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일보

오늘 2월14일은 안중근 의사가 사형선고를 받은 날이다. 당시 한국천주교회는 일제와 마찬가지로 안중근을 살인범으로 단죄 한 바 있었다.

안중근 의사는 1909년 10월26일 중국 하얼빈역에서 대한제국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해 우리 민족의 자주 독립의지를 만천하에 알렸다. 그리고 1910년 2월14일 사형을 선고받고 같은 해 3월26일 순국했다.

 ▲순국 이틀 전 두 동생과 빌렘 신부를 면회 중인 안중근 의사. 

안중근은 천주교신자였다, 한국천주교회는 1994년 김수환 추기경이 ‘안중근 의사의 살인범 죄명을 면한다’고 하는 밑도 끝도 없는 것을 발표한 바 있다. 그동안 한국천주교회는 안중근 의사를 살인범으로 규정했다는 반증이다.  

한국천주교회 사제 빌렘(한국명 홍석구)은 1910년 뤼순 감옥을 찾아가 안중근 의사의 장례예배를 집전했다. 그러나 한국천주교회의 주교 뮈텔(한국명 민덕효)이 안중근의 장례를 집전했던 빌렘신부가 집전하는 것을 극구 반대했다. 결국 뮈텔은 빌렘에게 2개월간 성무 자격정지(개신교 경우 목사자격정지에 해당)처분을 내렸다. 

사제가 장례집전을 거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감독이 그것을 정당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았으므로 천주교식으로 따지자면 안중근은 천국행 티켓을 갖지 못한 셈이 된 것이다. 

한국천주교는 일제의 입장과 동일하게 안중근을 암살범, 살인범이라는 죄목을 씌웠다. 살인자가 천주교인이 될 수없다는 것이며 뮈텔은 그 사실을 강변했다. 당시 뮈텔은 안중근이 “천주교 신자”라고 보도한 언론에 까지 항의했다. 

한국천주교회는 어거스틴의 정당한 전쟁이론을 수용하고 있으면서도 독립군 참모중장 안중근이 정당방위 행위를 살인행위로 단정하는 모순적 행태를 보였다. 이후 근 1세기가 지난 시점에서 김수환 추기경은 1994년에 안중근의 “살인범 죄명을 면한다”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국천주교회는 일제 강점기에 개신교가 극심한 박해를 받을 때 일제와 갈등을 겪지 않았다. 교황청이 신사참배 칙령을 내려 가장 먼저 신사참배를 했으며 심지어 천주교 신자인 독립운동가들을 일제에 넘겨준 매국 행위도 서슴치 않았다. 

안중근 의사와 관련된 이 사건은 한국천주교회가 얼마나 삐뚤어진 역사인식을 가진 교권주의적 종교집단임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한국천주교회는 안중근을 살인범으로 간주했던 잘못을 시인하고 통절히 참회해야 했다. 또한 신사참배와 독립군을 일제에 넘겨준 매국행위에 대해 통렬한 참회 고백을 반드시 해야한다. /윤광식 기자(kidok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