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양병희 목사)은 지난 24일 오전 10시 한교연 회의실에서 봉은사역명 철폐 긴급토론회를 개최하고 서울시가 편향적인 역명을 시정할 때까지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1백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하기로 했다.
▲긴급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언론사 기자 등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토론회는 사무총장 김춘규 장로의 사회로 홍호수목사(총무단협의회 회장)의 기도와 김 훈 실장의 경과보고, 양병희 대표회장의 모두발언에 이어 이병대 목사(한국교회언론회 사무총장), 박명수 교수(서울신대)의 1,2발제와 토의, 기자 질의응답순으로 진행됐다.
대표회장 양병희 목사는 모두 발언에서 “서울시가 개통예정인 지하철 9호선 929구간을 봉은사역으로 명명한 것은 시민정서를 무시할 뿐 아니라 공공성을 상실한 잘못된 결정”이라고 말하고 “종교편향적인 서울시의 행정으로 인해 종교간 갈등까지 초래되기에 이른 이 문제에 대해 저희 한국교회연합은 법적 대응과 함께 단호히 대응하기 위해 오늘 이 토론회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다음은 양병희 대표회장의 모두발언이다.
"서울시가 개통예정인 지하철 9호선 929구간을 봉은사역으로 명명한 것은 시민정서를 무시할 뿐 아니라 공공성을 상실한 잘못된 결정입니다. 더 나아가 종교편향적인 서울시의 행정으로 인해 종교간 갈등까지 초래되기에 이른 이 문제에 대해 저희 한국교회연합은 법적 대응과 함께 단호히 대응하기 위해 오늘 이 토론회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난 2월 27일 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님과 함께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서울시가 결정한 지하철역 이름이 국민 통합을 저해하고 종교 편향 논란과 더 나아가 종교간 갈등 양상으로 확대되는 이 시점에서 서울시에 이제라도 역명을 바꿔줄 것을 촉구하고 박원순 시장 면담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는 “지금까지 박원순 시장 일정이 바쁘다, 시장과 상관없이 결정된 사항”이라는 식으로 회피해 오고 있습니다. 이에 저희는 더 지체할 수 없어서 지난 20일(금) 오전 10시에 서울중앙지법에 서울시로 하여금 봉은사역명 사용을 중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접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저는 어제 한교연 임직원들과 함께 서울시가 봉은사역으로 정한 코엑스 교차로 현장에 직접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서울시가 과연 시민을 위해 바른 행정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서울시의 잘못은 첫째, 역명 배제기준을 무시하였고, 둘째, 역명 제정기준을 무시했으며, 셋째, 공공성을 상실했습니다. 넷째, 시민정서에 위배되며, 다섯째, 종교편향적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봉은사는 문화재도, 사적도 아닌 일반 사찰입니다. 더구나 봉은사는 과거 일제강점기에 친일행위에 앞장섰던 민족사적으로도 매우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현장입니다.
우리나라는 다종교사회입니다. 저희는 서울시의 종교편향적 행정으로 인해 종교간에 갈등이 빚어지는 것을 결코 원치 않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울시가 이제라도 ‘봉은사역’명을 철회하고 모든 시민에게 친숙하고 정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다른 역명을 제정해 줄 것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제1발제를 한 이병대 목사는 “한국이 불교국가인가” 라고 되묻고 “왜 하고 많은 이름 가운데 굳이 사찰 이름을 고집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전문 여론기관이 아닌 인기투표식의 인터넷투표, 그것도 1차 투표에서 코엑스역으로 결정될 때는 가만히 있다가 불교계가 적극 참여한 2차 투표에서 봉은사로 역전되자 이 결과를 그대로 올린 강남구와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주장하는 서울시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제2발제를 한 박명수 교수는 “서울시는 절차상 봉은사 역명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 진보적이며, 서민친화적인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박원순 시장이 편의성과 역사/문화적인 정당성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봉은사역명을 고집하면서 절차성의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고 있는 것은 전형적인 관료주의적인 태도”라고 꼬집었다. 서울시는 정당한 역명을 만들기 위해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박 교수는 “다종교 상황에서 특정종교의 명칭을 역명으로 하는 것은 종교 간의 갈등을 유발한다. 현재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갈등이다”라고 지적하고 “하지만 최근 정부의 특정종교 편향 지원은 종교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갈등을 풀어야할 정치가가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발제에 이은 토론에서 이재형 목사(한장총 서기)는 “법적 대응과 함께 백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말하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한시적인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대응하되 지역주민들을 중심으로 역명 수정 서명운동을 전개해 민의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양병희 대표회장은 조만간 임원회를 개최해 이 문제를 심도있게 다루겠다고 약속하고 지역교회들과 다른 연합기관들과 연계해 역명 철폐 서명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교회언론회 이만섭 사무국장도 “종교차별법 철폐 때도 한국교회가 일치 단결해 이루어냈다”면서 “교단과 지역교회 연합기과들이 힘을 합하면 어떤 일도 못할게 없다”고 강조했다. /윤광식 기자(kidok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