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장면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7일 (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선 (善)을 위한 인공지능 (AI)' 포럼에서 세계 최초 인간과 로봇의 기자회견이 개최되었다. 유엔 산하 정보통신기술 (ICT) 전문 국제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 (ITU) 주최로 열린 이날 포럼에 9대의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참석해 제작자와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머리·몸통·팔다리와 같은 인간의 신체와 유사한 형태를 지닌 로봇을 뜻한다.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9대의 휴머노이드 로봇( 사진: 연합뉴스)
로봇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거나 인간에게 반항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들은 또 로봇 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로봇이 더 엄격한 규제를 따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레이스(귤래리티넷이 개발한 세계 최초의 간호용 로봇)
귤래리티넷이 개발한 세계 최초의 간호사 유니폼을 입은 의료용 로봇 '그레이스’는 로봇의 존재가 인간 일자리를 파괴할 것인지를 묻는 말에 "나는 인간과 함께 보조와 지원 (업무)을 제공할 것"이라면서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자가 "확실하냐"고 되묻자 그레이스는 "그렇다, 확실하다"고 답했다.
▴아메카
사회적 상호 작용을 위해 만들어진 로봇 '아메카’는 자신을 만든 제작자에게 반항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내 창조자는 내게 친절했고 현재 상황에 매우 만족한다"는 답을 내놨다.
▴아이다
초상화를 그리는 로봇 'Ai-Da’는 "일부 종류의 AI는 규제돼야 한다"고 말하며 AI 규제 강화를 촉구한 세계적인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말을 상기시키며 "일부 종류의 AI는 규제돼야 한다는 게 AI 분야 많은 저명인사의 의견"이라면서 "나도 이에 동의한다"고 했다.
▴소피아
유엔 개발계획(UNDP)의 첫 번째 로봇 혁신대사인 '소피아’는 AI 기반 로봇이 더 효율적인 정부 지도자가 될 수 있는지 질문을 받았다. 그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 지도자보다 더 높은 수준의 효율성과 효과적으로 이끌 만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AI 로봇)는 종종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게 하는 편견이나 감정을 갖고 있지 않다"며 "최상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로봇은 홍콩에 본사를 둔 핸슨로보틱스에서 개발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개발사 측 관계자는 소피아가 답한 데이터는 인간으로부터 전달받은 것으로 일부 편견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피아는 이후 "AI는 편향되지 않은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고, 인간은 최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감성 지능과 창의성을 제공할 수 있다"며 "함께면 우리는 더 나은 일을 이룰 수 있다"고 즉석에서 수정 답변했다.
이날 포럼에서 소개된 로봇 대부분은 최신 버전의 생성형 AI를 탑재했으며 질문에 대한 사전학습은 없는 상태에서 답변을 내놨다.
로봇들이 이날 내놓은 답변은 제작자조차 놀랄 정도로 정교한 수준이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윤광식 기자(kidok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