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회복을 위한 교회의 역할
구 병 옥 교수
(개신대학원대학교)
<목 차>---------------------------------------------------------
I. 들어가는 말
II. 사회의 변화와 한국교회가 당면한 가정의 위기
1. 가정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
2. 전통적 목회 패러다임
3. 가정의 위기
III. 성경적 가정의 이해
1. 가정은 하나님이 만드셨다.
2. 가정은 사랑과 상호 지지를 위해 창조되 었다.
3. 가정은 남녀의 연합을 통해 생육하고 번성하도록 창조되었다.
4. 가정은 신앙전수의 장이 되어야 한다
5. 가정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창조되었다.
IV. 가정의 회복을 위한 교회의 역할
1. 성경적 가치의 설교와 교육
2. 가정의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의 제공
3. 가정구비사역의 실천
4. 가정회복을 위한 역동적 소그룹의 제공
V. 나가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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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들어가는 말
우리 사회와 교회의 근간이 되는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가정이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치열해진 경쟁사회 속에서 평균 결혼연령의 상승, 출산율의 급격한 저하, 이혼율의 상승, 의학기술의 발달로 인한 평균수명 연장과 노령인구의 증가, 1인 가구의 증가 등 한국사회는 가정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 구조, 사람들의 의식, 생활방식 등 총체적인 면에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이면에는 경제발전이 자리 잡고 있지만 건강한 가정을 만드는 데는 오히려 역효과가 많다. 다시 말해서, 대한민국은 세계가 인정할 만큼 단기간에 괄목할만한 경제발전을 이루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경제적으로 부요해진 가정은 더욱 병들어가고 있다.
사회 모든 문제들의 배후에는 가정의 약화와 파괴가 숨어있으며, 교회는 가정을 세워야할 책임이 있다. 가정은 하나님의 임재 안에서 세워져가는 천국이다. 그러나 요즘은 그리스도인들조차 하나님이 허락해주신 축복의 동산인 가정을 등지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가정의 약화와 해체는 교회와 사회를 병들게 하며, 이로 인해 가정은 더욱 파괴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가정들의 연합 공동체인 교회는 가정을 돌볼 책임과 사명이 있다.
교회가 가정의 가치를 과소평가하거나 가정을 향한 사명을 망각한 것은 아니지만, 교회중심의 목회와 교회성장 지향의 사역은 상대적으로 가정에 대한 우선순위를 놓치게 만들었다. 교회는 다시 가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체계적인 가정사역을 통해 가정들을 회복시키는 일에 헌신해야 한다. 바로 여기에 가정사역의 중요성이 있다. 교회가 가정사역을 잘 감당할 때 단순히 교회 안의 가정들뿐 아니라 교회 밖의 가정들에도 선한 영향력을 끼치게 될 것이며, 궁극적으로 하나님 나라의 확장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교회는 교회성장제일주의의 패러다임에서 돌이켜 성경적이고 적극적인 가정사역을 통해 가정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특히, 교회는 부모를 통한 신앙전수 기능을 회복시키는 가정구비사역을 실천하고, 침체된 소그룹을 활성화하여 가정회복을 촉진시키는 역동적 소그룹을 제공하여야 한다.
본 소고는 한국사회의 변화와 전통적인 목회 패러다임 속에서 한국교회가 당면한 가정의 위기를 짚어보고, 성경이 말하는 가정은 어떤 것인지 성경적 가정의 이해를 살펴본 뒤, 가정의 회복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을 가능한 한 실제적인 측면에서 다루고자 한다.
II. 사회의 변화와 한국교회가 당면한 가정의 위기
한국교회가 당면하고 있는 가정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가정을 둘러싼 한국사회의 변화와 가정의 위기를 올바르게 파악하고 진단할 필요가 있다.
1. 가정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
가. 인구통계학적 변화
가정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인구통계학적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특히 직접적으로 영향 미치는 것은 혼인율, 초혼 연령, 이혼율, 출산율 등을 들 수 있다.
2021년 통계청이 발표한 조혼인율(인구 1천명당 건)은 2020년 4.2건으로 1992년 9.6건과 비교해 볼 때 절반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통계 기록을 살펴보면 1980년 10.6건, 1990년 9.3건, 2000년 7.0건, 2010년 6.5건으로 다소 완만한 감소세와 때로는 반등을 보이기도 했으나, 2011년 이후 단 한 번의 반등도 없이 매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며, 줄어드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조이혼율(인구 1,000명당 이혼율)은 2020년 2.1건으로 1990년(1.1건)에 비해 두 배 증가하였으며, 1980년(0.6건)에 비해선 세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특히 혼인 지속 기간이 20년 이상인 이혼은 3만9천7백건으로 가장 큰 비중인 37.2%를 차지했으며, 30년 이상 이혼(1만6천6백건)도 전년보다 10.8%, 10년 전보다는 2.2배 늘어났는데, 이혼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가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국가별 비교에서도 한국의 이혼율은 OECD 회원국 중 9위, 아시아에서는 1위를 차지하고 있어 그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한편 한국인들의 남녀 초혼평균연령을 살펴보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1990년에는 초혼평균연령이 남자 27.79세, 여자 24.78세이던 것이 2003년에는 남자 30.14세, 여자 27.27세로 남자의 초혼평균연령이 30세를 넘었으며, 2020년 남자 33.23세, 여자 30.78세로 여성도 초혼평균연령이 30세를 넘어섰음을 볼 수 있다.결혼 연령의 상승은 신체적 기능에도 영향을 미침으로 출산율의 저하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나. 우울증과 자살의 증가
가정의 구성원을 이루는 가족들의 정신건강도 좋지 않다. 이혼을 넘어 아예 삶을 포기해버리는 자살률도 기록적이다. 자살률을 보면, 대한민국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정신적 건강이 위험에 빠져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통계청의 “2019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자살(고의적 자해)에 의한 사망자 수는 총 1만3799명으로 1일 평균 37.8명에 이른다.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이다. 통계청이 조사한 자살 사망률(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수)로 보면 26.9명으로 전년 대비 0.9%(0.2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점은 10-30대의 사망원인의 1위가 자살이었으며, 40-50대도 자살이 2위 사망원인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특히 20대 사망원인의 절반이 넘는 51%가 자살이었다.최근 한 조사에 의하면 기독청년들의 자살 위험도 비기독청년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목회데이터연구소에서 기독청년(19-39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4명 중 1명 이상(27%)의 청년들이 “자살을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 있다”고 답했다.자살의 주된 동기를 살펴보면, 10-30세는 정신적 어려움, 31-60세는 경제적 어려움, 61세 이상의 경우 육체적 어려움 때문인 경우가 많았다.자살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많아지는 경향을 나타냈는데,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을 보면 80세 이상이 69.8명으로 가장 높았다.
