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국 교계에서 퇴직한 부목사나 전도사가 교회를 상대로 퇴직금을 요구하며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넣거나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교회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부교역자를 ‘성직자’로 대우해 왔지만, 사법부의 판단은 다르다.
시대적 변화에 따라 부교역자 역시 성직이 아닌 직업관점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근로로서 직업관이 변화 추세이다.
교회법과 국가법의 간극 속에서 발생하는 퇴직금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교회가 갖추어야 할 법적 상식과 준비 사항을 짚어본다.
법원 “교회법상 성직자라도, 실질적 근무 형태는 근로자”
전통적으로 교회는 담임목사와 부교역자의 관계를 영적 동역이자 교단 헌법에 기초한 ‘위임·청빙 관계’로 보았다. 이에 따라 지급되는 보수 역시 노동의 대가가 아닌 신앙 활동을 지원하는 ‘사례비’로 여겼다. 그러나 대한민국 대법원과 고용노동부의 판단 기준은 냉정하다. 사법부는 계약 명칭이나 종교적 특수성보다 ‘실질적인 종속 관계’를 최우선으로 본다. 부교역자가 △새벽기도, 예배, 심방 등 담임목사의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고, △출퇴근 시간이나 근무 장소의 제약을 받으며, △지급받는 사례비가 생계의 주된 수단이라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는 추세다. 실제로 과거에는 파트타임 전도사 중심으로 근로자성이 인정됐으나, 최근에는 전임 부목사 역시 근로자로 판단하는 하급심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퇴직금 분쟁 예방을 위한 교회의 4대 법적 준비
교회가 부교역자와의 관계를 순수한 종교적 위임 관계로 유지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사법적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형식과 실질 모두에서 ‘근로자성’을 배제하는 증빙을 철저히 마련해야 한다.
1. 정관 및 교단 헌법의 명문화
가장 기초적인 방어벽은 교회의 최고 자치 규범인 ‘정관’이다. 정관에 “본 교회의 부교역자(부목사, 전도사)는 성직자로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며, 사임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다. 단, 교회 재정 형편에 따라 공동의회(또는 당회)의 결의로 은급비나 위로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취지의 조항을 명시하고, 이를 공동의회 결의를 통해 공식 통과시켜 두어야 한다.
2. ‘근로계약서’ 대신 ‘사역 청빙(위임) 계약서’ 작성
부교역자 부임 시 작성하는 문서의 명칭과 용어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 ‘근로계약서’, ‘임금’, ‘월급’, ‘근로자’ 등의 단어를 배제하고, ‘사역 청빙 계약서(또는 서약서)’, ‘사례비’, ‘성직 위임자’ 등의 종교적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 계약서 내에 “본 계약은 신앙공동체의 동역 관계를 바탕으로 한 종교적 위임 계약이며,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음에 상호 합의한다”는 문구를 포함하는 것이 유리하다.
3. 기업식 인사관리(출퇴근 통제·시말서) 지양
법원이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가장 강력한 징표는 ‘인사 통제’다. 출퇴근 카드 태깅, 지각 시 사례비 차감, 업무 불이행에 대한 시말서(경위서) 징구 등 일반 기업과 다름없는 방식으로 부교역자를 관리했다면 법원에서 100% 근로자로 판정된다. 업무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시말서 대신 종교적 권면이나 교단 헌법에 따른 치리 절차를 밟아야 성직자성이 유지된다.
4. 종교인 과세 및 4대 보험 적용 방식 변경
부교역자를 일반 ‘근로소득자’로 신고하거나 국민연금·건강보험을 ‘직장가입자’로 등록하는 행위는 사법부로부터 “교회 스스로 근로자임을 인정했다”는 방증으로 해석되기 쉽다. 따라서 세무 신고 시 반드시 ‘종교인소득’으로 세원을 정립하고, 4대 보험 대신 종교인 전용 공제회(은급재단 등)를 활용하거나 지역가입자 방식을 취하는 것이 법적 분쟁을 피하는 안전한 대안이다.
현실적 대안은 '사전 합의'와 '은급 제도' 활용
한국교회법학회 등 전문가들은 “아무리 서류상 준비를 마쳤더라도 실질적으로 종속되어 일했다면 법원 조정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근로자성 부인보다는, 청빙 단계에서 퇴직 시 지급할 ‘위로금’이나 ‘사역 마감 후 지원비’의 액수와 범위를 명확히 합의해 공증해 두거나, 교단 차원의 은급재단 적립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현실적인 출구를 마련하는 것이 교회와 부교역자 모두의 은혜를 지키는 상식적인 해법이 될 것이다./ 윤광식 기자(kidokilbo@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