 교회의 ‘공적 사업’이라는 부분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번 사건의 배경에 C성도는 “교회의 구성원으로서, 또한 평신도로서 매우 두렵고 떨리는 사건이다”면서도 “교회를 너무도 사랑하기에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그래도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에 많은 성도들이 직접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이 목사는 원로목사님의 유지를 이유로 100억원에 반환은 물론이고, 사용내역 등 어떠한 것도 밝히기는 거부하고 있다”면서 “이는 엄연한 공금 횡령이다. 결코 묵과하고 넘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A학교에 대한 모든 인수 작업이 사실상 중단 혹은 종결됐다”면서, 100억원이 A학교 인수를 목적으로 지출됐기에, 진즉에 이를 반환하는 것이 당연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승현 목사는 원로목사의 유지를 지키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전했다. 이 목사는 “원로목사님의 평생 소원 중 하나가 신학교였다. 이를 위해 원로목사님이 내게 직접 이 일을 명하셨고, 나는 지금 그 일을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면서 “나 역시 너무도 힘들고 괴로운 부분이 많다. 허나 나에 대한 억측이나 비난은 내가 감내하지만, 그래도 원로목사님의 말씀은 받들어야 하지 않나? 이해를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가 주장하는 재정 횡령은 절대 있을 수 없다. 상상도 못할 일이다. 원로목사님이 명대로 일을 하고 있고, 개인적으로 사용한 일이 전혀 없는데, 어찌 이를 횡령이라 하는가?”라며 “차라리 온갖 억측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렇게 공개적으로 얘기할 수 있어서 한편으로는 속이 편하기도 하다. 교회에서 이를 공적 절차를 거쳐 처리하시면 그대로 따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승현 목사는 지난해 10월, 당회장 임기만료를 앞두고 실시된 당회의 연임 투표에서 8표차로 당회장 연임이 부결된 바 있다. 이후 평강제일교회는 2대 담임목사였던 유종훈 목사가 유력한 차기 당회장으로 떠올랐으나, 후보권 밖에 있던 조종삼 목사가 급작스레 탄력을 받아 유 목사와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현재 당회 선거는 19차례 진행됐지만, 아무도 2/3를 넘지 못해, 부결되고 말았다. / 윤광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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