2007년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이 되면 우울증이 모든 연령에서 질병 1순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었다.그리고 결과는 코로나로 세계적으로 우울증이 2배 이상 증가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우울증 유병률 36.8%로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다시 말해서, 국민 10명 중 6명이 우울증이나 우울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2016~2020년 사이 우울증과 같은 기분장애로 병원진료를 받은 5-14세 소아 및 청소년이 총 3만8238명으로 확인되었다. 2019년 한 해에만 9723명의 소아 청소년들이 진료를 받았다. 최근 한 연구소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기독청년(19-39세)의 4분의 1 이상이 심리적 우울 상태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 전통적 목회 패러다임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한국교회와 목회자들이 추구하는 전통적 목회 패러다임은 의도와는 달리 가정의 위기를 초래하거나 악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가정의 위기를 초래한 전통적 목회 패러다임의 특징은 교회성장제일주의, 교회중심주의, 조직 중심의 목회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전통적 목회 패러다임은 교회의 양적 성장을 추구하는 교회성장제일주의 목회라 할 수 있다. 목회자들 대부분의 최우선의 가치는 교회성장이었다. 한국교회는 “부흥회, 성경공부와 제자훈련, 기도회 등 교회에서 행해진 그 어떤 프로그램도 전도적 성과를 기대하고 행해졌으며, 해외선교까지도 교회성장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그렇지만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교회성장학을 창시한 도날드 맥가브란의 이름조차 모르고, 그가 일생을 선교에 바친 은퇴선교사이자 학자였으며, 그가 주창한 교회성장학은 본래 선교적 의도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맥가브란은 풀러신학교 선교대학원에서 초기에는 교회성장학 과정의 지원자를 타문화 경험이 있고 제2외국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사람들로 제한하였다.목회자들이 생각하는 교회성장과 맥가브란이 주장했던 교회성장이 다른 것이다. 따라서, 성장 추구의 목회는 실제로 양적인 급성장을 가져왔으나, 많은 문제점도 뒤따랐다. 성장 제일주의 목회 패러다임은 교회의 계층화로 요약되는 도농간 계층적 양극화, 대형교회와 소형교회의 양극화를 가져왔다.또한 팽창주의 및 업적주의와 결합되어 교회 안 물질주의 가치관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둘째, 전통적 목회 패러다임의 또 다른 특징은 수직적 신앙을 강조한 교회중심의 목회이다. 예를 들면, 교회 출석과 주일성수가 강조되었고, 이와 더불어 열심 있는 기도생활, 헌금생활, 전도생활, 성경읽기 등도 강조되었다. 타종교인의 추종을 불허하는 신앙심의 표출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수직적 신앙의 강조는 교회중심 신앙생활로 연결된다. 교회의 모임에 얼마나 열심히 참석하고, 얼마나 봉사하는지 봉사시간의 양 등 교회에 대한 충성도를 개인의 신앙을 가늠하는 척도로 활용해온 것이다. 교회성장과 수직적 신앙을 강조한 교회 중심적 목회는 ‘개교회주의’ 현상을 강화시켰다. 이러한 조합은 강한 소속감을 갖게 하고 교회의 대형화에도 긍정적인 역할도 했지만, 가정이 2순위로 밀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세째, 전통적 한국교회의 목회 패러다임은 조직 중심의 목회라는 특징이 있다. 한국교회는 구역, 남녀 전도회/선교회, 각종 위원회, 교회학교 등 교회 안의 다양한 조직들을 갖추고 이 조직들을 통해 성도들이 신앙생활 하도록 독려해왔다. 즉, 효율적인 교회 내 조직과 부서 운영을 통해서 성도들의 신앙이 성장하도록 노력한 것이다. 이러한 조직 중심의 목회는 장년들 뿐 아니라 자녀들의 신앙교육도 주일학교나 청년부 등 조직에 책임을 미루는 결과를 가져왔다.
3. 가정의 위기
가정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와 전통적인 목회 패러다임을 볼 때 한국교회 가정의 위기는 몇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 한국교회 가정의 위기는 가치관의 위기이다. 가정에 대한 성경적 가치보다는 개인의 행복이나 경제적 형편 등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가정은 성립될 수도 반대로 해체될 수 있다는 생각이 만연한 가치관의 위기라 할 수 있다. 외적으로는 사회의 성, 결혼과 이혼, 낙태 등에 대한 비성경적 가치관이 그리스도인들의 가치관을 뒤흔들고 있다.
