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신학노선에 따른 역사인식도 달라

문창극 총리 후보발언 해석에 NCCK, 보수교단 신학자 견해 달라

2014-06-20 00:28:55  인쇄하기


문창극 총리후보가 교회 강연에서 발언한 내용을 둘러싸고 온 나라가 시끄럽다. 한국교회도 보수. 진보간의 갈등은 물론 신학자들도 문 후보의 역사인식 논란에 가세했다.

▲한국교회협의가 주최한 신학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NCCK 신학자들 , 문창극 장로 역사인식 바르지 못하다고 지적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최근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발언으로 인한 논란과 관련, 19일(목)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에서 ‘역사인식과 기독교’라는 주제로 신학토론회를 개최했다.

NCCK 측은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교회에서 한 강연 중 일제 식민지배와 남북분단이 하나님의 뜻이었다는 발언을 해, 시민들이 크게 반발하는 사건이 일어났다”며 “이로 인해 기독교인의 역사인식과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고,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사회의 오해와 지탄을 받는 지경이 됐다. 이에 하나님의 뜻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신학적 응답으로 토론회를 열게 됐다”고 취지를 밝혔다.

사회는 홍승표 목사(기독교사상 편집장)가 맡았고, 토론자로는 양현혜 교수(이화여대 기독교학과, 역사신학), 윤경로 교수(전 한성대 총장, 한성대), 정경일 원장(새길기독사회문화원, 조직신학), 김은규 교수(성공회대, 구약신학)가 참여했다.

토론회에서는 신정론의 해석에 대한 부분이 이슈가 됐다. 정경일 원장은 신정론에 관해,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발언이나,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발언은 모두 신정론과 연결돼 있다”며 “신정론에 대해 오랫동안 탐구했는데, 신정론은 ‘그리스도인의 이성의 무덤’이라고 판단한다. 신정론의 주장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론이 날 수 없고, 그래서 교리화 되지 않고 연구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신정론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전통적인 신정론으로는 ‘인간의 죄로 인한 징벌’과 인간을 선한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훈육으로써의 고통’을 들 수 있다”며 “그런데 인간의 죄가 얼마나 깊었기에, 아우슈비츠에서 600만이 죽임당하고, 한국전에서 200만이 죽고, 르완다 학살로 100만이 죽고, 세월호 아이들이 죽어야 했는가? 우리의 죄 때문에 인간을 고통에 집어넣는 하나님이라면, 하나님의 전적인 선하심이 현실 가운데 포기되는 딜레마가 발생한다”고 했다.        

이어 “몰트만은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으로 표현했다. 전능하신 하나님께서는 예수를 통해 약해지셨고, 민중의 고통을 통해 약해지셨다”며 “신정론은 고통 속에서도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을 알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희생자들의 부르짖음을 들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창극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 “희생자들의 고통이 우선이 아니라, 고통과 악의 현실에서 하나님을 변호하는 것이 우선이 된 것이다. 하나님을 변호하는 것이 고통당하는 자들의 아픔으로 시작한다면, 이러한 파괴적인 말이 나오는 것”이라며 “그러나 하나님의 의로움은 고통당하는 자들의 눈물을 닦고 해방시키는 것이다. 문 후보자는 하나님의 의와 사랑을 변호한 것이 아니라, 추상적인 하나님을 변호한 것이다. 신정론의 악은 가해자의 악을 변호한 것”이라고 했다.

또 정 원장은 “문 후보자의 역사인식의 문제점은 신학적으로 단순하면서도 복잡하다. 단순하게는 고통당하는 자의 관점에서 역사를 보지 않기 때문에 시민들의 가슴을 후벼 파는 막말을 한 것이다. 그런데 신앙인식과 역사인식의 관계를 보면 복잡하다. 한국교회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의 하나님의 뜻에 대한 이해가 문 후보자의 이해와 정말 다른 것일까라는 의문이 든다. 교회에서 하나님의 섭리 밖의 일은 없다며 세월호 참사도, 일제강점도, 한국전쟁도 하나님의 선한 섭리로 이야기 하는 것에 대한 신학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경로 교수는 문 후보자의 사관에 대해 “아마도 일제 식민사관의 역사를 공부했던 것 같다. 일제 식민지 시대가 하나님의 뜻이었다면, 독립운동을 하며 피 흘린 신앙인들은 하나님의 뜻을 거역한 것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해방이 되기까지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했는가. 이것을 무시하고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면 운명론에 빠진다”고 했다.

