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여인 제5화] 왕관의 화려함 뒤에 숨은 거룩한 결단, 에스더

“죽으면 죽으리이다!”

2026-06-19 22:34:52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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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더는 유다인이라는 정체성을 감추기 위해 사용한 페르시아식 이름이며, 그녀에게는 두 가지 이름이 존재합니다. 페르시아식 이름은 에스더 (Esther)’로 고대 페르시아어 '세타레(Setareh)'에서 유래하여 ''을 의미합니다. 문화적으로는 고대 바빌로니아의 사랑과 전쟁의 여신인 '이슈타르(Ishtar)'의 이름과도 음성학적으로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에스더의 히브리식 본명은 하닷사 (Hadassah)’로 도금양 나무 (은매화, Myrtle)를 의미하는데 에스더의 원래 유다인 이름입니다. 도금양 나무는 작고 하얀 꽃을 피우는데, 이 꽃의 모양이 ''을 닮았습니다. 히브리어 이름과 페르시아어 이름이 모두 시각적으로 별과 연결되어 있는 셈입니다.

성경 속 에스더는 포로지의 어두운 땅에서 유다 민족을 구원해 내며 이름 그대로 밤하늘의 ''처럼 빛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황금 왕관 뒤에 숨겨진 비밀

페르시아의 아하수에로 왕은 전 세계 127개 지방을 다스리는 절대 권력자였다. 그는 술김에 자신의 권위를 무시한 전 왕비 와스디를 단칼에 폐위시키고, 제국 전역에서 새로운 왕비를 찾기 위한 대대적인 오디션을 열었다. 이때 사촌 오빠 모르도개의 손에 자란 유다인 고아 소녀, 에스더가 왕비의 후보로 궁중에 들어오게 된다. 뛰어난 미모와 품격을 지닌 그녀는 단숨에 왕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머리에 빛나는 황금 왕관을 쓰게 되었다. 그러나 오빠 모르도개는 그녀의 옷자락을 잡으며 은밀하고 엄격하게 경고했다.

궁 안의 누구에게도 네가 유다인이라는 사실을 말하지 말아라. 네 신분이 밝혀지는 날, 그것이 곧 너의 단두대가 될 것이다.”

에스더는 화려한 수산궁의 가장 깊은 곳에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비밀을 품은 채 숨을 죽여야 했다.

하만의 음모와 피의 카운트다운

궁중의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왕의 총애를 받아 제국의 2인자 자리에 오른 악랄한 정치가 하만(Haman)이 등장하면서부터였다. 하만은 모든 관원에게 자신 앞에 무릎을 꿇고 절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오직 한 사람, 에스더의 사촌 오빠이자 대궐 문을 지키던 모르도개만큼은 꼿꼿이 서서 절하지 않았다. 유다인은 오직 하나님 외에 그 어떤 인간 우상에게도 절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분노로 눈이 뒤집힌 하만은 모르도개 한 사람을 죽이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내 앞에 절하지 않는 저 오만한 자의 민족, 제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유다인들을 단 하루 만에 통째로 멸절시키겠다.”

하만은 왕에게 나아가 뇌물을 바치며 유다인을 반역 무리로 모함했고, 결국 ‘1213, 유다인 전원 학살이라는 왕의 어인이 찍힌 조서를 제국 전역에 반포했다. 제국 전체가 통곡의 바다로 변했다. 모르도개는 굵은 베옷을 입고 에스더에게 사람을 보내 다급하게 전했다.

너는 왕에게 나아가 우리 민족을 위해 간절히 구하라!”

하지만 에스더는 절망적인 궁중의 법도를 전하며 망설였다.

오빠, 페르시아의 법을 모르십니까? 왕이 부르지 않았는데 먼저 안뜰에 들어가는 자는 왕이 황금 규(지휘봉)를 내밀어 살려주지 않으면 무조건 사형입니다. 게다가 왕이 저를 찾지 않은 지 벌써 삼십 일이 지났습니다.”

그러자 모르도개는 에스더의 심장을 찌르는 날카로운 독설을 날렸다.

너는 왕궁에 있으니 모든 유다인 중에 홀로 목숨을 건지리라 생각하지 말라. 네가 만일 이때에 잠잠하면 유다인은 다른 데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으려니와 너와 네 아버지 집은 멸망하리라. 네가 왕비의 자리를 얻은 것이 이때를 위함이 아닌지 누가 알겠느냐?”

사흘간의 금식기도, 그리고 목숨을 건 워킹

오빠의 말에 에스더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는 화려한 왕비의 옷 뒤에 숨어있던 안일함을 벗어던졌다. 그리고는 목숨을 건 결단을 내렸다.나를 위하여 사흘 동안 밤낮으로 먹지도 말고 마시지도 마소서. 나도 나의 시녀들과 더불어 이렇게 금식한 후에 규례를 어기고 왕에게 나아가리니, 죽으면 죽으리이다!”