둘째, 한국교회 가정의 위기는 정서적, 심리적 위기를 맞고 있다. 가정을 구성하고 있는 가장, 자녀, 청년 등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높은 우울증과 자살 비율은 신앙의 유무에 관계없이 세계 1위, OECD 1위, 아시아 1위를 차지하며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그리스도인들조차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에서 교회의 관심과 역할이 요구된다. 미국 가정사역의 권위자인 톰 로저스와 비버리 로저스(Tom & Beverly Rodgers)는 목회자들이 가정의 문제를 대할 때 주의해야 할 점으로 성령충만과 정서적인 마음의 상처를 별도로 다루어야 할 것을 강조한다.성령충만은 정서적 치유가 가능하도록 마음을 열어줄 수 있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치유가 필요하므로 별도로 다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한국교회 가정의 위기는 가정의 신앙공동체 기능 상실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 목회 패러다임 속에서 교회중심, 조직 중심의 목회는 가족 구성원이 나이와 성별에 따라 교회의 서로 다른 예배와 모임을 통해 신앙을 가꿔가도록 만들었고, 상대적으로 가정에서 함께 신앙을 공유하고 전수하는 기능을 부차적인 것으로 여기도록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과거 이러한 접근이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보이기도 하였으나, 가정은 신앙공동체로서의 기능을 상실하는 결과를 낳았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코로나19 이후 신앙생활이 소홀해졌다고 응답한 비율이 부모의 53.2%, 자녀의 53.3%로 높았지만, ‘2년 내 가족이 함께하는 특별한 신앙 활동’ 여부를 묻는 질문에 41.5%가 없다고 응답했다.또한 그리스도인 부모의 절반(48.1%)이 자녀들의 신앙교육을 어떻게 할지 모른다고 답변했다. 이처럼 전통적 교회중심, 조직중심의 성장제일주의 목회는 중직자의 자녀들조차 교회와 신앙을 떠나게 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넷째, 한국교회 가정의 위기 중 하나는 법 환경의 위기다. 국가의 법은 한 국가의 국민으로 살아가는 성도들의 가치관과 행동에 영향을 주며, 가정에 대한 견해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지속적인 비성경적인 법 제정, 법 개정의 시도는 더 이상 교회와 상관없는 일이 아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1969년 캘리포니아 주에서 배우자의 잘못이 없어도 싫으면 그냥 이혼할 수 있는 ‘무결점 이혼(no fault divorce)'이 제정되어 이혼이 급증했다고 한다.특히 아직 성경적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청소년 자녀들과 초신자들에게는 법이 우선시 되면서 성경적 가치가 시대성을 상실한 구시대적 유물이나 이념으로 치부될 수 있고, 결국 가정의 근간을 해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III. 성경적 가정의 이해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가정의 위기 속에서 성경에 기초한 올바른 가정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람들이 가정에 대한 기대와 태도는 가정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즉, 가정을 단순한 인간의 편리와 계약에 의한 인간의 창조물로 보느냐 아니면 하나님이 만드신 신적인 구조로 보느냐에 따라 가정에 대한 이해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어떤 이들은 가정을 단지 가족의 필요와 욕구라는 관점에서만 이해하려고 한다. 이런 관점에서는 “가정을 단순히 ‘충전소’로 보고 식구들이 필요할 때에 들러서 ‘봉사받는 장소로’ 생각할 수 있다.”그러나 성경이 말하는 바는 전혀 다르다. 가정이 하나님이 만드신 기관이라고 한다면 온전한 가정사역을 위해서는 가정에 대한 성경적인 이해가 필수적이다.
1. 가정은 하나님이 만드셨다.
가정은 인간의 창조물이 아니다. 가정은 정치적 실용주의의 산물이 아니고, 무질서하게 임의적으로 생기지도 않았다.가정은 교회와 함께 하나님께서 친히 만드신 기관이요, 제도며, 공동체다. 성경은 하나님이 첫 사람 아담을 만드시고 혼자 사는 것이 좋지 못하여 돕는 배필 하와를 만들어 주셨다고 기록한다(창2:18-22). 모든 제품에는 제품 개발자의 의도가 있고, 그 의도를 제대로 알 때에만 최대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가정을 만드신 분이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알고, 하나님의 계획과 의도를 알 때 가정은 본연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게 된다.
하나님이 가정을 창조하셨다는 사실에는 가정의 주도권이 하나님께 있음을 내포한다. 가정을 하나님이 창조하시고 모든 가정이 하나님께 속해 있으므로, “가정은 분명히 하나님의 인정을 받아야한다.”시편127편 1절은 이렇게 기록한다.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깨어 있음이 헛되도다.” 이 말씀처럼 많은 사람들이 가정을 세우기 위해 수고하고, 또한 인간의 수고가 분명히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 가지고는 가정이 세워지지 않는다. 가정 회복을 위한 인간의 수고가 열매를 맺으려면 하나님의 도우심이 필요하다.
2. 가정은 사랑과 상호 지지를 위해 창조되었다.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은 인간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통해 가정을 이루었다. 가족은 하나님의 본성 및 존재 방식과 깊은 연관이 있다.그러므로 가정을 이해하려면 하나님을 이해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래리 발라드(Larry Ballard)는 올바른 가정 이해를 위해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임을 강조한다.성경은 “하나님은 사랑이시라”고 거듭 강조한다(요일 4:8, 16). 이 사랑은 하나님의 속성에서 가장 두드러진 면이며, 그러므로 “삼위일체 안에는 사랑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삼위일체 하나님을 통해 우리는 사귐과 상호 지지의 관계를 발견하게 된다. 정성욱은 삼위일체를 조직신학의 관점에서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 세 위격의 ‘사랑의 친교’ 또는 ‘연합적 친교’ 즉 ‘코이노니아’ 또는 ‘communion'이다”라고 설명한다.다시 말해서 삼위일체 하나님은 상호간의 사랑(mutual love)을 넘어 사귐과 상호지지의 관계로 존재하신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랑과 지지, 사귐의 존재방식은 가정의 기본요소가 된다. “서로를 사랑하는 연합적 교제의 공동체로 영원히 존재하시는 하나님은 바로 창조와 구속의 경륜을 통해서 우리를 그 연합적 교제의 공동체 안으로 들어오도록 초대하고 계신다. 또한 가족 간의 깊은 사랑을 통해서 삼위일체 하나님을 닮은 공동체를 이 땅에서도 이루어가라고 명령하신다.”가정 안에서 성도들은 신뢰하고, 격려하는 거룩한 성도의 교제를 통해 신앙 인격이 성숙하게 된다.
