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OO교단 노회 정기노회 모습
노회 내 갈등 분쟁이나 신학적 노선 차이로 인해 정든 노회를 떠나 새로운 노회로 이동하려는 지교회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교단을 유지한 채 노회만 바꾸는 ‘노회 이적’과, 아예 교단을 바꾸는 ‘노회 탈퇴’는 장로교 교단 헌법과 세상의 민사 법률(대법원 판례) 관점에서 완전히 다른 차원의 행정 행위입니다.
특히 지교회가 적법한 공동의회 절차를 거쳤음에도 소속 노회가 이를 '불승인'할 때 발생하는 법적 효력의 차이를 명확히 분별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랜 역사와 성도들의 피땀으로 세운 예배당을 한순간에 잃어버리는 막대한 법적 책임을 지게 될 수 있습니다.
1. 장로교 교단 헌법이 규정하는 '정치 원리': 자의 탈퇴는 없다
성경에 기초한 장로교의 기본 정치 원리는 ‘대의(代議) 정치’와 ‘교회의 연합성’입니다. 개교회는 독립된 개체가 아니라 당회, 노회, 총회로 이어지는 유기적 결합체입니다.
장로교 교단 헌법(정치 편)의 핵심 기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 지교회의 조직과 영입·출교 권한은 노회에 있다:교단 헌법상 노회는 지교회를 설립하고, 합병하고, 분립하고, 심지어 폐쇄할 수 있는 최종 권한을 가집니다.
• 지교회의 자의적 노회 이탈 불가:헌법 규정상 지교회가 스스로 "오늘부로 A 노회를 탈퇴하고 B 노회로 간다"라고 선언할 수 있는 독자적 권한은 원칙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노회의 허락을 거쳐 명부를 옮기는 ‘이적(移籍) 및 이명(移名)’의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따라서 동일 교단 내에서 노회를 옮기려면 공동의회 결의를 거쳐 현재 소속 노회에 ‘이적 청원’을 해야 합니다. 소속 노회가 이를 허락하고, 새로 갈 노회가 이를 받아들이는(이입) 쌍방 노회 간의 합법적 행정 처리가 선행되어야 법적 정당성을 갖추게 됩니다.
• 노회가 불승인(거부)할 경우의 효력:개교회가 적법하게 이적을 청원하면 소속 노회는 원칙적으로 이를 허락해 주는 것이 맞습니다. 교인의 소속 선택권(종교의 자유)과 총회의 결의를 존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동일 교단 내 이적 과정에서 개교회가 적법한 절차(공동의회 결의 등)를 밟았더라도, 소속 노회가 이적을 불승인할 충분한 사유가 있다면 교단 내부적으로 이적은 무효가 됩니다. 교단 헌법상 지교회는 노회의 하급 치리회이므로 노회의 거부권을 행정적으로 뒤집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교단 총회에 소원을 제기하는 등 행정 심판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2. 노회 탈퇴는 : 정관 변경의 영역
그렇다면 소속 노회와의 극심한 갈등이나 신학적 이견으로 아예 교단을 바꾸며 노회를 탈퇴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할까요?
민법과 대한민국 대법원은 교회를 일종의 법인격 없는 사단(비법인사단)으로 가치 중립적으로 바라봅니다. 그리고 종교의 자유와 자율성을 근거로 ‘교단 탈퇴 및 변경’의 길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단, 여기에는 대법원 판례(2004다37775 전원합의체 판결 등)가 제시하는 대단히 엄격한 기준이 적용됩니다.
• 의결 정족수 ‘재적 교인 3/2 찬성’:대법원은 교단 탈퇴를 단순한 다수결 사안이 아니라, 교회의 근간을 바꾸는 ‘정관 변경’ 행위로 봅니다. 따라서 의결권을 가진 재적 교인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만 합법적인 탈퇴로 인정합니다. (만약 교회 자체 정관에 탈퇴 정족수가 따로 규정되어 있다면 그 규정을 따릅니다.)
• 절차적 정당성:담임목사(소집권자)가 정당하게 적어도 1주일 전에 ‘교단 및 노회 탈퇴의 건’을 주보나 게시판에 목적을 명시하여 공고한 후 공동의회를 개최해야 합니다.
• 노회가 불승인(거부)할 경우의 효력: 교단 및 노회 '탈퇴'의 경우는 이적과 완전히 다릅니다. 개교회가 민법과 대법원 판례가 요구하는 적법한 절차(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 등)를 완벽히 갖추어 탈퇴를 결의했다면, 소속 노회가 이를 아무리 불승인하더라도 탈퇴의 법적 효력은 즉시 발생합니다. 대한민국 법원은 종교단체의 자율적 탈퇴 자유를 보장하므로, 상급 치리회(노회)의 승인 여부와 상관없이 공동의회 결의 자체로 탈퇴가 성립되었다고 판시하기 때문입니다.
• 노회 탈퇴로 인한 교회 재산의 귀속
노회 탈퇴 절차를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탈퇴를 선언하거나, 공동의회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채 감행한 탈퇴는 법적으로 어떤 파국을 맞이할까요? 그 핵심은 ‘교회 재산(예배당, 토지 등)의 소유권’에 있습니다.
• 적법한 탈퇴(3분의 2 이상 찬성)의 경우: 노회의 승인 여부와 관계없이 교회의 실체적 동일성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즉, 기존 교회를 구성하던 다수 교인이 적법하게 교단을 바꾼 것이므로, 예배당을 비롯한 모든 교회 재산은 탈퇴한 교회(새 노회 가입 교회)의 소유로 남습니다.
• 위법한 탈퇴(3분의 2 미만 찬성)의 경우:아무리 목회자와 대다수 중직자가 탈퇴를 주도했더라도 재적 3분의 2를 넘지 못했다면, 법적으로 그들은 교회를 ‘이탈’한 개별 인물에 불과합니다. 이 경우 교회 재산은 교단에 잔류하기를 원하는 소수의 ‘잔존 교인들’에게 전적으로 귀속됩니다. 탈퇴를 주도한 이들은 예배당에 대한 사용·수익권을 완전히 상실하고 쫓겨나는 비극적인 법적 결말을 맞이하게 됩니다.
맺음말: 법을 알아야 교회를 지킨다
장로교 헌법의 질서 안에서 평화롭게 노회를 이동하는 '이적'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노회의 거부권에 가로막혀 부득이하게 '탈퇴'라는 거친 광야로 나가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때 교회 지도자들은 노회의 불승인 압박에 흔들리지 말고, 대법원이 요구하는 민법상 정족수와 절차적 정당성을 철저히 확인하고 확보해야 합니다.
적법한 절차를 완벽히 밟는 것만이 노회의 불승인 처분을 무력화하고, 교회의 분열을 막으며, 성도들이 피땀 흘려 봉헌한 교회의 재산을 온전히 지켜내는 유일한 법적 방패막이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윤광식 기자(kidokilbo@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