양현혜 교수는 기독교인의 역사인식에 대해, “하나님은 약자의 자존도 보호하시고 그것이 보존되는 공동체를 역사에 개입하여 일구셨다. 이것이 기독교 사관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독교인들이 3.1운동에 참여한 것이다. 정치적 투쟁을 넘어서서 하나님의 공의에 대한 역사인식이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김은규 교수는 “구약성경 전반에는 반제국사상이 깔려있으며, 신약에서도 예수님이 로마제국에 희생당하심으로 이를 드러낸다. 성경 속에는 식민사관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반제국적 전통이 이어져 온 것”이라고 했다.

◆보수교단  신학자, 문후보 역사인식 신앙인으로서 옳다.
반면, 보수교단 이상규 교수(고신대 역사신학)는 교단 관련 언론에 ‘문창극 후보의 ‘하나님의 뜻’이 문제인가?’를 기고했다. 이 교수는 “첫째로 생각해야 할 점은, 다름 아닌 기독교인들이 모이는 교회에서 행한 강연이었다는 것”이라며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신앙적 관점에서 일제 식민지배나 조국의 분단도 한국을 향한 하나님의 뜻이 있지 않는가 하는 취지의 강연으로, 전체를 들어보면 강연자의 의도는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 생각된다”고 했다.

그는 “공공기관이 아닌 교회 공동체에서 ‘하나님의 뜻’을 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일”이라며 “그럼에도 문맥 관계를 무시하고 종교 집단인 교회에서 행한 강연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 표현을 고의적으로 문제 삼는 것은 정직한 태도라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둘째로 인간 역사의 개별 사건을 ‘하나님의 뜻’이라 말하는 것이 부당하고, 그것이 잘못된 역사인식인가”라며 “식민지배나 남북분단만이 아니라, 6·25 동란, 4·19나 5·16 등 우리의 역사 사건들을 ‘하나님의 뜻’이라 말하는 것이 부당한가 하는 점”이라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역사에서의 동인과 역사 과정을 단순히 역사 내적인 인과론으로 보지 않고, 역사의 과정과 의미와 목적을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인식한다”며 “이런 관점을 기독교적 역사이해라 부르고, 이 가장 기본적인 관점이 인간이 역사의 주인이 아니라 하나님이 역사를 운행하신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또 “문 후보자의 역사인식은 전통적 기독교 역사관, 곧 하나님이 직접 역사에 관여하신다는 점, 역사를 일직선으로 이끌어 가신다는 점, 역사를 그가 정한 목표로 인도하신다는 점을 잘 드러내고 있다”며 “발생하는 모든 사건은 한정된 인간의 인식 여부와 관계없이 하나님의 주권적 의지(sovereign will)의 표현으로, 이런 인식은 어거스틴에서 시작되는 서구 기독교의 가장 일반적인 역사인식”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문 후보자가 언급한) 함석헌의 인식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며 <뜻으로 본 한국역사>의 한 구절(80쪽)을 인용하면서, “함석헌도 역사를 우연으로 보지 않고 어떤 계획자인 하나님의 뜻의 구현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수많은 군중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칠 때, 빌라도는 ‘나는 그에게서 죄를 발견하지 못하겠노라’고 했는데, 문 후보자에 대해 나도 빌라도의 말을 차용하고 싶다”며 “나의 판단으로는 문 후보자를 비난할 죄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의 총리론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역사 인식의 문제에 대해서”라고 전했다.

이 교수의 글에 많은 의견들이 댓글로 표현되는 가운데, 정주채 목사(전 향상교회)는 실명으로 “나도 문창극 장로처럼 많은 설교와 개인적인 권면을 해 왔다”며 “약한 자로부터 위해를 당하고 시련 속에 있지만, 그 속에서 자신을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라고 말이다. 박영돈 교수의 글에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보지만,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영역이 어디 있을까?”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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