3. 가정은 남녀의 연합을 통해 생육하고 번성하도록 창조되었다.
래리 발라드는 가정의 목적과 사명을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창1:28)는 말씀에서 찾는다. 생육하라는 명령은 자녀를 낳는 과정을 통해 그 후손들이 온 세상에 편만하게 살도록 하라는 하나님의 뜻이 담겨 있다.이 말씀은 인간의 선택사항이 아닌 절대적인 명령이다. 하나님은 이 명령을 완수하는데 유용하도록 성을 선물로 주셨다.그러므로 성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선한 것이다. 가정을 이룬 남편과 아내는 자녀 출산을 통해 재창조의 사명을 받은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 아담과 그의 아내 두 사람이 벌거벗었으나 부끄러워하지 아니하니라”(창2:24-25)라는 말씀은 결혼과 성, 자녀출산의 연관성을 보여준다. 성경은 분명하게 남자와 여자가 연합하는 가정을 말씀하고 계시며, 성을 선물로 주셔서 남편과 아내가 하나님 자신의 창조 활동에 동참하여 파트너가 되도록 하신 것이다. 즉, “부모는 하나님과 공동 작업으로 자녀를 출산하는 공동 창조자가 된 것이다.”이것이 결혼을 통하여 가정에 주어진 사명이요 목적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는 말씀은 단순한 출산 명령을 넘어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고 온 세상에 경건한 자손을 퍼뜨리라는 부르심”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이 명령은 “열방에 하나님의 복과 하나님 나라를 전하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시대를 초월하여 각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명령이다.
4. 가정은 신앙전수의 장이 되어야 한다.
성경은 부모들에게 자녀의 신앙교육을 맡기셨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여호와의 도를 지키도록 가르칠 것을 명하신다. “내가 그로 그 자식과 권속에게 명하여 여호와의 도를 지켜 의와 공도를 행하게 하려고 그를 택하였나니...”(창18:19). 이런 사명은 아브라함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성경은 “오늘 내가 네게 명하는 이 말씀을 너는 마음에 새기고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집에 앉았을 때에든지 길을 갈 때에든지 누워 있을 때에든지 일어날 때에든지 이 말씀을 강론할 것이며”(신 6:6-7)라고 기록한다. 모세오경의 핵심구절인 신명기 6장 1-9절을 통해 하나님은 가정에서 자녀에게 부지런히 말씀을 가르치고 제자 삼는 것을 통해 신앙을 전수하도록 하신 것이다. 이 명령의 중요성을 D6운동의 창시자인 론 헌터(Ron Hunter)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구절[신6:1-9]은 하나님의 명령을 보여준다. 단순한 그의 제안이 아니다. 이 구절에 담긴 하나님의 의도는 가족을 통해 각 세대를 제자 삼는 교육과정을 창조하는 것이다.”이것은 시편78편과 에베소서 6장 4절에서도 동일하게 드러난다.특히 아버지의 역할이 중요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굳이 자녀의 신앙교육을 통한 신앙전수가 아버지만의 몫이라고 보기 어렵다. 예를 들면, 우리는 디모데후서 1장 5절을 통해 디모데는 어머니 유니게와 외할머니를 로이스를 통해 신앙을 물려받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가정이 부모를 통해 신앙전수의 역할을 감당하는 기관으로 기능하도록 설계하고 명령하셨다는 것이다.
5. 가정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창조되었다.
가정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창조되었다. 성경은 그리스도인들이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전 10:31)고 말씀한다.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에서 첫 번째 질문 ‘사람의 제일되는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해 “사람의 제일되는 목적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과 영원토록 그를 즐거워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 원리는 동일하게 가정에도 적용된다. “그리스도인 가정은 가정 자체의 유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세워졌다. 따라서 가정 안에서 인간의 축복은 단지 부차적인 것이다.”래리 크리스텐슨은 “행복과 편리한 삶이 가정의 목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결혼과 가정 제도를 허락하신 하나님 본래의 계획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부연하여 설명한다. 왜냐하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행복이 가정의 목적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IV. 가정의 회복을 위한 교회의 역할
하나님은 교회가 가정의 회복을 돕는 역할을 하기 원하신다. 건강한 가정이 없으면 건강한 교회도 불가능하다. 여기서는 가정의 회복을 위해 가능하고 필요한 교회의 역할을 살펴볼 것이다.
1. 성경적 가치의 설교와 교육
성장지향, 성공지향의 목회는 번영신학에 물들기 쉽고, 기복주의 신앙으로 흐르는 경향이 많았다. 이럴 때 “교회는 교인들을 천박한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문화에서 해방시켜 천국의 시민으로 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상의 가치관과 체제에 무기력하게 순응하는 제국의 시녀가 되게 한다.”그러므로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십자가의 삶과 팔복을 설교하고 가르쳐야 한다. 이런 토대 위에서 성경이 말하는 가정과 중요한 주제들에 대해서 설교하고 가르쳐야 한다. 가정은 하나님이 만드신 신성한 기관이요, 사랑과 상호지지를 위해 창조되었으며, 남녀의 거룩한 연합을 통해 생육하고 번성해야 할 사명이 있으며, 신앙전수의 본산이 되어야 하고, 종국적으로는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가정이 되어야 한다.