사흘간의 처절한 금식 기도가 끝난 날, 에스더는 가장 눈부시고 화려한 예복을 입었다. 그녀의 걸음걸이 하나하나에 유다 민족 백만 명의 목숨이 걸려 있었다. 그녀는 차가운 대리석 바닥을 밟으며, 왕이 있는 안뜰을 향해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왕좌에 앉아있던 아하수에로 왕의 눈에 무단 침입한 에스더의 모습이 들어왔다. 경비병들의 칼날이 움직이려던 찰나, 왕의 눈에 비친 에스더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매혹적이었다. 하나님의 은혜로 왕의 마음이 녹아내린 것이다. 왕은 황급히 황금 규를 내밀어 그녀를 살렸다.

왕비 에스더여, 무슨 일인가? 그대의 소원이 무엇인가? 나라의 절반이라도 그대에게 주겠노라.”

두 번의 잔치, 그리고 완벽한 덫

여기서 에스더의 천재적인 정치적 두뇌가 빛을 발한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하만의 죄를 섣불리 폭로하지 않았다. 하만은 왕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는 2인자였기에, 섣부른 고발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었다.

에스더는 숨을 고르며 미소를 지었다.

왕을 위해 제가 잔치를 베풀었사오니, 오늘 하만과 함께 오소서.”

첫 번째 잔치에서 술이 거나하게 취한 왕이 재차 소원을 묻자, 에스더는 한 번 더 밀당을 시도한다.

내일 한 번 더 잔치를 베풀 테니, 하만과 함께 다시 오소서. 그때 제 소원을 말씀드리리이다.”

왕비가 특별히 준비한 비밀 잔치에 연이어 초대받은 하만은 교만이 하늘을 찔렀다. 그는 잔치에서 돌아와 눈엣가시 같던 모르도개를 당장 매달기 위해 자기 집 마당에 23미터(오십 규빗) 높이의 거대한 나무 장대를 세웠다. 드디어 운명의 두 번째 잔칫날.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왕이 물었다.

왕비 에스더여, 그대의 소원이 도대체 무엇인가?”

에스더는 마침내 하만의 가슴에 치명타를 날릴 저격의 대사를 뿜어냈다.

왕이여, 내가 만일 왕의 목전에서 은혜를 입었으면내 생명을 내게 주시고 내 민족을 내게 주소서. 나와 내 민족이 팔려서 죽임과 도륙함과 진멸함을 당하게 되었나이다.”

왕은 격노하여 소리쳤다.

감히 이런 일을 심중에 품은 자가 누구며 그가 어디 있느냐!”

에스더는 자리에서 일어나 하만을 정확히 가리켰다.

대적과 원수는 바로 이 악한 하만이니이다!”

순식간에 전세가 역전되었다. 하만은 공포에 질려 에스더 침상에 엎드려 에스더 치맛자락을 붙들고 목숨을 구걸했으나, 이를 본 왕은 왕비를 성추행하려는 것으로 오해해 더욱 분노했다. 결국 하만은 자신이 모르도개를 매달려고 마당에 세워둔 바로 그 거대한 장대에 자신이 매달려 비참한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

에스더의 목숨을 건 용기와 지혜 덕분에 유다 민족은 학살의 위기에서 벗어나 도리어 대적들을 물리치는 대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유다인들은 이 위대한 역전의 날을 기념하여 오늘날까지도 부림절(Purim)’이라는 가장 기쁜 축제로 지키고 있다.

[현대적 적용]

2026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에스더의 이야기는 이때를 위한 사명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종종 내가 가진 물질, 지위, 재능을 그저 내 몸 하나 편안하게 뉘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하려 합니다. 에스더 역시 왕궁의 안락함 뒤에 숨어 침묵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자신의 특권을 민족을 구원하는 도구로 기꺼이 던졌습니다. 지금 당신이 서 있는 그 자리, 당신이 가진 그 영향력은 어쩌면 우연이 아닌, 고통받는 누군가를 돕고 정의를 세우기 위해 하나님이 예비하신 이때를 위한 자리일지 모릅니다. "죽으면 죽으리이다"라는 결단으로 나아갈 때, 당신을 향한 하나님의 위대한 반전 드라마가 시작될 것입니다./ 발행인 윤광식

 

다음 화 예고: 처녀의 몸으로 "아들을 낳으리니 이름을 예수라 하라"는 청천벽력 같은 천사의 고백을 들었던 여인. 세상의 돌팔매질과 비난을 무릅쓰고 인류 구원의 통로가 된 위대한 순종의 어머니, 마리아의 심장 뛰는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에스더의 숨 막히는 궁중 스릴러 스토리는 재미있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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