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로바 이름은 꿀벌 (바쁘게 움직이며 공동체에 달콤함과 찌르는 침을 동시에 주는 자)이라는 뜻입니다. 드보라는 현대적 눈으로 볼때 유리천장을 깨부순 성경 최초의 ‘여성 최고 사령관’입니다. 드보라가 살던 시대는 이스라엘이 가나안 왕 야빈의 철병거 900대에 짓눌려 숨도 못 쉬던 암흑기 였습니다.
1. 에브라임 산지의 꿀벌, 심판의 자리에 앉다.
에브라임 산악지대, 라마와 벧엘 사이에는 유독 거대하고 푸른 종려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사람들은 그 나무를 ‘드보라의 종려나무’라 불렀다.
“드보라 님, 가나안 군대 장관 시스라의 병사들이 또 우리 밭을 짓밟고 곡식을 빼앗아 갔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숨어 살아야 합니까?”
백성들의 원망 섞인 부르짖음 앞에 드보라는 눈을 감았다.
야빈 왕의 철병거 900대는 당시 이스라엘의 청동기 무기로는 부딪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괴물’이었다. 무려 20년 동안 이어진 압제였다.
그때, 드보라의 귓가에 꿀벌의 날갯짓 같은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이 날아들었다.
‘때가 되었다. 일어나라.’
드보라는 눈을 번쩍 떴다. 그녀는 더 이상 종려나무 그늘 아래서 눈물 닦아주는 상담가에 머무를 수 없었다. 그녀는 이스라엘을 구원할 사사(Caleb)였다.
2. 망설이는 장군, 그리고 여인의 예언
드보라는 즉시 이스라엘의 최고의 전사, 바락(Barak)을 호출했다.
“바락 장군, 하나님께서 명령하셨습니다. 납달리와 스불론 자손 만 명을 이끌고 다볼 산으로 가십시오. 하나님께서 시스라와 그의 철병거들을 기손 강으로 유인해 당신의 손에 넘겨주실 것입니다.”
하지만 바락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상대는 난공불락의 철병거 부대였다. 바락은 칼자루를 쥔 손을 떨며 조건부 제안을 건넸다.
“당신이 나와 함께 가신다면 가겠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가지 않는다면, 나는 절대로 가지 않겠습니다.”
장군답지 못한 나약한 모습이었지만, 드보라는 거침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습니다. 내가 반드시 당신과 함께 가겠습니다. 그러나 기억하십시오. 당신이 가게 될 이 길에서는 당신이 영광을 얻지 못할 것입니다. 여호와께서 시스라를 ‘한 여인의 손’에 넘겨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바락은 그 ‘여인’이 당연히 대단한 여전사인 드보라 자신을 말하는 줄 알았다. 그것이 잔인하고 거대한 반전의 서막일 줄은 꿈에도 모른 채.
3. 기손 강, 철병거가 진흙탕에 갇히다
다볼 산꼭대기에 이스라엘 군사 만 명이 집결했다. 이 소식을 들은 가나안의 사령관 시스라는 코웃음을 쳤다. 900대의 철병거가 불을 뿜으며 기손 평원으로 진격해 왔다. 땅이 흔들리고 먼지구름이 하늘을 가렸다. 바락의 군사들은 공포에 질려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드보라의 날카로운 호령이 평원을 찢었다.
“일어나라! 오늘이 바로 여호와께서 시스라를 네 손에 넘겨주신 날이다. 여호와께서 너보다 앞서 나가지 아니하시느냐!”
드보라의 외침과 동시에, 갑자기 하늘이 캄캄해지더니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치기 시작했다. 폭우였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에 평지는 순식간에 거대한 진흙탕으로 변했다. 철병거의 거대한 바퀴들이 진흙 속으로 푹푹 꺼져 들어갔다. 무적의 무기였던 철병거는 순식간에 움직이지 못하는 무덤이 되었다.
“진격하라!”
바락과 이스라엘 군대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산에서 쏟아져 내려왔다. 당황한 가나안 군대는 풍비박산이 났고, 천하의 시스라 장군마저 병거를 버리고 맨발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4. 또 다른 여인의 장막, 예언의 완성
목이 타들어 가던 시스라는 맹방이었던 겐 사람 헤벨의 장막을 발견하고 숨어들었다. 헤벨의 아내 야엘(Jael)이 그를 따뜻하게 맞이했다.
“장군님, 안심하고 들어오십시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야엘은 지친 시스라에게 물 대신 따뜻한 우유를 먹이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긴장이 풀린 시스라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때, 야엘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그녀는 한 손에는 군막을 고정하는 날카로운 장막 말뚝을, 다른 한 손에는 방망이를 들었다.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잠든 시스라에게 다가간 야엘은, 그의 관자놀이에 말뚝을 대고 단 한 번에 내리쳤다. 말뚝은 관자놀이를 뚫고 땅바닥에 박혔다. 가나안을 공포에 떨게 했던 최고의 장군이 여인의 손에 허망하게 종말을 고한 순간이었다. 뒤늦게 시스라를 쫓아 장막에 도착한 바락에게, 야엘은 피 묻은 말뚝을 보여주었다. 바락은 그제야 드보라가 했던 예언을 떠올렸다. ‘여호와께서 시스라를 한 여인의 손에 넘겨주실 것이다…’ 그 영광의 주인공은 드보라도, 바락도 아닌, 평범해 보였던 이방 여인 야엘이었다.
???? [현대적 적용]
2026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드보라의 이야기는 '조건이 갖춰져야만 일할 수 있다'고 말하는 세상의 패러다임을 뒤흔듭니다. 당시 이스라엘은 무기도 없었고, 지도자는 겁에 질려 있었습니다. 하지만 드보라는 환경을 보지 않고 '하나님이 앞서 행하신다'는 확신 하나로 전쟁터로 뛰어들었습니다. 당신의 삶 앞에 '철병거 900대'처럼 도저히 넘어설 수 없어 보이는 거대한 벽이 있나요? 그렇다면 기억하세요. 하나님은 폭우를 내려 그 철병거를 멈추실 수 있는 분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락의 망설임이 아니라, 종려나무 아래를 박차고 일어난 드보라의 ‘첫 발걸음’입니다./ 발행인 윤광식
☛다음 화 예고: 드보라의 예언을 완성한 또 다른 주인공, 말뚝 하나로 역사를 바꾼 ‘야엘의 잔혹하고 위대한 선택’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