성경적 가치를 인식할 때 결혼과 이혼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가정이 회복될 수 있다. 가정사역을 연구한 티모시 폴 존스는 미국 공립학교의 예를 통해 성경적 사고, 성경적 기준을 가르치고 고수하는 것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존스에 의하면 20세기 미국 공립학교의 세속화에 기여한 사람은 진보 철학자 존 듀이다. 듀이는 17세기의 교육자 코메니우스와 마찬가지로 보편적인 교육을 추구했다. 단, 중요한 차이점 하나는 “코메니우스는 ‘신앙심이 없는 사람은 아무도 들어올 수 없다’는 문구를 교실 문에 반드시 새기도록 지시”했던 반면에, 듀이는 “코메니우스가 필수적이라고 여겼던 하나님 중심의 사고를 제거한 보편적인 종교를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결국 성경적 가치관의 포기가 학교교육의 세속화를 가져온 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 사회에서는 개인의 행복을 중요시 여긴다. 결혼과 가정에 대한 성경적인 가치관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 기류들이 우선시되면 결혼이나 가정은 개인의 행복을 실현하는 장으로만 여겨진다. 내 행복을 위해 결혼도 하고, 다시 행복을 찾아 이혼도 불사한다. 행복이 중요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가정사역 전문가인 래리 크리스텐슨은 결혼생활이 때로 고통스럽고 불행하게 여겨질 수 있다고 말한다.
“개인의 행복을 결혼의 주요 목표로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하나님의 결혼계획이 견딜 수 없을 만큼 가혹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는지 모른다. ... 그렇지만 이것[결혼생활 때문에 받는 고통]이 하나님의 목적을 성취하시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면 분명히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백성들이 그 고통을 감내하기를 원하실 것이다. 하나님이 만드신 결혼제도를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도 어떤 사람들은 불행한 자신의 결혼생활을 인내할 수 있어야 한다.”
가정중수를 외치는 김양재 목사도 결혼의 목적은 행복이 아니라 거룩이라고 강조한다. “우리가 100% 죄인이기에 나 자신을 철저히 주님께 복종시키는 훈련을 결혼을 통해, 힘든 배우자를 통해서 하게 됩니다. 그래서 결혼의 목적은 행복이 아니고 거룩입니다.”
또한 단지 열심 있는 성도가 되도록 가르치지 말고, 가정을 자신의 사명의 땅으로 여기고 남편의 역할, 아내의 역할, 부모의 역할을 잘 감당하도록 가르치고 설교해야 한다.
2. 가정의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의 제공
가정의 회복을 위한 교회의 역할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아마 프로그램의 제공일 것이다. 교회는 가정의 필요를 살피고 건강한 가정으로 회복되도록 적절한 가정사역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한국교회에서도 많은 교회들이 이미 가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가정의 회복을 돕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면, 1995년 온누리교회는 두란노서원에 아버지학교 서울본부를 개설하고 사역을 시작했다. 현재 가정사역부에서 다루는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하나님의 가정훈련학교, 젊은부부학교, 아름다운 동행, 야베스맘(여성 사별자 모임), 이혼자 치유학교, 헬로맘 사역이 제공된다.각 교회는 성도들의 가정의 필요와 교회의 여건에 따라 이 외에도 다양하고 적절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제공할 수 있다. 최근 가정사역을 연구한 민장배와 이수환도 효과적으로 사역하고 있는 세 교회(공주 꿈의교회, 할렐루야교회, 싱가포르 한인교회)의 가정사역을 소개하는데, 교회별로 차이는 있지만 아기학교, 마더 와이즈, 아빠캠프, 가족캠프, 청소년 비전캠프 등 주로 그 방점이 프로그램의 제공에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온누리교회는 이러한 가정사역 프로그램 외에도 성도들의 특별한 필요에 따라 소그룹을 제공하고 있는데, 자신의 실패와 약점, 상처, 비밀을 나눌 수 있는 다양한 ‘회복소그룹,’ ‘이혼자 소그룹’ 등을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
정정숙은 가정사역 프로그램을 만들고 제공하는데 있어서 주의해야 할 세 가지 원리를 제시한다.첫째, 각 프로그램은 성경적이어야 한다. 심리학, 교육학, 행동과학 등 다양한 학문이 교회에 도입되는 상황에서 그 내용이 성경적인가 주의해야 한다. 둘째, 각 프로그램은 효과뿐 아니라 교회의 신학적 입장이 고려되어야 한다. 교회의 신학적 입장이 가정사역에도 일관성 있게 적용될 수 있도록 그래서 가정과 교회가 동일한 신학적 배경을 가지도록 주의해야 한다. 셋째, 시대적 정황을 고려하여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교회교육은 정규교육 형태의 ‘학교화’(schoolization) 교육과 비정규교육 형식의 ‘사회화’(socialization) 교육으로 나뉠 수 있는데, 각각의 약점을 상호 보완하는 것이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가정의 회복을 위한 가정사역 프로그램들은 필요하고 잘 준비하여 제공된다면 효과적일 수 있지만 몇 가지 한계와 어려움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첫째, 프로그램을 통한 가정사역의 접근은 충분한 자원과 훈련된 인력이 갖추어진 교회에서만 실천이 가능하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둘째, 가정사역 프로그램 대부분이 교회를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전통적 목회 패러다임을 답습하기 쉽고, 여전히 가족을 의존적인 존재로 머물게 하는 절름발이 가정사역이 되기 쉽다. 셋째, 시대와 상황의 변화와 가정의 필요에 따라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교단이나 노회적 차원에서의 지원, 사역단체를 통한 순회사역, 혹은 지역교회들이 연합하여 프로그램 제공하는 것을 대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3. 가정구비사역의 실천
신앙공동체로서 가정은 교회와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기관이며, 특히 다음세대에게 신앙을 전수하는 신앙교육의 장으로서 특별한 가치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회복해야 한다. 한국교회보다 앞서 가정의 위기를 경험한 북미의 기독교교육학자들 중에는 교회를 떠나는 다음세대를 보면서 “교회학교 위탁형 신앙전수 패러다임을 벗어나서 ,,, 부모참여 세대 간 신앙전수 패러다임으로 다음세대 신앙전수의 교육목회를 새롭게 시도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있어왔다.신명기 6장을 비롯하여 성경은 부모들에게 가정에 자녀들을 말씀으로 양육하고 훈련하여 신앙을 다음세대에 전수할 것을 명령한다. 그러나 현대 대부분의 가정은 이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관해 신현광은 “현대사회의 가정몰락은 가정을 인격적인 만남의 장소에서 비인격적인 집단으로 변하게 하고, 가정으로 하여금 교육을 포기하고 교육을 전문기관에 전부 맡겨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하였다.”고 진단한다. 이러한 진단을 바탕으로 가정과 교회의 연계를 통한 다음세대의 신앙교육과 신앙전수를 의도하는 것이 가정구비사역이다.
