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소년’ 노릇은 이제 그만!

2018-04-09 22:39:27  인쇄하기


이솝 우화 중 대표적인 이야기중 하나가 ‘양치기 소년’일 것이다. 양을 치는 소년이 심심풀이로 "늑대가 나타났다!"라고 거짓말을 하고 소란을 일으킨다. 그 동네의 어른들은 소년의 거짓말에 속아 늑대를 쫒아내려고 달려왔지만 헛수고로 끝난다. 이 광경에 재미를 낸 소년이 두~세번 반복해서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더 이상 소년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정말로 늑대가 나타났을 때 어른들은 그 소년의 말을 믿지 않았고, 아무도 도우러 가지 않았다. 결국 마을의 모든 양이 늑대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거짓말이 낳은 결과이다. 

지난 4월3일 한기총과 한교총이 또다시 ‘통합합의서’에 서명을 했다. 그동안 한기총, 한기연, 한교총 통합합의가 나올 때 마다 한국교회는 박수를 쳤다. 이유는 한국교회가 무조건 하나가 되어야 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통합 합의 구호만 거창했고 빈번히 이런 저런 이유로 무산되었다. 그래서 이번 한기총과 한교총 통합합의서 역시 휴지조각이 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그만큼 한국교회는 이들 연합기관을 신뢰하지 않고 이들의 합의를 정치적 ‘쇼’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통합 합의가‘ 쇼’라는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통합조건이 과거와 전혀 다르지 않고 기존의 조건을 앵무새처럼 되풀이 했다는 점이다. 그 가운데 핵심은 이단문제이다. 마치 한기총에 이단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한기총이 이미 검증에서 받은 회원교단을 이단시 하는 것 자체에 근본 문제가 있지만 통합 한다는 것은 상대를 인정한다는 것이 전제로 된다는 측면에서 선 통합 사후 검증하면 될 일인데 처음부터 이 문제를 들고 나오면서 빈번히 통합을 수포로 만든 것이다. 

이렇듯 통합문제가 양치기소년으로 비유될 만큼 더 이상 이슈가 되지 않고 오히려 세상의 비웃음거리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그동안 연합기관단체장 자리를 놓고 권력쟁탈전을 벌이는 추태로 인해 한국교회의 위상은 끝없이 추락해 왔다. 한국교회의 이미지 손상과 쇠퇴 기조에 이들의 영향이 결코 가볍지 않다할 것이다. 

교회를 향한 세상의 공격이 더욱 거세지는 가운데 통합 ‘쇼’를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한기총, 한기연 한교총은 이유 조건 없이 선통합 함으로서 산적한 한국교회의 문제를 머리를 맛대고 해결해야 할 것이다. 

통합조건에서 이단 운운하는 것 자체가 교권주의적 발상이요 어불성설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은 과거 이들 대부분이 우상 앞에 고개 숙여 신사참배를 하고 오히려 신사참배를 거부한 자들을 면직, 제명 처리했던 교단의 후예들이기 때문이다. 당시 신사참배를 결의한 교단들이 통회하며 스스로 해체한 사실이 없이 버젓이 100여년의 전통을 자랑해온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장.감.성.(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아니던가? 

그들에게 묻는다. 교리적 이단보다 실제 우상 앞에 절한 당시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가 멀쩡한 교리를 갖고도 신사참배를 정당화한 것이야 말로 실제적 이단 아니었던가? 

1992년 한경직 목사가 템플턴 상을 받은 후 열린 수상감사 예배에서 ‘자신은 신사참배를 한 죄인이라고 고백한 것을 기억할 것이다. 하나님 앞에서 온전히 설자가 이 땅에 있는가? 한국교회의 쇠퇴시기가 이단시비가 극렬했던 시기와 일치한다는 점은 아이러니일까? 이단시비가 오히려 한국교회를 믿을 수 없도록 만든 결과 이기도 하다. 누구든 진짜 이단이면 스스로 무너질 것이다. 더 이상 불필요한 조건을 붙이지 말고 통합해 더 이상 ’양치기소년‘ 소리를 안 듣길 기대해 본다./윤광식 기자(kidokilbo@daum.net)

이전글 | 탁지원의 빗나간 교회관
다음글 | 국가기관이 ‘소돔과고모라를 꿈꾸는가?’ ① 국가인권위원회 편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