가정사역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장한 티모시 폴 존스는 세 가지 모델을 교회의 상황에 맞게 선택하여 활용할 것을 제안하는데 그 중의 하나가 가정구비사역 모델이다. 가정구비사역이란 교회 안의 “연령별로 나뉜 프로그램과 행사들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교회는 세대들을 하나로 묶고, 부모들을 구비시키고, 자녀 신앙 훈련의 주된 책임자로서 부모의 역할을 지지하고, 그 역할에 책임을 지도록 전반적인 사역을 재조정”하는 것이다. 즉, “사역자가 주된 제자훈련자인 부모를 우선순위로 생각한다”는 점에 가정기초사역모델과 차이가 있다.
론 헌터(Ron Hunter)는 많은 교회들이 일주일의 168시간 중에서 주일의 1시간만으로 다음세대에게 신앙전수를 이루려는 시도가 반복되고 있으며, 목회자 가정조차 실패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다음세대의 신앙의 위기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경고한다.이러한 문제의식을 토대로 론 헌터 박사는 D6 사역을 시작했다. D6는 Deuteronomy 6의 약자로 신명기 6장의 말씀을 토대로 부모들이 자녀들의 신앙교육 교사가 되도록 구비시키는 가정사역을 지향한다. 론 헌터는 교회를 제자도를 위한 신학의 닻이요, 훈련의 장이며, 자료 창고로 이해하고. 교회는 부모들이 자녀들을 코치하도록 구비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더 나아가 교회는 부모들이 자녀들을 가르치고, 모델이 되고, 관계를 맺도록 돕는다. 즉, 자녀세대 신앙전수에 대한 주된 역할을 부모가 맡고 교회는 부모를 구비시키는 사역을 하는 것이다.
헌터는 가정과 교회가 협력하여 다음세대에 신앙을 전수하기 위한 세 가지 교육원리를 제시한다.첫째, 목회철학 연계(공유)의 원리다. D6는 교회의 모든 부서와 회중이 동일한 사명과 비전을 공유하고 같은 토대 위에 양육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주일학교를 담당하는 전문 사역자들이 각자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므로 부서 간 세대 간 틈이 있었던 것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원리다. 둘째, 리더십 통합의 원리다. D6에서 담임목사는 교회전체에 세대 간 신앙전수에 관한 강력하지만 성경적인 메시지를 일관되게 설교하고 가르쳐야 한다. 셋째, 삼세대 통합의 원리다. D6는 신앙전수 사역에 부모세대와 함께 조부모세대도 참여할 것을 강조한다.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이 커리큘럼에 반영된 “가족연계, 전일연계, 은혜경험적 교육전략”이다.첫째, D6에서는 교회의 모든 세대가 하나의 커리큘럼으로 양육을 받도록 하는 “가족연계 온세대 커리큘럼을 구축하여 실천하고 있다.”둘째, 전일연계 신앙양육 커리큘럼을 제공한다. 주일 말씀을 주중에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나누고, 기억하고, 실천하도록 돕는 것이다. 셋째, D6는 커리큘럼을 통해 은혜 경험을 강조한다. 이것을 돕기 위해 CLEAR라고 하는 5단계 성경교육을 강조한다.
이 과정의 첫 단계는 연결(Connect)단계로서, 성경의 이야기를 듣기 전에 먼저 성경주제와 연결된 회중들의 삶의 이야기를 끌어내어 함께 나누게 한다. 두 번째 단계는 학습(Learn)단계로서, 앞에서 언급한 우리의 삶의 이야기에 대한 성경적 모형을 제공하는 본문을 듣고 이에 관련된 주석과 자료들을 학습하는 과정이다. 세 번째 단계는 탐구(Explore)단계로서, 성경에서 다루어지는 이야기의 주제를 사회문화적, 역사적, 신학적 배경 등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한다. 네 번째 단계는 적용(Apply)단계로서, 지금까지 탐구한 성경이야기를 통하여 회중 자신의 삶에 새로운 도전과 소망을 줄 수 있는 영적원리를 논의해보는 과정이다. 마지막 단계인 응답(Respond)단계에서는 오늘 논의한 성경의 이야기를 통하여 발견되어진 영적원리를 각자 자신의 삶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적용할지에 대하여 나누고 믿음의 결단과 실천으로 나가는 단계이다. 이러한 학습단계는 교회에서의 대그룹 혹은 소그룹 성경공부시간에 활용됨은 물론이고,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 간의 신앙적 대화 혹은 말씀공부시간에도 적용되어진다.
한국교회야말로 각 가정의 부모들이 신앙교육의 주된 사역자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교회와의 역할분담과 동역을 통해 신앙공동체로서의 가정을 회복하려는 노력은 꼭 필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부모를 위한 교육훈련과 자료의 제공이라는 교회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자녀들의 신앙교육의 주도권을 가정으로 되돌려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위기의 상황에서도 가장 효과적으로 가정의 신앙건강을 유지하고 다음세대에 신앙을 전수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모든 교회들이 가장 먼저 시작할 수 있는 부분은 가정예배를 회복하도록 교육훈련과 자료,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계속적인 확인을 통해 발전시켜나가는 부분을 생각할 수 있다.
4. 가정회복을 위한 역동적 소그룹의 제공
가정의 회복을 위한 교회의 역할 중 아직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그러나 중요한 한 가지는 바로 역동적인 소그룹을 통한 가정사역이다. 목회자는 건강한 가정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소그룹에 대한 인식과 비전이 있어야하고, 교회는 실제적으로 성도들에게 역동적인 소그룹을 제공해야 한다.
소그룹의 기원은 삼위일체 하나님과 창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이스노글은 소그룹의 기원이 소그룹의 당위성을 드러낸다고 본다. 그는 “하나님, 남자, 여자, 이 셋(삼각형)이 처음부터 공동체를 이룬다. 에덴동산에서 처음 시작한 소그룹은 그리스도인들이 역사를 통해서 삼위일체라고 불렀던 신적인 소그룹을 반영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게다가 “하나님이 우리를 자신과 함께 공동체 안에서 살도록 창조하신 것처럼, 다른 사람들과도 공동의 삶을 살며 영적인 삶을 가꾸도록 창조하셨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소그룹은 변화를 촉진시킨다. 가정의 회복을 말할 때 회복은 변화를 전제한다. 그런데 “삶은 공동체 안에서 변화한다. 그래서 외롭게 홀로 방랑하는 신자들에게는 건강한 그리스도인들을 찾아볼 수 없다. 우리가 인생에서 죄를 대적하며 굳건히 서기 위해서는 서로의 도움이 필요하다.”예를 들면, 래리 발라드는 결혼하기 전에 발생한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통제되고 제한된 접촉’이라는 과정을 제안하는데, 그의 말을 들어보면 지지적인 소그룹이 이 과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신은 아버지와 접촉을 해야 하지만, 통제된 방식으로 어느 정도 제한을 두고 관계해야 한다. 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려면, 당신을 건전하게 지지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객관적인 눈으로 충고해 주고, 아버지와의 힘든 만남을 치른 당신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들 말이다. 배우자나 그리스도인 친구들이 이런 중요한 지원군이 되어 줄 수 있다.
이제는 소그룹 사역을 통해 가정회복을 위한 교회의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는 우리들교회의 목장의 특징을 살펴봄으로써 적용 가능성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
우리들교회는 연령별로 교육부서(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청년부)는 존재하지만, 다른 교회들이 가지고 있는 남녀 전도회/선교회, 권사회 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형교회임에도 불구하고 주일예배, 수요예배 외에는 주중에 진행되는 프로그램이 없다.대신 전교인은 목장이라는 소그룹으로 매주 만난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온라인을 통해 모임은 지속되고 있다. 즉, 소그룹 사역을 핵심으로 하는 교회공동체인 셈이다. 우리들교회 목장을 소개하는 이유는 현존하는 교회들 중 가장 빈번하고 명백하게 가정이 회복되고 이 과정에서 불신자 가족들이 주님께 돌아오는 사례들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교회 소그룹의 운영방식은 일주일에 한 번, 가정에서, 식사와 함께(팬데믹 이전), 부부가 함께 참석하여 진행된다.주중에 하루를 정해 모이는데, 금요일이나 토요일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목장은 사도신경-찬양-기도-말씀-나눔-기도-주기도로 진행된다.
우리들교회 소그룹인 목장의 특징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말씀공동체이다. 목장은 철저하게 말씀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여기서 말씀이란 주일 설교 혹은 수요 설교를 말한다. 목자(리더)는 주일 설교를 녹취하여 요약 정리한 후 소그룹 모임(목장예배) 시간에 상당히 자세하게 다시 전달한다. 목장 참석자들은 설교를 다시 듣는 셈이다. 설교말씀을 다시 반복하는데 지루해하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없다. 말씀을 통해 나눔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둘째, 고백공동체이다. 말씀 내용에는 적용질문이 포함된다. 이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장 고민하고 당면한 문제를 나누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목장은 자신의 죄와 각종 문제 등을 가감 없이 나누는 고백공동체이다. 닐 콜은 죄고백이야말로 삶을 변화시키는 소그룹의 첫 번째 원칙이라고 강조한다.나눔의 내용은 부부문제, 재정문제, 직장문제, 자녀문제, 각종 중독(알코올, 도박, 주식, 야동, 게임 등), 동성애 등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문제를 망라한다. 아무도 죄의 고백이나 은밀한 문제의 오픈을 강요하지 않는다. 매주 적용질문을 나눌 때 순서는 리더인 목자부터 직분자부터, 그리고 신앙의 연륜이 높은 자부터 순서대로 나눈다. 새신자나 방문자가 참석하면 거리감을 없애기 위해 적용질문을 나누기 전에 간단한 자신의 죄고백을 중심으로 한 간증을 나누기도 한다. 이러한 모범을 통해 초신자나 목장예배에 처음 참석한 사람들은 자신보다 훨씬 더한 문제를 나누는 것을 보고 마음의 경계를 풀고 자신의 문제나 죄를 나누게 된다.
셋째, 지지공동체이다. 나눔이 가능한 것은 다른 곳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지지와 사랑, 경청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곳에서는 나누기 힘든 외도, 음란, 도박 중독 등 어떤 문제라도 나눌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경청과 정서적 지지이다. 예를 들어, 이혼의 위기를 앞둔 부부의 나눔을 들으면 잘잘못을 따지고 이렇게 하라고 권면(처방)을 하기 전에 많은 이들이 함께 자신의 일처럼 안타까워하고 울어주고 아파해준다. 회복을 일으키는 공동체는 자신을 드러내기에 안전한 장소가 되어야하며, 어떤 결점이라도 오픈할 수 있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넷째, 직면공동체이다. 현대 그리스도인들은 다른 지체에게 권면을 하지도 않고 받기도 꺼려한다. 엄연히 보이는 죄가 있어도 모른척 넘어간다. 이런 행동 이면에는 다른 사람도 나의 문제를 모른척 넘어가주길 기대하는 심리가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들교회 목장은 문제가 보이면 그냥 넘어가지 않고 직면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여기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자신이 스스로 고백하기 전에는 직면하지 않는다. 부부목장의 경우 남편의 문제를 아내가 여자 목장이나 다른 경로로 나누어서 알고 있을 수 있다. 그러한 경우라도 본인이 그 문제를 직접 고백하기 전에는 비밀을 캐내려고 유도하거나 고백을 하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등 인위적이고 강제적인 분위기를 만들지 않는다. 둘째, 직분자가 아닌 성도들은 신앙의 정도를 고려하여 권면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에서 처방한다. 단, 직분자(목자와 사역자 등)는 교회 차원에서 치리(징계)가 주어진다. 셋째, 주로 목자가 권면하는 경우가 많은데, 목자가 판단하기 힘든 문제의 경우 목자모임을 통해 마을지기, 초원지기, 평원지기(주로 부목사) 등 신앙의 기초가 탄탄하고 목자 경험이 많은 이들의 조언을 듣고 권면한다.
우리들교회의 목장 소그룹을 통해서 발견할 수 있는 가정회복에 효과적인 소그룹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말씀중심/적용중심이어야 한다. 현대 가정의 위기는 가치관의 위기이다. 교회 안에 많은 모임이 있지만 신자들의 교제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비교적 건전한 성격을 띠겠지만, 교제를 통해 위기에 있는 가정들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할 수는 없다. 말씀중심과 함께 적용 중심이어야 한다. 말씀만 나누다보면 머리만 커지고 자신의 문제를 보기보다는 남을 정죄하는 비판적인 성도로 전락하기 쉽다. 말씀이 지식에 머무르고 삶에 적용되지 않으면 가정이 살아나지 않는다. 둘째, 죄고백과 지지의 공동체여야 한다. 많은 이들이 우울증과 자살충동에 시달리는 현실에서 볼 수 있듯이 현대인들은 정서적 지지가 필요하다. 이러한 지지적 모임에서 성도들은 비로소 마음의 빗장을 열고 죄를 고백하고 자신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존 오트버그는 죄를 고백하면 두 가지 일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첫째, 죄에서 자유로워진다. 둘째, 적어도 고백하지 않았을 때보다는 동일한 죄를 반복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죄에 조금 덜 끌리게 되는 것이다.”여기서 치료와 회복이 시작된다. 셋째, 직면의 공동체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를 알고 있지만 스스로 죄의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침몰한다. 자신이 스스로 죄를 고백할 정도로 신뢰하는 형제자매들이라면 그들의 권면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소그룹의 직면은 치료공동체의 인카운터 그룹을 통해 “부정적인 행동, 사고, 감정 패턴을 변화”시키는 것과 유사하다.넷째, 소그룹이 우선순위에 있어야 한다. 한국교회의 성장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이 바로 구역, 속회와 같은 소그룹이다. 대부분의 교회들이 여전히 이런 소그룹들이 존재한다. 다만, 많은 경우 교인 관리의 도구로 전락하여 역동성을 잃어버렸다. 이와는 달리 우리들교회의 소그룹이 가정사역에 효과적인 이유는 다른 프로그램이 없고 온 교회가 목장을 우선순위에 두기 때문이다.
V. 나가는 말
한국교회가 당면하고 있는 위기는 가정의 위기이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전통적 가정은 해체되거나 붕괴되고 있으며, 그리스도인 가정도 똑같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특히 성경적인 결혼과 가정에 대한 이해가 심각하게 도전받고 있으며, 높은 이혼율과 세계최고의 자살률 등은 한국 가정의 위기를 단면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병든 가정들은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가정은 하나님의 창조물이기에 사회적 노력에는 한계가 있으며, 가정을 만드신 하나님의 뜻을 이해하고 있는 교회가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교회는 교회성장 제일주의의 전통적 목회 패러다임을 탈피하고 성경적인 가정사역을 통해 가정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교회들은 실제적으로 기존에 해오던 성경적 가치를 설교하고 가르치는 일과 가정회복을 위해 프로그램을 제공하던 일을 계속하는 동시에, 가정구비사역을 통해 놓치고 있었던 가정의 신앙전수 기능을 회복하고, 우리들교회의 목장과 같은 가정회복을 촉진시키는 역동적 소그룹을 제공함으로써 교회와 사회의 신음하는 가정들을 살리는 일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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